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늑대 키우기

<똑, 딱>을 읽고

by 눈부신 일상


“매일 밤, 똑이와 딱이, 딱이와 똑이는 나뭇가지 위에서 만났어요. 서로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거든요.”
-<똑, 딱> 중에서-


체로키 인디언이 전하는 지혜 중 <두 마리 늑대> 이야기가 있다. 우리 마음속에는 악한 늑대와 선한 늑대가 존재하며 늘 싸우고 있다. 악한 늑대는 분노, 질투, 탐욕, 슬픔, 열등감, 수치심 등 부정적인 감정을 의미하고, 다른 한 놈은 감사, 행복, 사랑, 희망, 평온, 기쁨 등 긍정적인 감정을 나타낸다. 두 늑대의 싸움에서 누가 이길지 궁금해하는 물음에 말한다. "네가 먹이를 주는 놈!!"


*


“어머니, 운영위원회 참석하기 전에 코로나 선제 검사 결과를 꼭 제출하세요!"


올 초, 지난 2년 운영위원회 활동을 마친 나에게까지 어린이집 담임선생님이 전화를 했다. 운영위원회 인원은 규정으로 정해져 있는데, 이번에도 역시 인원을 채우는 것이 어려웠나 보다. 선생님의 목소리에 어려움과 조심스러움이 그대로 전해져서, 고민이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에게 운영위원회는 이름만큼 부담스러운 자리는 아니었기 때문에 결정이 쉬었다. 년 4번 개최하는 회의에서 대체로 자리를 지키다 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코로나 검사까지 하며 오프 회의를 진행하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독감 검사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코로나 검사라는 말만 들어도 엄청난 두려움과 불안이 일었고, 강하게 거부반응이 나타났다.


갑자기 내 안에 굶주린 <검은 늑대>가 먹이를 뜯기 시작했다.


엄마에게 전화해서 짜증을 잔뜩 쏟아냈고, 저녁 식사를 하며 남편에게 계속 투덜거렸다. 이미 코로나 검사 경험이 있는 여동생과 날카로운 목소리로 수다를 떨었다. 인터넷에서 코로나 선제 검사에 대한 다양한 후기를 읽었고, 후기를 찾을수록 불안과 불만이 쌓였다. 드넓은 인터넷 세상에는 <검은 늑대>가 좋아하는 맛깔스러운 먹이가 넘쳐났다. 삼 일째, 쉴 새 없이 먹이를 먹던 <검은 늑대>가 드디어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주말을 앞두고, 한 참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어린이집 전화번호를 찾아 통화버튼을 눌렀다.


신호가 울리자마자, 원장 선생님 목소리가 들려 당황하며 우물쭈물하다가, 솔직하게 심정을 고백했다. 원장님은 이미 여러 번 선제 검사를 받았기에 검사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불안과 두려움도 이해했지만, 절차와 규정이 있기에 별 다른 방법은 없었다. 나 또한 어떤 해결점을 기대하고 전화를 한 것은 아니었다. 주말 동안 고민을 더 해보겠으나, 결국 검사가 어려운 경우 회의 참석이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을 흐릿하게 남기며 전화를 끊었다. 신기했다. 두서없고 결론 없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누었을 뿐인데, 결이 다른 감정이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부끄러움이다. 선생님들은 정기적으로 선제 검사를 받고, 다른 운영위원회 어머니들도 별말 없이 검사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징징거린 모습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다행히 부끄러움은 수치심이나 창피함으로 이어지지 않고, 용기로 서서히 퍼져갔다. 선제 검사를 받으러 가야겠다!


그녀는 <흰 늑대>에게 먹이를 주기 시작했다. 물론 <검은 늑대>가 굶주려 공격하지 않도록 먹이를 나눈다.


다시 동생에게 전화했고, 차분하게 코로나 검사 진행 상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터넷에서 선별 진료소의 위치와 운영 시간 그리고 유의 사항 등을 알려주는 글을 찾아, 꼼꼼히 읽기 시작했다. 분명 글 안에는 객관적인 정보 외 주관적인 느낌도 있었지만 더 이상 마음을 뒤흔들지 않았다. 저녁 시간, 한결 밝은 얼굴과 당당한 목소리로 남편에게 말을 건넸다.


“여보, 내일 오전에 아이들 좀 챙겨줘! 선제 검사소에 다녀올 거야.”


다음 날 유난히 날씨가 쾌청했다.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노래를 흥얼거리며 선제 검사소로 향했다. 여전히 마음은 무섭고 두려웠지만, 자전거 페달을 가볍게 돌아갔다.



**

습관적으로 악한 늑대에게 먹이를 주기 쉽다. 감정을 이분법적으로 인식해서 착한 늑대에게만 먹이를 주는 경우도 있다. 부정적 감정과 긍정적 감정이라 구분하지만, 모든 감정은 소중하고 의미 있다. 감정을 처리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 감정 자체는 어떤 잘못도 없다. 오히려 감정에는 필요, 욕구 가치 등이 숨어 있고, 적절한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돕는 힘이 있다. 특정 감정을 무시하고 억누르기보다, 다양한 감정을 있는 있는 그대로 알아차려야 한다. 그리고 솔직하고 적절하게 표현하고, 진정 원하는 행동으로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검은 늑대>에게 먹이를 주는 것을 경계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두 마리 늑대 모두를 잘 돌보는 것이다. 두 늑대가 변함없는 친구가 되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감정은 자기만의 색깔로 삶에 기여(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 중에서) 하기 때문에 모든 감정은 옳고 가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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