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ert Eagle-실리카겔
영화 '듄'의 원작 소설을 쓴 프랭크 허버트는 기자였다. 그는 오리건 주 사막에 대한 기사를 쓰려고 현장을 취재한 적이 있는데, 이때 수집한 자료들이 사막행성 아라키스를 구상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프랭크 허버트는 40대가 되어서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 몇 편의 단편과 장편 소설을 쓴 후 1965년, 그의 나이 45세에 듄을 잡지사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연재된 후 네뷸러상과 휴고상을 연달아 수상하며 평단의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곧바로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가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것은 80년대부터였다.
기자에서 소설가가 된 이들의 생애를 유심히 읽곤 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김훈,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프랭크 허버트 등의 작품은 어린 시절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기도 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과학부 기자 출신이었고 그것이 SF소설을 쓰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특파원으로 건너 간 프랑스 파리에서 거트루트 스타인 등과 사귀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 삶의 궤적을 보며 나도 막연하게나마 '언젠가는 소설을 쓰게 되지 않을까'라는 낭만적 기대를 품고 산다. 지금은 인공지능 전문 매체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고, 브런치 작가로서는 사랑에 대한 에세이를 많이 써왔으니 SF로맨스 소설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설령 소설가가 되지 못하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글쓰기는 계속할 것이다. 그때는 내 삶의 모든 순간들이 글감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프랭크 허버트는 드넓은 사막을 봤을 때 무엇을 느꼈을까. 신의 계시처럼 사막 행성을 배경으로 한 장대한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떠올렸을까. 아니면 그저 사막의 열기와 풍경에 압도되었을까. 그 순간 작가의 감상을 알 수는 없지만 상상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실리카겔의 'Desert Eagle'을 들었을 때 사막에서 운명의 무게에 허덕이는 폴 아트레이스를 떠올렸다. 폴은 자신이 전우주를 전쟁으로 몰고 가게 될 영웅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긴 서사시에서 그는 인상적인 한 챕터를 여닫은 인물로 기록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태어나고 죽으며 역사는 흘러갔다.
프랭크 허버트는 한 명의 영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 않았다. 긴 시간 동안 정교하게 구상한 듄의 생태계와 긴 역사를 서술했다. 작가는 수많은 시간 동안 바람에 부스러진 모래만 남은 사막에서 어떤 영광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죽음밖에 없을 것 같은 사막에서도 생명이 있고 그들 나름의 생존법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한 사람의 위대함으로 완성되는 영웅서사가 아니라 모든 생명이 빈틈없이 짜 맞춰진 톱니바퀴의 일부로 작동하는 이야기를 써야 한다고 다짐했을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은 나의 상상일 뿐이다. 사막의 밤에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모닥불을 피워놓고 프랭크 허버트와 대화를 나누는 상상을 한다. 한국의 밴드 음악을 들려주며 "이 노래가 당신을 닮았다"라고 말할 것이다. 그는 꽤나 마음에 들어 할 것이다. 허무맹랑한 상상인가? 위대한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aU-zmH3lrk4
Desert Eagle -실리카겔
대지에 씨를 뿌리고 밤이 오면
낙타와 길을 헤매고
말하지 못한 비밀과 잠에 들면
사막에 빛이 내려와
섬광 섬광
북극에서 떠오른 섬광
오 음악 없는 나라로
죽은 분들의 세계로
We love for the end desert
We march for the end desert
Evolving to be safe you and I
Dive into the time desert
기계와 친구가 되는 공장에서
신비한 힘을 느끼고
이 사막에서 꼭 살아남자
마지막 행복을 위해
섬광 섬광
북극에서 떠오른 섬광
오 벼락 치는 나라로
유아독존의 세계로
We love for the end desert
We march for the end desert
Evolving to be safe you and I
Dive into the time dese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