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포드맵 식단의 시작
음. 계획대로 쓰지 않는 것이, 브런치의 매력(?) 인지도 모르겠다.
실제로도 칸디다균 자가치료를 하기 전에 저포드맵 식단을 먼저 알고 시작했다. 생생한 경험담을 전달하려면 조금이라도 더 정확하게, 순서대로 작성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스포를 하자면 이후 새롭게 터득한 정보를 통해 식단이 조금씩 바뀌게 된다.)
장 건강을 개선시키면 알 수 없는 관절 통증에서 헤어 나올 수'도' 있다는 믿음 하나로 저포드맵 식단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기능의학 내과 병원을 찾아갔더라면, 저포드맵 식단을 해보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믿지 못했을 거다. 자가면역성 질환 중 하나인 아토피 피부염으로 오랜 기간 시달려왔던 친언니가 해준 말이 내겐 더 믿음이 갔다. 나더러 혹시 장누수 증후군이 아니냐면서, 결국은 식단이 중요하다는 말이었다. 그 후 인터넷 폭풍 검색을 통해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정말로 저포드맵 식단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야 비로소 확신이 생겼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달 가까이 병원 투어를 하면서 병원도 100% 의지할 곳은 못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병원은 병을 치료하는 것이 물론 주목적이지만 이익 창출 목적도 분명히 있는 곳이다. 그래서 아무리 환자라고 하더라도 병을 치료하기 위해선, 병원의 세계관과 절차에 따라야 한다. 마치 같은 질병을 두고도 양약과 한약이 따로 있는 것처럼 말이다.
병원을 다니면 치료를 위해 더 빠른 길을 갈 수도 있지만, 빙~ 돌아가서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특히 과민성 대장 증후군, 장누수 증후군과 같은 기능성 위장장애(또는 기능성 소화불량)만큼은 더더욱! 기능성 위장질환은 건강검진을 받아도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 역시 위, 대장 내시경 검사 결과도 깨끗했다. 의사마저 환자의 고통을 이해하기 어려운 아주 까다롭고 은밀한 질환인 것이다.
오히려 개인 블로그와 유튜브 댓글에서 내가 믿을 수 있는 랜선 의사님들이 많이 있었다. 그들은 내가 보기에 의사 같은 환자였다. 배에 가스가 차고, 부글거려서 밤늦게까지 잠을 못 이루고 고생하시는 분들, 몸 곳곳에서 염증 반응이 올라와서 어느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분들 등등.. 나와 너무나 비슷한 증상으로 고생하고 있었지만 각자 나름의 대처방법이 있었다. 더불어 자신의 경험담들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조금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여러 방법을 시도했지만 여전히, 호전이 없어 질문글을 올리는 사람들까지. 아무튼, 31년을 살면서 처음 접한 세계였다.
이제 남은 일은 닥치고 랜선 의사님들의 조언을 따라 식이요법을 시작해보는 것. 첫 번째는 저포드맵 식단 따라 하기였다.
저포드맵(LOW FODMAP)의 포드맵은 발효당(Fermentable), 올리고당(Oligosaccharide), 이당류(Disaccharide), 단당류(Monosaccharde), 그리고(And) 당알코올(Polyols)의 약자를 합친 이름이다. 장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특정 당 성분으로, 이것을 최소화하여 섭취하는 것이 저포드맵 식단인 것이다. 포드맵 성분이 없는 무포드맵이면 더 좋고! 하지만 무포드맵은 많지 않았다.. 허허
[젤리미표 포드맵 식단 정리표]
특정 당 성분으로 포드맵을 이해하긴 너무 어렵고,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고 먹을 수 있는 음식들로 포드맵을 구분해 나갔다. 직접 손으로 쓰면서 정리를 해보니까 얼추 머릿속에 입력이 되더라. 단 며칠 만에, 식탁에 올라와 있는 음식들을 보고도 무엇이 저포드맵인지 가려낼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자랑이 아니라 저주받은 기억력을 가지고 있는 나도 해냈으니,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얘길 하고 싶은 거다.
그럼 앞으로 저포드맵 식단만 먹어야 하나? 다행히도 아니었다. 장이 약해졌을 때는 저포드맵 식단을 유지하고, 증상이 완화할수록 고포드맵 식단을 하나씩 추가하면서 '나만의 식단'을 만들어가는 것이 좋다고! 그러려면 더욱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더욱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으니 반가웠다.
[나만의 식단 구성하는 방법]
1. 3~8주 동안 저포드맵 식단 유지
2. 증상 완화 시, 특정 고포드맵 식단 추가
3. 소화불량 발생 여부 확인 후 식단 추가 OR 제외
이제부턴 그저 나는 무포드맵, 저포드맵에 속하는 음식들만 섭취하면 되는 간단한 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식단 관리의 세계는 복잡했다. 내 몸뚱이는 이미 염증 수치가 남들보다 2배 가까이 높아진 상태라 추가적인 제약사항이 많았다. 게다가 몸이 아파서 병가까지 냈으니, 조금이라도 빨리 원상복구를 시키려면 더 센 강도의 조치가 필요했다. 바로, 저포드맵 식단과 칸디다균 자가치료를 병행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