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 일, 그거 엄마 작품이야!"
사려니 숲 길을 천천히 걷는 중 슬며시 다가온 엄마가 말한다. 역시 우리 엄마 최고야! 엄마에게 엄지척을 날리며 다시 한 번 너무 고맙다고 말한다.
어제 저녁이었다. 숲 산책 마치고 돌아온 어느 저녁 아빠가 나와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진지한 얼굴로 엄마도 곁에 앉으시더니 천에 곱게 쌓인 봉투를 꺼내 아빠에게 건네주셨다.
"솔방울 평화야 할아버지가 평생을 몰았던 큰 차 팔았어.
할아버지 할머니가 앞아로 얼마나 오래 살지 모르지만, 너희들이 대학갈 때 이 돈을 꼭 써주면 좋겠어.
그러니 사양하지 말고 받아."
이제 겨우 6학년, 3학년인 손주 손녀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해 주시다니. 엄마 아빠의 분신인 차를 판 돈도 결국 자식과 손주, 손녀에게 내어주는 모습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는 순간 솔방울의 두 눈이 왕방울 만해져서 나에게 묻는다.
"엄마 내가 이렇게 큰 돈을 받아도 되는 거예요?" 그러더니 잠시 후에 큰 결심한 듯 말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저 서울대에 갈게요! 정말 감사해요!"
아니 왠 서울대. 다짜고짜 서울대라는 말에 순간 모두가 빵 터졌다. 얼마전 친한 친구 형의 입학이 솔방울에게 서울대의 존재를 알게했는데 짜식 이런 타이밍에 그 일을 떠올리다니. 진지했던 분위기의 반전으로 만들어주다니 엉뚱함으로는 이미 서울대다!
바로 어젯밤의 그 일을 두고 엄마가 말했다. 어제 그 일 그거 다 내 작품이라고. 이제 앞으로 큰 돈을 만지며 사는 일이 얼마나 되겠냐며. 다들 알아서 잘 준비하고 있겠지만 그래도 할아버지가 은퇴 했을 때 손주들에게 직접 대학 등록금을 전해주면 어떻겠냐고 아빠에게 말했다고 한다. 역시나 아빠는 고개를 끄덕였고 어젯밤 그런 황당함의 웃음을 나눌 수 있었다.
가만 보니 알겠다. 작은 일에 의미부여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 버겁고 힘든일은 물론 일상적인 일도 일단 나에게 일어나면 다 기적이라며 기적을 자주 외치는 사람이 바로 나인데 나 그거 내츄럴 본이었구나! 난 엄마를 고스란히 닮은 거였어. 이왕 하는 일 의미 부여해서 으쌰으쌰하고, 그 작은 일로 삶을 더 귀하게 여기게 되는 것. 그 일이 주는 매력을 고스란히 알게해준 엄마에게 새삼 감사하다. 엄마 덕분이니까 앞으로도 별거아닌 일도 별거로 만들며 일상을 좀 더 촘촘하게 바라보며 사는 일에 당위성이 생긴다. 아이들과 수 백번도 더 보았던 영화, 트롤 OST의 가사가 절로 떠오른다.
"우~~~ 타고난 걸 어떻해~~~"
그 타고남을 더 발현하기 위해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 그것말고 또 엄마 작품이 뭐야?"
엄마는 말한다. ㅇㅇㅇ, ***, ㅁㅁㅁ, ㅅㅅㅅ
좋다. 좋다. 다 좋다.
한 손가락이 가득 차도록 세고 있는 엄마 모습이 난 너무 좋다!
울 엄마 인생 부라보!
우리 정여사님 인생은 역시 부라보야!
그러니 아픈 몸을 탓하는 건 이제 그만!
지금 이 삶의 모습과 반려하며 우리 앞으로 작은 일도 아낌없이 의미부여 팍팍 하며
이 번생을 살아가자 엄마!
가만 보니
삶이란, 행복이란 결국 그런게 아닐까?
그걸 엄마의 딸인 나에게 알게해준 것
그 일도 엄마 작품이네?
내 마음은 전부 엄마의 작품이야.
그래서 내 마음은 언제나 밝은 마을이야.
고마워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