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질 더러운 남자 vs모자란 남자

어느 남자랑 사는 게 더 힘들까?

by 구름조각

예전에 삼겹살 집을 운영할 때 주방과 홀을 봐주던 이모님 두 분이 맥주를 한잔 하시다가 갑작스러운 대결이 성사되었다. 대결의 주제는 모자란 남자랑 사는 게 더 힘든지 성질 더러운 남자랑 사는 게 더 힘든지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대결에 임하는 당사자들의 결의가 남달랐다.


각자 내 결혼 생활이 더 힘들고 괴롭다는 것에 열변을 토하길래 난 그저 옆에서 흥미롭게 지켜봤을 뿐이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란 말처럼, 그들의 힘든 결혼 생활도 지켜보는 나에게는 한 편의 코미디일 뿐이었다.


일단 모자란 남자와 결혼한 이모의 입장은 이렇다.

모자란 남자와 살면 대화 자체가 안된다. 뭘 물어보면 속 시원히 대답하는 것도 없고, 아는 것도 없이 우물쭈물 말을 돌려서 사람을 미치게 한다. 특히 답답한 건, 몇 년째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쓰레기를 넣어서 버려야 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사실도 자꾸 잊어버려서 매번 쓰레기 불법 투기로 걸린다는 것이다. 이 모자란 남자가 유일하게 잘하는 게 청소인데, 쓰레기를 모아 검은 봉투에 넣으면 그걸 종량제 봉투에 안 넣고 그대로 갖다 버린다. 종량제 봉투를 꼭 써야 한다고 가르치면 종량제 봉투에 쓰레기를 담아 더 큰 검은 봉투에 넣고 묶어서 버린다. 종량제 봉투가 제일 바깥에 있어야 한다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요즘은 CCTV가 곳곳에 있으니 버릴 때마다 걸려서 벌금을 물어야 한다. 지난 5년간 그렇게 벌금을 낸 게 7번이고, 점점 벌금이 커져서 이제는 이모 이름으로 벌금을 낸다고 한다. 지식이 없는 게 문제가 아니고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것이 문제이다. 거기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을 몰라서 공감이나 위로 같은 걸 전혀 못한다. 이모 아버지가 췌장암으로 갑자기 돌아가신 후 첫제사에 같이 가자고 말했는데, 남편은 "거길 내가 왜 가냐?"라고 물어봤다가 한 대 맞았다. 근데 진짜 몰라서 물어본 뉘앙스라 이모를 더 화나게 했단다.

그에 반격하는 성질 더러운 남자와 사는 이모의 이야기다.

남편은 살면서 한 번도 생활비를 준 적이 없다. 아이 둘 키우는 동안 들었던 생활비는 다 이모가 번 돈으로 충당했다. 그러면서 집이나 차 같은 재산이 되는 것은 반드시 남편 명의로만 해 놓는다. 예전에 둘째 태어나고 얼마 안 돼서 도저히 이 남자랑 못 살겠다 싶어 집을 나왔더니, 애들 양육권 가지고 협박을 하더란다. 재산은 다 본인에게 있고 이모가 소유한 집도 없으니 양육권 소송을 하면 자기가 이길 거라며 자신만만해했다. 이모는 갓난쟁이인 둘째 딸이 눈에 밟혀 집으로 돌아갔다. 그 뒤로 종종 남편은 화가 날 때면 집안 식기를 깨면서 행패를 부렸다. 나중엔 이모도 지지 않겠다며 같이 접시를 깨기 시작했다. 그러나 깨진 그릇을 주워 담고 다시 새 그릇을 사놓는 건 이모가 할 일이었다. 이모의 생일날에는 이모 작업실로 찾아와서 친구들이랑 놀러 가겠다고 말했다. 이모가 "오늘 내 생일인데?"라고 말하니 갑자기 작업실 집기를 깨부수기 시작했다. 이모가 "지금 뭐 하는 거냐?"라고 물으니, "너 화나게 하려고."라는 대답을 하더란다. 사이코패스가 따로 없다.

이 치열한 결투의 승자는 모자란 남편과 사는 이모였다.

이유는 성질 더러운 남자는 그 성질만 안 건드리면 그냥저냥 사는데, 모자란 남자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야 돼서 그렇다고 한다. 승자에게 소소하게 맥주 한 병을 선물로 드렸다.


그날의 대결 후 3년이 지난 현시점, 성질 더러운 남자는 갑작스레 심장마비로 세상을 떴다. 성질 더러운 남자와 살던 이모는 이제 과부가 되어 혼자 5살짜리 딸을 키우고 있다. 딸아이가 아침에 침대에 누워 심장이 멎은 아빠를 발견했다.


모자란 남자와 살던 이모는 더 이상 못살겠다며 집을 나왔다. 남편도 자식도 없이 그저 혼자 벌어 혼자 사는 게 새로운 삶의 목표다. 이 모자란 남편은 밖에서는 허허실실 사람 좋은 척 살았기 때문에, 항상 주변 사람들은 이모를 착한 남편 욕을 하는 심술궂은 여편네라고 욕을 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만만하고 다루기 쉬운 사람을 착한 사람이라고 단정 짓는다.


이모들의 지난 결혼 생활을 들었던 난 그저 두 사람이 행복하길 바랄 뿐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산산조각 난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