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도 현역으로 들어간 내가, 시험관은 삼수생

by 깨알쟁이

결국 그렇게 3차까지 왔다.

이번에도 인공주기 이식이었다.


사실 배아 등급이 나쁘지 않고 자궁 내막 두께도 괜찮은데 2차까지 안 되니, 교수님도 PGT 검사를 권하고 우리도 동의했었다. 근데 좀 생각해 보고 지난주에 이번 차수까지만 그냥 시험관으로 해보겠다고 해서 PGT는 진행하지 않았다. 돈도 돈인데 그냥.. 한번 더 시험해보고 싶기도 했다.

교수님은 갑자기 바뀐 나의 태도에 의아해했지만 내 생각과 의지가 가장 중요하므로 그렇게 하기로 하고, 이번에 안 되면 무조건 PGT 하고 가자고 했다.

PGT를 안 한다고 해서 그런가, 원래 프로기노바랑 베이비 아스피린만 먹다가 약을 많이도 처방해 주셨다. 아무래도 이제까지 시도해보지 않은 것들을 더 해보면서 성공률을 높이려고 하는 것 같았다.


오늘로부터 1~2주 전부터 소론도 정과 그리고 듀파스톤 정이 추가되었다. 이로써 아침에는 3알, 점심에는 2알, 저녁에는 4알을 먹는 환자가 되었다. 질정은 사이클로제스트에서 예나트론으로 바뀌었다. 기존처럼 아침 밤에 1번씩 넣는 거라 큰 불편함은 없었다.

그리고 오늘 대망의 3차 이식날이 밝았다. 1,2차 때에는 일도 안 하고 집에서만 쉬니까 생각이 다 임신에만 쏠리면서 조급함이 컸었는데, 이번에는 일하고 적응하느라 그냥 일정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런 줄 알았다. 그렇게 가볍게 생각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3월 되고 나서는 운동도 한 번도 안 해서 몸은 엉망이고 잠도 많이 못 자서 피곤한 상태였는데, 그래도 여기에 온전히 집중하고 스트레스받는 것보다는 다른 곳으로 분산하고 정신적인 환기를 하고 있는 느낌이라 다행이라 생각했다. 오히려 잘 될 것도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도 있었다.

오늘은 병원 도착 한 시간 전에 배주사를 맞고 오라고 했다. 남편과 1시간 전에 지하 주차장에 도착해 오랜만에 용량 큰 주사를 하나 맞고 쓰라린 배를 잡으며 병원으로 올라가 피를 뽑았다. 하필 오늘 왼쪽 팔 혈관이 움직인다며 왼쪽 채혈 실패하고 오른쪽 팔로 넘어가느라 시간이 더 걸렸다.

10시 50분이 되어 나는 수술상담실에 들어가 이식 준비를 했다. 옷을 갈아입고 베드에 누워 콩주사를 맞기 시작했다. 면역을 일부러 떨어뜨리는 주사라는데, 입자가 크다더니 나중에 화장실 갈 때 보니까 거의 선크림과 수분크림 사이의 색상과 텍스쳐였다. 별 걸 다 맞아야 하는구나.

이걸 다 맞아야 이식을 받을 수 있나 했는데 다행히 그건 아니었고, 15분 정도 맞고 나니 이식하러 가자고 베드를 움직였다. 수술실에 들어가 교수님을 기다리며 이번에 이식할 배아 이미지를 보았다. 1,2차 때보다 훨씬 모양이 깔끔하고 예뻤다. 저런 데에 감흥은 크게 없는데 그냥 제일 모양이 덜 찌그러진 느낌이었다.

이제 5분쯤 지났을까, 교수님이 밝게 웃으며 수술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컴퓨터 차트를 보시더니 뭔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대화를 나누셨다. 음.. 나에게 와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오늘 피검사한 거 보니
착상되게 하는 호르몬 수치가 좀 많이 낮아요.
질정 넣으면 안 될 것 같은데..
질정이 잘 흡수가 안 되었나 봐요.
아무래도 엉덩이 주사로 바꿔야 할 것 같아요.
자세한 건 이따 말씀드릴게요.
아! 댁이 어디셨죠?”

어리둥절했다. 이식하기도 전에 더 긴장되는 말이었다. 오늘 챙겨 온 질정을 못 넣어준다는 건지, 이제부터 질정을 쓰지 말자는 건지..

그렇게 찝찝한 마음으로 이식이 이뤄졌다. 이식하면서도 뭔가 자궁 내막을 보더니 간호사분께 계속 두세 차례 뭔가 추가로 요청했다. 간호사분께서 밖에서 갖다 주기도 하고 안에서 꺼내어 전달하기도 했다. 음, 뭔가 더 잘 되게 해 주시는 거겠지..?

무사히 이식이 끝났고 지난 차수랑 다르게 모두 외쳤다.

“배아 잘 들어갔습니다.”


아무래도 바깥에서 듣고 있을 연구원들에게 외치는 노티 같기도 했다. 안 좋은 새 소식을 접하고 착잡했지만 일단 누워서 링거맞고 있는 나는 그대로 베드에 실려 원래 있던 자리로 갈 뿐이었다.

자리로 돌아와 다시 자세를 변경하여 일자로 누웠다. 머릿속으로 생각을 해보니, 하루에 2번 사용했던 질정을 대체한다는 것은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거다. 아.. 깊이 생각하기 싫어서 일단 회피의 의미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얼마 되지 않아 교수님이 직접 다시 나에게 왔고, 아까 말을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질정이 착상이 잘 되게 돕는 역할을 하는데 본인은 질정이 흡수가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그래서 ‘타이유’라는 주사로 변경하자고 했다. 문제는 이 주사는 내가 직접 놓을 수가 없다는 것. 이 병원에 오든 주변 내과나 산부인과 등 주사를 놔줄 수 있는 어느 병원에서든 가서 매일 2cc씩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유산 방지를 돕기 때문에 나중에 임신이 된다 해도 1달 동안은 내내 맞아야 한다고 했다. 하아..

솔직히 좀 당황스러웠는데 일단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교수님이 가고 나서 머릿속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제 어디 가서 주기적으로 맞지?‘

’아 저거 아프다던데, 그냥 질정 넣으면 안 되나?’

‘나에게는 저 주사가 안 올 줄 알았는데... 교만했네...‘

간호사분들은 타이유 주사가 돌주사라고 불리는 근육 주사로 많이 아프다고 했다. 이미 알고 있었다. 크녹산이랑 같이 다들 싫어하는 주사였기에 ’ 저것만 맞지 말자’ 싶었는데 나에게까지 왔다 결국.

콩주사 남은 거 다 맞고 약 1시간 반 만에 수술실에서 나왔다. 수납하고 원내약국에서 약을 타다가 주사실로 향했다. 그래도 주사는 잘 맞고 잘 참는 사람이니까 괜찮겠지 하면서 주사를 맞았다.

‘음, 들어갈 때 하나도 안 아프네! 오늘 아침에 맞은 류코스팀 배주사가 더 아팠어!‘

그러고 나서 2시간 넘게 점점 아팠다 안 아팠다 함을 경험했다...

작년 10월 초 나팔관조영술부터 11월 초 난자 채취.. 그 이후로 사실 시험관을 하면서 심적으로 힘든 게 더 컸다. 배주사가 자주 있지도 않았고 그냥 몇 십분 따끔한 것만 참으면 되는 수준이었다. 먹는 약도 1월 말 이후부터 확 늘어난 거고 가끔 두통과 메스꺼움이 있기도, 그리고 질정으로 질 나쁜 수면이 계속되긴 했지만 시험관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부모님과 미래의 우리 아기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나만 희생하면 되겠다 싶었다. 그 꿈으로 버텼고, 몇 차수가 된다 할지라도 ‘왜 포기해!’라고 생각했다. 오만방자한 생각이었다.

타이유 주사.. 심장 박동도 갑자기 빨라지질 않나 부작용 찾아보니 다른 약에 비해 부작용을 겪은 분들이 상당하다. 엉덩이 근육이 마비되다 못해 다리까지도 그 느낌이 전달되었다는 사람들의 글도 봤다. 웬만하면 후기를 잘 안 찾아보는 쫄보인 내가 그걸 보니 더 막막해졌다. 내가 이걸 맞는다고 해서 성공할지도 모르는데 괜히 내가 내 몸을 더 해치는 것 같아 무서워졌다. 이러다 유방 혹도 더 생기면 어쩌지? 아직은 괜찮은 갑상선, 그리고 지금도 간당간당한 혈압을 나 스스로 높이려는 건 아닐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이번 차수에 임신이 되어도 1달은 더 맞아야 한다고 하는데 그냥 이번에 안 되면 시험관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처음이다. 이제까진 그저 ‘될까 안 될까 ‘의 두려움뿐이었는데 이제는 나의 다른 장기들의 건강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버렸다... 그리고 병원에 갈 시간을 잡고 어떤 병원을 딱 잡고 꾸준히 가야 할지도 막막해져 버렸다.

여기서 포기하면 후회하려나? 아까울까? 내 건강 안 좋아지는 거 이제 그만하는 거 아닌가? 살도 오히려 빼고 운동하면서 몸 만들면 안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