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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샘 Feb 22. 2020

살면서 이제 끝이구나 하신 적 있나요

삶의 밑바닥에서 솟아오르는 희망샘이야기

저는 유방암환자입니다.
작년 3월 절제 및 복원수술을 하였고 아직 호르몬 치료 중입니다.

매일 호르몬이 암세포의 먹이가 되지 않도록 항호르몬제를 먹고 있는데 이것을 10년간 먹어야 합니다.
그러는 동안 아마 저는, 여성성은 모두 사라지고 남들보다 더 빨리 골다공증이 올 것입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치료만 잘 된다면요.


살면서 이젠 끝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신 적이 있나요?


그런 생각을 하셨다면 축복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유보하는 능력으로는 세계 1등이라고 합니다. 그 미래가 올 지 안 올 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때로는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살았습니다.

재작년 암 진단을 받고 암 크기가 커서 바로 수술할 수도 없어 선 항암치료부터 받았습니다. 가을을 지나 겨울이 흐르는 6개월간 8번의 항암치료는 저에게 여성스러운 외모와 식욕과 삶의 질을 앗아갔습니다. 너무도 비참해서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남들은 건강하고 행복한데 나만 저주받아 병 걸린 것 같았어요. 겨울이 깊어지고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은 날, 마스크 쓰고 운동을 나갔는데 불현듯 어떤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 세상에 죽지 않는 사람 있어?


세상에는 죽는다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사고로 숨지는 사람도 있고, 도움을 청할 누구도 없이 혼자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최악은 면했구나 싶었습니다.

주변을 돌아보니 모두가 (하다못해 커피잔 하나도요) 나 지금 여기 살아있어~!!!라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감사한 일이 많아졌습니다.
가로수에 매달린 잎사귀 하나도 예사롭지 않았고, 뺨을 스치는 바람도 향긋했습니다. 벅찬 마음에 뭐라도 쓰고 싶어 휴면 중이던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저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실감입니다. 지금 이 순간 이 느낌을 잊지 말고 기록하라는 정언명령입니다. 글을 쓰면 삶이 풍요롭고 마음의 평화가 깃들어 자꾸 더 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어느 날 어느 때 가더라도 나는 그리 불운하지 않았다고, 모든 것이 그대로 좋았다고, 그런 생각이 마구마구 뿌리를 뻗고 가지 치고 열매를 맺습니다.


그러니 이젠 끝이구나 했던 당신,


글을 써보세요.


의외로 살 만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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