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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Oct 07. 2023

청량한 우울, 양문학 소년소녀

ソ-ダ水 (소다수, Soda-Sui)-羊文学

 아침 공기에 겨울 냄새가 짙어지는 계절. 조금 서둘러 나온 출근길에 들른 카페에서 제법 마음에 드는 노래를 찾았다. 맛있는 커피, 좋은 노래 한 곡이면 쉽게 하루치 행복을 충전한다. 출근길과 퇴근길 그리고 늦은 산책길까지 이 노래와 함께 했다. 히츠지분가쿠라고 읽고 양문학이라고 쓰는 밴드의 노래 '소다수'를 들으면 겨울의 공기 같은 청량한 우울이 묻어난다.

⊙히츠지분가쿠가 걸어온 길

 히츠지분가쿠는 2012년에 결성되어 여러 번 멤버가 바뀌었다. 그러나 주축이라고 할 수 있는 시오츠카 모에카가 보컬과 기타를 맡아 밴드의 정체성을 지켰다. 시오츠카는 양(羊)이라는 한자가 있으면 '뭔가 멋있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음악보다 더 큰 세계관을 표현하기 위해 문학(文学)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섬세하고 감성적인 사운드는 문학적 가사와 만나 그들의 세계관을 이룬다.

⊙보석처럼 반짝이는 EP[きらめき (반짝임, Kirameki)]

 2018년 첫 번째 정규앨범 [若者たちへ(Dear Youths,)] 이후 세 번째 EP [きらめき (반짝임, Kirameki)]를 발매했다. '소녀'를 테마로 한 EP는 전보다 대중적이면서 몽환적인 분위기가 강해졌다. 오늘 소개하는 곡 ソ-ダ水 (소다수, Soda-Sui)는 '방과 후 소다 먹기 좋은 날'이란 유튜브 드라마의 삽입곡이 되었다. 드라마는 사나, 모모, 무코라는 세명의 여자 고등학생들이 가장 맛있는 크림소다를 찾아 나선다는 내용이다. 귀엽고 가벼운 에피소드로 왓챠에서 볼 수 있다.

⊙맑고 서늘한 슬픔의 정서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청량하다'는 단어는 '맑고 서늘하다'는 의미의 형용사이다. 맑을 청(淸)자와 서늘할 량(涼)자를 쓴다. '청'이라고 발음할 때 혀끝과 입천장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는 '량'자를 발음할 때 둥글게 흩어진다.


 가을 하늘이 맑은 날에 단맛 없이 탄산 기포가 터지는 듯한 노래를 들었지만 음악의 정서는 어쩐지 우울하고 불안하다. 가사에 힌트가 있을지도 모른다. 일본어 가사를 해석해 봤다.


ソ-ダ水 (소다수, Soda-Sui)-羊文学

体中がいっぱいになって

心を言葉にしなくちゃ

온몸이 꽉 차서

마음을 말로 해야지

溢れそうだ

넘칠 것 같아

怖くて仕方ない

무서워서 견딜 수 없어

バランスがいつだって大事だ

균형이 중요해

ストップモーション

스톱모션

僕らの部屋は井戸の中浮かぶ小舟だ

우리 방은 우물 안에 떠있는 작은 배야

波を打つきみの息の根は新しい飛行機雲だ

파도를 치는 너의 숨결은 새로운 비행기 구름이야

悲しみが遠くから足音も立てず

やってくるなんて予想もしなかったよおかしいね

슬픔이 멀리서 발소리도 내지 않고

올 줄은 예상도 못했어 이상하네

おとぎ話よ 一瞬で魔法が解けたら

深呼吸して本当の言葉で話そう

동화여 한순간에 마법이 풀리면

심호흡하고 진실된 말로 이야기하자

綺麗じゃなくてもそうしよう

예쁘지 않아도 그렇게 하자

傷つかないようにさ笑ってみせるから

상처받지 않게 웃어 보일 테니까

目を逸らしたのに疑いもしなかったよおかしいね

눈을 돌렸는데 의심도 안 했어 이상하네

一番綺麗だ 一瞬で今が歪んでも

제일 예쁘다 한순간에 지금이 일그러져도

飛行船を探して街を歩こうよ

비행선을 찾아서 거리를 걷자고요

おとぎ話よ 一瞬で魔法が解けたら

深呼吸して本当の言葉で話そう

동화여 한순간에 마법이 풀리면

심호흡하고 진실된 말로 이야기하자


우리의 방은 우물 속에 있는 작은 배다.
요동치는 너의 숨결은 새로운 비행운이다.
슬픔이 멀리서 발소리도 내지 않고 올 줄은 몰랐어
눈을 돌렸는데 의심도 안 해, 이상하네
동화여 한순간에 마법이 풀리면
심호흡을 하고 진실된 말로 이야기하자

힌트가 되어 줄 만한 몇 줄의 문장은 이미지를 연상하게 했다.


작은 방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있지만 눈만은 피하고 있는 두 사람.

소리가 되지 못한 단어들은 길게 내 쉰 숨소리 사이로 새어 나와 의미를 짐작하게 한다.

아름다웠던 시간은 끝나고 슬픈 현실을 직면해야 하는 순간이지만 거짓말 보단 진실을 원한다.


 어느 날 어느 공간에서 느껴본 적 있는 감정.

 우리 안의 감정은 언어가 되어 형체를 얻는다.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은 예술에 투영하여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일본어와 한국어란 언어의 간극을 넘어서도 공감할 수 있었던 맑고 서늘한 슬픔. 나는 요즘 이런 감정의 파동 속에서 살고 있었나 보다. 그 감정을 인지하고 언어가 되기 전에 먼저 노랫소리에 공명하고 가사를 읽으면서 나의 슬픔을 알아챘다.

‘슬픔 속에서 살아가고 있구나.’


https://www.youtube.com/watch?v=JYlGC0eO0Ag


사진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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