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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간호사 퇴사

Feat. 서울대학교병원

by 사없사

우선 처음으로 글을 써보는 것이라서 두서없이 주저리 주저리 되는 글이 될 것 같다.


신규간호사 퇴사 사유

신규간호사 퇴사라고 치면 간호사 커뮤니티만 가도 수없이 많은 글들이 나온다. 중요한 사실은 연도를 막론하고 이놈의 신규간호사 퇴사는 해마다 글이 한 100개는 넘게 달리는 것 같다. 다른 병원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지극히 개인적으로 느낀 점들을 서술한 것이다.


1. 이상한 근무 스케줄

간호사의 수면 패턴 붕괴

간호사는 근무 스케줄이 굉장히 독특하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교대근무와는 조금 다른 D, E, N의 근무 구조를 짧게는 하루 꼴로 바꿔가며 일한다. 우리의 몸은 생체리듬이란 게 있다. 해가 뜰 때 활동을 하고 해가 지면 수면에 들어가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또한 1~2시간 늦게 자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일찍 자는 것은 정말 고역이다. 아침 근무 특성상 7시 출근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신규간호사는 막내잡이 있다. (없는데도 있을 거다.) 더군다나 환자 파악을 위해 더 일찍 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일반적으로 출근은 최소 6시 반 전이라고 본다. 퇴근은 3시 반이다. 이따 또 얘기할 큰 이유 중 하나인 인수인계가 끝나면 퇴근이다. 이런 근무 일정만 한다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생각해 보자 6시 반에 출근하려면 몇 시에 일어나야 할까? 물론 이건 개인편차가 있겠지만 출근준비하는데 30분 정도 소모된다는 나의 기준으론 적어도 6시에 일어나야 한다. 이것도 집에서 병원까지 걸어가는데 5분이 채 안 걸렸을 때의 가정이다. 그렇다면 넉넉하게 5시 50분에 일어나야 한다. (동기들 보면 집도 멀고 해서 5시에 일어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면 성인 기준 평균 권장 수면시간인 7~8시간을 적용해 보겠다. (요즘 누가 저렇게 많이 자냐 하겠는데, 적게 자도 되면 적게 자면 된다. 난 7~8시간은 자야 몸이 편하더라.) 5시 50분 기준 10시에서 11시 사이에는 수면에 들어야 한다. 여기 까진 좋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 습관.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우리는 교대 근무다. 실 예로 오늘은 아침 근무로 10시에 잠들었다. 내일은 저녁 근무다. 저녁 근무는 보통 (병원마다 다르다.) 3시 반부터 11시까지이다. 이미 취침시간을 넘어서 퇴근했다. 근데 보통 간호사에게 칼퇴는 쉽지 않다. 물론 병동 by 병동, 병원 by 병원이겠지만 수직적인 문화 속에 MZ 식 칼퇴는 어림도 없다. 하지만 11시 칼퇴를 했다는 가정을 하겠다. 옷도 갈아입고 인사도 드리고 집에 도착하면 거의 11시 20분쯤이다. 병균 가득한 곳에서 왔으니 씻고 자려고 누워도 11시 반이 훌쩍 넘어가 12시가 다 돼 간다. 또 우리는 집 와서 바로 잘 수 있냐? 아니다 공부해야지. 오늘 배운 건 오늘 복습하는 것이 필수다. 뭐 이것저것 하다 보면 1시가 돼서야 비로소 잠이 들 수 있다.

생활 패턴을 바꾸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하루 2시간만 일찍 일어나도 그날 피곤함이 평소보다 배로 느껴진다. 오늘 1시에 잤는데 내일은 또 나이트 출근이네? (보통은 이렇게 극단적으로 스케줄을 짜진 않는다. 하지만 각 근무가 다른 근무로 전환되는 시점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늦게 자는 거? 밤새는 거 할 수 있다. 근데 그 뒤에 아침 출근길이 정말 지옥이다. 거의 모든 간호사가 다 3~4시간도 못 자고 출근한다. 엄청 피곤한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또 아침 근무 때는 일반인들이 다 활동할 시간이라 할 일은 또 엄청 많다. 그냥 몸도 힘든데 일도 많고 물도 못 먹고 밥도 못 먹는 게 이거 때문이다.


여기서 why? 왜 이렇게 근무 스케줄을 하냐 궁금할 수도 있는데 일반인들 입장에선 이번주는 내내 오전 근무하고 다음 주는 저녁, 다다음주는 야간 이렇게 하면 되지 않나 싶겠지만 나도 그게 의문이다. 나름대로의 규칙이 있어서 그런 거 같긴 한데 납득하기가 어렵고 최소 20년 넘게 이어오던 시스템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어려움

필자는 사람 만나는 게 너무 좋다. 특히 지인들이랑 만나서 맛있는 것도 먹고 이런저런 수다를 떨면 그렇게 하루가 즐거울 수가 없다. 그런데 K-직장인인 친구들과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애초에 주말근무(누군가에겐 주말에 쉬는 게 당연하겠지만.)를 하기 때문에 만나기가 쉽지 않고 여자친구도 만나기 어렵다. 퇴근하고 볼 수 있나? 그것도 피곤하고 이래저래 해서 만나기 쉽지 않다. 체력이 안되거든.. 안 그래도 일하면서 스트레스받고 하는데 이것도 풀 시간도 없다. 물론 실제로 일하는 시간은 표면적으로 8시간으로 남은 시간에 놀고 쉬면 되지 않냐 할 수 있다. 이것도 맞는 말이다. 실제로 오히려 평일에 놀러 다니고 하는 3교대의 이점을 매우 잘 활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세상에 어떤 것도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지 않냐. 하지만 이것도 사람마다 느끼기에 다르지만 나한테는 이것도 단점 중에 하나다.


- 추가로 무언가를 배우기에도 아주아주 안성맞춤이 아니다. 본디 스케줄이 미리미리 확정이 돼야 계획을 짜겠는데 간호사는 근무 스케줄을 수간호사가 짜는데 이것도 짜는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 달라서 언제 나올지도 모르고 나오더라도 수정될 확률이 매우 높다. 그냥 일만 하는 기계인가 보다..


2. 극심한 스트레스와 건강악화

생명을 다루는 직업은 생각보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세상에 안 힘든 직업이 어디 있을까 싶겠지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직군에 스트레스는 보기보다 엄청 크다. 우리가 들어본 적 있는 대학병원들은 보통 일반 병원 같은데서는 건들지도 못할 정도의 환자들이 많이 온다. 내가 본 상급종합병원은 그런 환자들을 받기 위해 있는 곳이기도 하고 상당히 다양한 질병과 증상들을 가진 환자들이 온다. 간단한 예로 인공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는 환자들, 들어가고 있는 고위험 약물이 끊기면 그대로 심정지가 오는 환자들이 있다. 이것들에 문제가 없으면 환자는 정말 잠든 것처럼 평온하지만 반대로 무엇하나 삐끗하거나 보이지도 않는 세균에 감염되어 열이 나고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고 하면 정말 응급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행동 하나하나에 긴장을 더하고 높은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 이것 자체로 정신력과 체력이 상당히 소모된다. 뿐만 아니라 앞서 말한 것처럼 수면패턴도 일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스트레스는 건강에도 직격타가 된다. 실제로 필자도 입사 2개월 만에 체중 5kg이 빠졌고 이러한 얘기는 정말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물론 스트레스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간호사의 스트레스가 객관적으로 적냐 한다면 그것은 아니다. 우리는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지 않는가. 실제로 병원에서 다루는 질병의 90% 원인에는 스트레스가 들어간다. 근무 내내 만성 소화불량에 심하면 위경련에 장염까지 왔었다. 이 스트레스가 영원하다는 건 아니다. 일이 익숙해지고 자신감도 붙으면 스트레스는 덜해지지만 없어지는 건 아니다. 스트레스 요소가 일에만 있느냐 여기서 제일 중요하다. 일하면서 스트레스가 하나면 그것을 없애려고 독서도 하고 상담도 받고 취미도 하고 하겠는데 간호사는 스트레스가 굉장히 복합적이고 지속적이다.


간호사는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크다.

동료간호사 선후배 간호사와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크다. 간호사의 업무 구조는 굉장히 수직적이다. 가히 군대보다 더하다고 할 수 있다. 윗년차 간호사는 거의 말년병장의 파워보다 더욱 강하다. 뉴스에 간호사 태움만 처도 정말 간악무도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었다. 환자의 목숨이 걸린 일이라는 것을 핑계로 심한 욕설도 서슴지 않고 하는 것들이 그중 하나이다. 자기 일만 열심히 하면 되지 않나요, 그냥 무시하면 되지 않나요. 그게 정말 불가능하다고 본다. 간호사는 한 환자를 여려 명의 간호사가 돌아가면서 보기 때문에 인수인계라는 것을 한다. 이것은 짧게는 10분에서 30분 정도 환자에 대한 과거력 현 진단명, 사용되는 약물, 수술기록, 타과 진료 기록, 검사 결과 등등등 너무나도 알아야 할게 많다. 이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한 환자에 대해 8시간 내내 온전히 파악하기 위해선 알아야 할게 넘쳐난다. 그래야 제대로 된 간호를 할 수 있고 의사와의 소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나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볼 수밖에 없다.

관계가 동료만 있는 게 아니라 환자, 보호자, 의사, 병원에서 일하는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과도 있다. 여기서 문제는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있는 개인의 그릇이 정말 태평양보다 넓지 않은 이상 스트레스로 인한 갈등상황은 필연적이라고 생각한다. 병원 내에서의 갈등상황은 추후에 자세히 얘기하려고 한다.


이러다가 환자에게 정말 피해가 갈 것 같다. 간호학과 4학년동안 배운 내용은 실제 임상에서 써먹을 수 있는 게 많이 없다. 입사 후 2주 동안 배우는 내용은 정말 생소하지만 이것도 다 하나의 과정이기에 감수할 수 있지만 우린 배운 것들을 가지고 직접 환자에게 나아가야 한다. 그것도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환자들 말이다. 이게 진짜 고역이다. 이미 일하는 간호사 입장에선 신규 간호사는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몽매한 사람들인데 이들을 교육하는 것 또한 간호사의 일이다. 내 일도 바쁘고 힘들고 벅찬데, 신규 간호사 커버도 쳐야 하고 못하는 것은 대신해주고 교육까지 해야 한다. 물론 서울대병원은 교육전담간호사가 있어서 이 부분은 조금 커버가 되지만 그들은 9-6시 근무라 항상 우리와 함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환자를 보라고 이거 그냥 사람이면 미치고 돌아버리는 상황이다. 남한테 피해를 줄지도 모른다는 점이 엄청난 스트레스이다. 그렇다고 다른 간호사들이 친절히 알려주면 좋겠지만 그들에게 신규는 한 번은 알려줄 수 있지만 두 번은 안돼. 이런 입장이다.


불확실한 것에 대한 스트레스, 오늘은 또 어떤 환자를 볼까. 일반적인 회사라면 내가 오늘 할 일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보통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면 적응기간이 어느 정도 걸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간호사는 그런 건 없다 매일 바쁘게 적응해야 한다. 오늘은 심정지 환자가 올 수도 있고 오늘은 폐가 정말 망가져서 오는 환자 일 수도 있고, 이것은 사실 중환자실에만 해당되는 경우 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환자가 올지 모른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 환자에 대한 간호사 배정도 10년 차 정도 되는 책임간호사가 한다. 무슨 기준으로 투명하게 그것들을 하는지는 나는 모르겠다. 나름의 철학이 있을 테지만, 이것도 스트레스다. 이것은 무지에 대한 두려움일 수도 있다. 더군다나 일에 자신이 없는 신규간호사에게 엄청난 압박 그 자체다.


엄청난 공부량 워라밸의 소멸 어느 직군이 워라밸이 좋겠냐만은 간호사 입장에서 워라밸은 진짜 없다. 이것은 병동 3교대 기준이다. 우선 일찍 출근하고 오버타임 근무는 일상이다. 왜냐하면 환자가 갑자기 안 좋아질 수도 있고 응급 수술환자가 생길 수도 있고 이것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이것들이 아니다. 신규간호사는 일이 느리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은 10년 차 간호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어쨌든 환자에게 해야 할 일들을 모두 연차와 관계없이 수행해야 한다. 난이도 차이는 분명히 있지만 어쨌든 하는 일은 똑같다. 일하는 속도가 느리니 제때 업무를 마칠 수가 없다. 이것은 시스템적인 문제다. 또한 퇴근 후에는 공부해야 할 것이 산더미다. 병원이 간호사에게 요구하는 레벨은 최소 2~3년은 흐른 뒤의 모습이다. 1~2년 차 까지는 배워야 할게 산더미다. (이건 중환자실이라 그런 거 같다.) 집 가서도 공부하다 보면 어느샌가 나의 삶은 사라져 있다. 난 진짜 하나만 스트레스받아도 못 살 거 같은데 참 다양하게 날 괴롭힌다. 이것도 배움의 과정이고 즐기면 되는데, 하지만 난 직장인이고 놀고 싶고 쉬고 싶다, 내가 정말 임상에 뜻이 있다면 참 좋겠지만 지금은 없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를 종합하자면 생명을 다룬다는 스트레스, 수직적인 구조에서 오는 답답함과 내리 갈굼, 환자와 보호자와의 갈등, 신입으로써 스트레스, 라이프가 사라지는 스트레스, 자기 통제감이 없는 삶이 있는 것 같다.



진짜 간호사는 몸도 쓰고 머리도 쓰는 직업 같다. 체력도 필요하고 멘탈에 똑똑하기까지 해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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