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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구 Jul 19. 2019

일간 크러스핏 : 옥상 위의 청춘

우리들의 청춘 공동체


내가 채울 수 있는 '청춘'의 총량이 얼마만큼 인지 또 언제까지인지 알 수 없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아직 나는 여전히 성장하는 미래를 상상하고, 뜨거운 꿈을 꾸고, 하늘을 보며 손을 뻗고, 바다의 안부를 묻고, 달빛을 훔치며, 심장이 뛰는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청춘이다. 그리고 지금 이 청춘의 모든 순간을 어떤 청춘다운 장면과 이야기로 채울 수 있을까 늘 고민하고 상상한다. 수많은 상상 중 내 청춘에 반듯이 채우고 싶은 '청춘스러운' 장면과 이야기가 있다.



그 장면과 이야기 중 오늘 말하고 싶은 하나는 나를 포함한 나와 같은 청춘들이 '옥탑' 혹은 '옥상'에서 둘러앉아 청춘의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다. 맛있는 것도 있고, 고기도 있고, 술도 있고, 약간의 분위기도 있으며 음악도 있으면 더 좋겠다.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한 청춘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봤기 때문에 시작된 상상이며 채우고 싶은 청춘의 한 장면이다. 수많은 공간 중 왜 하필 옥상이냐 묻는다면 영화와 드라마로 간접 체험한 옥상은 내가 좋아하는 섬의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제주도를 그러니까 섬을 좋아한다. 23살부터 30살인 지금까지 여건이 안 되면 여건을 만들어서라도 매년 빠짐없이 꼬박꼬박 제주도에 찾아가 며칠씩 머무르고 올만큼 말이다. 누군가에게 섬은 거대한 바다로 둘러싸여 외부와 단절되고 고립된 외로운 공간이며,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외로운 사람들이다. 하지만 내게 섬은 바다를 둘러쌓아 놓고 외부의 여러 방해 요소들을 차단해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조성된 공간이다.



그렇게 조성된 공간은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도록 그래서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수 있도록 또 내 표현을 가감 없이 할 수 있도록 해준다. 내가 좋아하는 그런 섬에 모인 '스스로에게 솔직해진 사람'들은 외부에서 형성할 수 없었던 새로운 공동체와 연대를 형성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나는 이러한 이유로 '섬'이라는 공간을 특히 '제주도'라는 공간을 좋아한다.



앞서 말했듯 드라마와 영화에서 비친 옥상 혹은 옥탑방의 모습은 마치 도심 속 섬처럼 보였다. 특히 청준의 시기를 보내는 등장인물들이 모인 옥상은 그 어떤 옥상보다 내가 좋아하는 섬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드라마 '쌈, 마이웨이'가 내가 좋아하는 섬과 같은 옥상을 보여주었다. 나와 같은 '청춘' 시절을 보내고 있는 드라마 '쌈, 마이웨이' 속 주인공들은 이따금 옥상이라는 도심 속 섬이라는 공간에 모인다. 옥상에 모인 청춘들은 각자 내면의 목소리에 솔직해지고 그 솔직함에 스스로에게 그리고 서로에게 고백하고 싸우고 공감하고 위로하고 사과하고 용서하고 받아주며 사건을 해결해나가 궁극적으로 각자의 색이 뚜렷한 하나의 '청춘 공동체'가 됐다. 내가 상상하고 채우고 싶은 청춘의 한 장면처럼 말이다.


드라마 쌈, 마이웨이 중


내가 상상하는 청춘의 한 장면을 채우기에 '옥상'이라는 공간은 너무나 흔하지만 너무나 가기 힘든 공간이다. 섬보다도 말이다. 하지만 얼마 전 나는 상상만 하던 그 장면을 이뤄냈다. 나와 함께 청춘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도심 속에 섬 '옥상'에서 청춘의 이야기를 나누며 하나의 공동체가 되는 장면 말이다. 비록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내가 생각하던 '스스로에게 솔직해진 사람' 들의 이야기 그리고 영화나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이 오고 갔던 이야기는 없었지만, 이제 시작이다. 이 날을, 이 시작을 기점으로 우리는 우리의 청춘을 같이 나누고 즐기며 다시금 우리들의 섬이자 옥상에 모이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청춘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상 다시 모인 그날 우리는 첫날보다 더 솔직해지고, 더 깊어지고, 더 짙어질 수 있을 것이다. 옥상 위는 섬과 같아 그 어떤 외부의 간섭 없이 우리의 이야기만 펼쳐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청춘들이여, 모여라. 크로스핏 거츠로. 어디든 심장 뛰는 곳으로.


2019.05.21.

오늘의 일간 크로스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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