역시 1월은 시작의 달이죠.
어쩌면 이 매거진 <금요일에 올라오는 글>의 부제는 '마감을 지키는 일상 만들기'입니다. 브런치에 주기적으로 글을 올려보자는 건 새해 다짐 중에 하나였는데요. 1월이 거의 다 지나갈 무렵에야 실천하게 되었습니다. 어찌되었건 실천하려는 노력이 아주 고무적이죠.
1.
1월에는 많은 것들을 시작합니다. 1월 22일부터는 다이어트를 시작했고요. 27일부터는 수업 역량을 기르기 위한 개인 공부도 시작할 겁니다. (글을 쓰는 지금은 26일 밤입니다. 29일 아침에는 고쳐쓰기를 하고 있네요.) 돈도 모으기 시작했고요. 운전 연습도 할 거에요. 저는 계획 세우는 걸 정말 좋아합니다. 작년 12월 말에는 세워봤자 지키지도 않는 계획은 의미 없으니 2021년 계획은 세우지 말자고 해놓고 새벽까지 새해 다짐을 적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계획을 짜는 단위도 촘촘해져서 아주 세세하게 짜기까지 해요.
그런데 이렇게까지 짰던 계획들을 지키지 않으면 스스로 많이 아쉬워할 거에요. 그리고 자신을 깎아 내리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겠죠. 그래서 내가 실천하기로 결심했던 일들에 대한 사소한 글을 적자는 게 이 매거진의 방향이 되었어요.
솔직히 지금은 의욕이 넘치니까 이렇게 미리 글도 쓰고 하는데 꾸준히 지킬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요. 일을 벌이는 것보다 꾸준히 하는 게 진짜 어려운 것이더라고요. 게다가 저는 지구력이 아주 떨어지는 편이라 더 그래요. 일을 할 때에도 제일 어려운 게 텐션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2.
최근 들어 습관화하고 있는 행동은 바로 '이부자리 정리'입니다. 유튜브에서 미 해군 장교의 졸업연설을 시청했는데 첫 마디가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자고 일어난 이부자리 정리부터 하세요.'였습니다. 저는 대놓고 동기부여의 목적을 가지고 펼치는 스피치를 별로 선호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영상 속 해군 장교님은 오랜 시간 다져진 군인으로서의 다부진 발성과 동시에 꽤 담백한 어조로 연설을 이어갔습니다. 정확하고 똑똑 끊어지는 듯한 외국어 발음이 듣기 좋더라고요. 길이도 길지 않고 그래서 그냥 멈추지 않고 쭉 봤습니다. 결국 요지는 당신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동기부여 내용이었지만, 같은 말을 해도 왜 좀 다르게 했을 때 설득되잖아요. 제가 그 장교님 연설에서 매료된 부분은 이부자리 정리를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에서였습니다. 세상을 바꾼다는 그런 크나큰 규모의 일을 하려면 아주 사소한 일들부터 차곡차곡 쌓아가야 한다. 여기까지는 뭐 별 게 없죠? 그런데 다음 내용이, 그리고 어쩌다 당신이 비참한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 당신이 아침에 정리한 그 침대가 당신을 맞이해줄 것입니다. 그러면 당신은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나은 하루가 펼쳐질 것이라 생각할 수 있겠죠. 네, 이 부분에서 뻑이 간 겁니다.
언제부턴가 저의 하루하루들은 참 보잘 것 없었고 실체 없는 고통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음... 아마 앞으로도 대부분의 날들이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 영상을 보고 며칠 뒤부터 이부자리 정리를 하기로 했어요. 뭐랄까 오늘이 어떤 날인지는 모르겠지만 돌아왔을 때 과거의 내 행동 덕분에 아주 조금은 기분 좋게 잠들 수 있기를 바라게 되었습니다. 그 마음이 되게 소중하더라고요. 스스로를 돌보려고 신경쓰고, 비록 실패를 겪었거나 세상한테 대차게 깨지고 돌아와도 나는 스스로를 위해 이부정리를 할 수 있는 정도의 사람이 되었다고 다독일 수 있다는 것이 그랬습니다.
가끔 내가 살고 있는 이 순간과 세상과 또다른 누군가와 무언가와 인지할 수조차 없는 범위에 있는 생명들을 생각해볼 때 그리고 무수히 만들어지고 버려지고 태워지는 물건들을 떠올릴 때가 있습니다. 그러고 나면 내가 과연 뭘까, 그런 생각도 들고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느끼게 됩니다. 내 입에 들어오는 모든 음식 중에 내가 키워내고 손질해서 요리한 건 없다시피 하고, 몸에 두른 옷도 하나 만들 줄 모릅니다. 온갖 가구와 벽과 공간과 건물과 ... 끝도 없이 펼쳐져요. 세상은 끝도 없죠. 그리고 내가 할 수 없는 것도요. 그런데 이런 허무하고 무력한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시작이 된 행동이 앞서 이야기한 '이부자리 정리'였습니다. 꼭 이부자리 정리가 아니었어도 괜찮았을 것 같긴 해요. 사소하지만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 주고 3초 안에 해낼 수 있는 일이라면 아마 다 괜찮을 거예요. 어쩌면 머릿속에 내가 고여있게 두지 않을 수 있다면 그게 뭐든 괜찮을 겁니다.
보통 이런 글의 마무리는 '그러니 여러분도 시도해 보세요~' 라거나 '내일부터 이부자리 정리를 하세요', 일텐데 둘 다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아요. 저는 대놓고 동기부여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도 조심스러워요. 때로는 긍정이 강요가 되는 순간이 있음을 느낀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가 전달하고 싶은 것도 세상을 바꾸기 위해 이부자리를 정리하라는 것이 아닌 조금 괜찮은 하루를 보낼 수 있을지도 모를 무언가를 공유하자는 마음이거든요.
그러니 글을 개연성있게 멋지게 마무리하는 것보다 그냥 제가 느낀 정도로만 글을 줄일게요.
그 졸업 연설을 준비하고 멋지게 해내신 미 해군 장교님, 고마워요. 멋지게 촬영하고 찰떡같이 번역해서 보기좋게 편집해 올려준 분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여기까지 글을 읽어주신 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1월 29일 금요일 첫 마감, 이렇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