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 난임 일기 시작

by 깨알쟁이

지난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험관 임신 준비를 시작했다. 기존에는 저녁에 먹는 약, 가끔 처방받는 배 주사, 정기적인 배란 초음파를 보기 위한 진료뿐이어서 자연 임신 시도에 가까웠다. 하지만 더 이상 시간을 끌기에는 훗날 후회할 것 같아서 슬슬 방아쇠를 당기게 되었다.


자연 임신 시도를 1년도 채 하지 않고 시험관 시술에 뛰어들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생물학적 나이로 이미 노산이다.

며칠 전 생일부로 만 36세가 되었다. 하지만 이미 만 35세부터도 노산이라고 불린다. 요즘에는 결혼도 출산도 예전보다 많이 늦어졌다고는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내가 아무리 건강하다고 해도 고혈압, 고지혈증에 더 노출되어 있고 건강한 아기를 가질 가능성, 한 번에 잘 낳을 가능성에서도 밀린다고 한다. 10개월을 잘 품고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는 것도 20대의 몸과는 다른 이야기가 되었다. 그래서 더 미룰 수가 없었다.



우리들의 부모님과 아기, 그리고 우리. 부부와의 추억을 얼른 만들어나가고 싶다.

일단 우리 부부는 둘 다 외동이다. 부모님 네 분 중 아무도 우리에게 아기에 대한 것을 질문하거나 부담을 주시지 않는다. 너무 감사하다. 하지만 부모님도 한 해가 지날수록 나이도 들고 쇠약해진다. 조금이라도 더 건강할 때 3대가 행복한 시간을 많이 보내면서 추억을 쌓고 싶다. 그 영향에는 우리 외할머니와 나의 특별한 관계와 추억이 한몫을 했다. (참고 ; https://brunch.co.kr/@fashionomic/127)

아무쪼록 아기를 워낙 좋아하는 우리 아빠와 내가 만들어갈 추억도 궁금하고, 우리가 아이를 키움으로서 한층 더 부모로 조부모로 성장할 것도 기대된다. 그 좋은 것을 더 미루고 싶지 않아서 결심하게 되었다.



지금이 최적이다.

퇴사하여 쉬고 있는 이 시점이 병원을 다니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병원에 가는 날은 불규칙적으로 많다. 일주일에 3번도 가고, 한 번 가면 기본 1시간은 대기해야 한다. 회사 다니면서는 절대 다니지 못했을 것이다. 다시 몇 달 전으로 돌아간다 해도 1-2달 앞당기면 앞당겼지 미룰 생각은 없다. 병원에 가는 것만 능사가 아니다. 다녀오면 기진맥진 몸과 마음이 지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충분히 쉬어주고 잠을 청하면서 회복을 빠르게 할 수 있다. 점점 늘어나는 병원비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돈보다 우선순위에 두고 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추후에 내 이력사항에서 보일 공백기에 있어서도 할 말이 있다. 요즘 간간이 면접을 보러 가면 공백기에 뭐 했냐고, 퇴사는 왜 하게 되었냐고 요목조목 묻는다. 마치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그들에게 시간을 돈 주고 빌렸는데 아무것도 불리지 못한 사람인 것처럼 느껴진다. 내 시간이다. 시간의 주인은 나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려면 그런 부분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고 명분이 있어야 한다. 설득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애석하지만 나중에 말할 명분을 생각해서도 지금보다 더 나은 시기는 없다고 판단하여 미루지 않고 진행하게 되었다.




그래서 연재 개념은 아니지만 시험관 일기 (난임 일기)를 하나씩 적어나가 보려고 한다.

오늘도 자궁경 수술을 하고 왔다. 꽤 많은 단계를 밟은 것도 같은데 지난 단계부터 하나씩 남겨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