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중국의 문을 두드리는 일본, 그럼에도 쉽지 않은 이유
일본 드라마의 리메이크판은 왜 중국에서 통하지 않는가?
작년에 후지 TV의 ‘월 9’의 리메이크 형식으로 전파를 탄 뒤 최종 시청률 20.9%를 기록한 드라마 ‘프러포즈 대작전’의 중국 리메이크판이 방송되었죠. 해당 작품은 지금까지의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 방식과는 달리 원작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중국인의 기호에 맞추었기 때문에, 일본의 감독과 작가를 특별히 초청하여 리메이크 판 제작에 참여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시청률을 보니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한 마리도 못 잡는다’는 말이 옳다는 걸 증명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죠. 일본 연예계는 그동안 '중국'에 끊임없는 러브콜을 보내온 게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중국에서 큰 효과를 본 분야가 없다는 점이 일본 엔터 업계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일본은 이 때문에 '왜 중국에서만?'이라는 의문점을 갖고 계속 고민 중이죠.
사실 일본 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닛폰 필'의 형태로 유행이 잘 되는 편입니다. 리메이크작도 시청률이 비교적 높았죠. 2013년에 높은 시청률을 보였던 김혜수 씨 주연의 '직장의 신'은 일본 드라마 '만능사원 오오마에'의 리메이크작이기도 합니다.
이렇듯이 일본 드라마와 예능의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동남아에 리메이크나 플랫폼 수출의 형태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문화 수출에 강점을 가진 일본 드라마가 유난히 난관에 부딪히는 지역이 있습니다. 바로 중국 지역이지요.
1. 역사적인 문제
: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죠. 중국의 경우 ‘난징 대학살’에 대한 반일 감정이 아직도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그런 관계로 중국을 여행할 때 보면 항상 ‘항일 투쟁’ 관련 드라마들이 많이 방영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2. 2007년 중국과의 영토 분쟁 시작(센카쿠 열도(중국 명 ‘댜오위댜오’) 분징)
: 영토 분쟁을 시작으로 미약하게나마 중국에 존재하던 ‘닛폰 필(우리나라의 한류와 비슷한 문화)’이 없어지게 됩니다. 그나마 남아있던 애니메이션류까지 중국 정부의 통제 하에 들어가게 되는 시기가 이 시기죠(그래도 우리나라 사드는 이 때 보다는 제재가 덜했던게 맞습니다. 이 때는 아예 도요타 자동차 공장이 반일 감정으로 흥분한 군중들에 의해 불에 타기도 하고, 일본인에 대한 테러도 일어났었죠)
3. 일본 드라마의 소재나 분위기에 대한 거부감
: 해당 부분이 바로 원문에서 지적한 부분입니다. 바로 일본 드라마의 주제가 중국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 것이지요. 특히 소재 면에서 그렇습니다. 중국은 사회주의 원칙을 아직은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자유로운 성 문화나 젊은이들의 자유로운 동거 등을 소재로 한 드라마에 중국 시청자들은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상 세 가지 포인트에 기반해서 일본 드라마의 중국 진출에 관한 문제점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현재 한국 드라마는 중국에서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한국 드라마의 인기 요인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선을 넘지 않는 방향 설정 + 적절한 자극
: 중국에서 성공한 드라마의 예로 장서희 씨가 주연한 ‘아내의 유혹’을 예로 살펴보겠습니다.
남편이 다른 여인과 사귀게 된다는 설정 역시 일본과 마찬가지로 ‘불륜’의 영역에 속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과는 다른 스토리와 연출을 보여 줍니다. 바로 ‘권선징악’을 명확하게 보여준다는 것이죠. 일본의 ‘불륜’은 아름답게 포장된 불륜으로 안타까운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어쩔 수 없이 사랑에 빠진 것뿐인데 무슨 죄냐… 뭐 이런 분위기죠. 그러나 우리나라는 본처가 확실하게 ‘징벌’에 나서면서(그것도 너무나 통쾌하게), 나쁜 짓을 하면 이렇게 된다는 적절한 메시지를 주게 됩니다.
2. 남녀 주인공(특히 남자 주인공)의 선이 굵은 마스크 어필
: 우리나라 배우들의 마스크를 보면 대체적으로 선이 굵고 연기 또한 굵고(? 여주인공의 특별한 역할 이외에는 그다지 여린 이미지가 없죠) 거친 면을 보여 줍니다. 일본 남자 배우처럼 ‘사랑해도 될까요~’라는 분위기를 조성해 가면서 애타게 어필하는 게 없죠. 그냥 ‘나 너 좋아!’로 끝납니다. 중국 정서에 맞는 외모와 박력, 거기다가 거침없는 솔직함에 반하지 않을 수 없는 거죠.
일본과 우리나라를 비교해 보면 한국 연예계가 중국에서 한 한령에 휘둘리지 않고 정착하기 위한 답은 간단합니다. 중국의 정서에 맞춰야 한다는 점이죠. 한 한령의 영향도 있지만, 한국 배우들이 중국의 정서에 맞추지 않고 너무 많은 요구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사실 그런 의견들을 들을 때마다 당황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일본은 이미 중국 드라마와 연예계에 대해 대대적인 연구에 착수했습니다. 일본의 유명 기획사는 중국 진출을 위한 글로벌 법인을 만들어 진출에 대한 의지를 천명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다만 기회를 보고 있는 것이지요. 기회만 포착되면 바로 들어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제까지 한국의 드라마와 예능이 그저 ‘중국에 정서적으로 일치’해서 인기를 얻었다면, 이제부터는 ‘현지 시청자와 제작자의 눈높이에 맞춘’ 기획과 제작, 그리고 배우들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비록 현재 화해 무드를 보이고 있다고는 해도 이제 한류는 중국에서 '한철이 지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 말은, 이제는 정말 제대로 된 콘텐츠와 배우의 연기력, 중국 현지에서의 모습이 좌우할 것 같습니다. 사드나 한한령 때문에 순식간에 무너지는 한류가 아닌 어떤 이슈에도 흔들리지 않는 한류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한 시점은 이제부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