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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Cafe 9 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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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Jun 23. 2024

커피, 카페, 브랜딩

맛있는 커피와 좋은 카페만 리뷰한다는 다짐

 카페 브랜딩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많은 카페들이 브랜딩은 뛰어난데 커피맛은 평범하다 못해 기본도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매거진 'Cafe9 Room'에 글이 뜸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카페 투어를 다니다 어처구니없는 곳을 많이 봤거든요.


미리 내려놓은 필터커피

 한 카페는 레트로 감성 카페로 크게 화제가 되어 방송에도 나온 적 있어요. 저도 많은 기대를 품고 필터 커피를 한잔 시켰죠. 그런데 1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커피가 나온 게 아니겠어요? 당황해서 커피가 벌써 나온 거냐고 물으니, 사장님이 새로 내려 드릴 테니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

    "저희가 장사하는 사람이라서요."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커피 원두를 분쇄하고 뜨거운 물을 부어 정성스럽게 내리는 커피 한잔을 마시려고 굳이 필터 커피를 주문한 겁니다. 그런데 미리 내려놓은 커피를 설명도 없이 손님에게 어디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상도덕입니다. 


 변명하듯 내뱉은 '장사하는 사람'이라는 말에 더 화가 났습니다. 돈 받고 커피를 파는 사람이면 정말 제대로 된 커피를 내놔야 하는 거 아닙니까? 다른 손님들과 똑같은 돈을 지불했는데 왜 저는 미리 내려둬서 향이 다 날아간 커피를 마셔야 하는 거죠? 마치 장사는 만만한 손님을 속이는 거라고 착각하는 모양입니다.


 괜히 소란을 피우기 싫어 참고 넘어갔지만 다시는 안 갑니다. 리뷰도 안 해요. 어떤 식으로든 그런 상도덕 없는 카페를 언급해서 조금이라도 유명세를 얻게 하지는 않을 겁니다. 

더러운 바, 맛없는 음료

 콘셉트와 인테리어가 독특해 '인스타 핫플'로 유명한 카페를 간 적이 있어요. 그런데 시그니처 음료라는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 바 안쪽을 들여다보니 엉망진창이었습니다. 행주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고 커피 가루가 온 사방에 떨어져 있는데 누구 하나 치우지도 않더군요. 


 크림이 올라간 커피를 받았는데 크림은 거품이 부글부글 올라오고 커피와 밸런스도 맞지 않았습니다. 크림 위에 후추를 뿌려놓았던데 신선하게 갈아낸 후추도 아니고 요리용 순후추 맛이 나더군요. 커피와 핑크 콘 페퍼의 스파이시한 향을 함께 즐기는 경우는 봤지만, 순후추를 크림과 함께 커피로 마시는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의외의 조합이 성공적이지도 않아 텁텁함만 남았습니다. 


 커피는 모르고 인테리어만 아는 카페 대표는 손님에게 이런 음료를 내놓는군요. 이러쿵저러쿵 부정적인 리뷰 써봤자 진상취급받을 테고, 인스타 핫플로 잠시 떴다가 유행 지나면 시들해질 테니 무시하기로 했습니다.

트렌드에 휩쓸린 로스팅

 최근 방문한 카페는 콘셉트, 인테리어, 직원교육, 브랜딩 스토리까지 모두 좋았는데, 커피맛이 너무 약했어요. 충분히 단맛을 낼 수 있는 생두를 가지고 충분히 맛을 뽑아내지 못한 커피였습니다. 로스팅이 약해서 단맛과 향미가 충분히 발현되지 않은 커피였습니다. 컵노트의 뉘앙스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요. 의도적으로 연하게 내렸다기 보단 잘못 내려서 커피 맛이 빈약하고 느꼈습니다.


 최근 커피업계 트렌드는 생두를 약하게 볶아서 향미를 강조하는 스페셜티 커피 위주인 것 같은데 조금 아쉽습니다. 라이트 로스팅은 아주 노련한 스킬이 필요합니다. 적절하게 향미와 단맛의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로스팅을 해야 하죠. 자칫 잘못하면 덜 볶인 상태로 로스팅이 중단될 수도 있습니다. 


 라이트 로스팅 원두를 추출할 때도 좀 더 스킬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커피를 볶을수록 추출이 쉬워지고 균일한 커피맛을 낼 수 있죠. 바리스타는 라이트 로스팅 커피의 맛을 충분히 우려내기 위해 분쇄도를 조절하거나 유속이 느린 드리퍼로 교체할 필요가 있어요. 그런 노력이 없으면 비싼 생두로 맹물 같은 커피를 내릴 뿐이죠. 되려 강배전 원두로 묵직하고 초콜릿 풍미가 있는 올드스쿨 커피가 그리워집니다.


 잘 내린 한잔의 커피와 함께 즐기는 공간의 경험. 스타벅스는 대도시의 바쁜 직장인들에게 커피와 함께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고, 1992년 파리의 철학 카페(Café-philo)는 치열한 토론의 장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공간은 카페에서 손님들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주는 요소입니다. 그럼에도 카페의 본질은 커피라고 생각합니다. 

 네거티브는 포지티브를 이길 수 없다.

 산업의 발전을 위해선 나쁜 점을 지적하는 것보다 좋은 점을 조명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맛있는 커피만 리뷰할 겁니다. 제대로 로스팅하고, 다른 곳에서 마실 수 없는 시그니처 메뉴가 있고, 커피를 잘 내리는 바리스타가 있는 곳만 'Cafe9Room'에 글을 올릴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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