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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젤리미 Oct 05. 2022

장트러블러는 굶어 죽으라고?

절망 속에서도 가장 간편하고 속 편하게 식단 관리하는 법

제대로 된 식단관리를 위해 독립적인 캥거루족이 되기로 결심하고, 스스로 요리를 해 먹기 시작. 원체 부모님께서 해주시는 음식만 받아먹다 보니 막상 무슨 요리를 해 먹어야 할지 잘 떠오르지 않았다. 더군다나 아무 요리나 해 먹어도 되는 게 아니라, 까다로워진 장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영양가를 챙길 수 있는 식단으로 구성하려니 막막할 수밖에!


결국 아주 아주 만만한 유부초밥을 해 먹기로 했다. 지난번 TV 프로그램에서 한 유명 연예인이 만든 유부초밥도 생각났고. 다이어트 식단으로 밥 대신 두부를 으깨서 넣어 먹는 모습이 꽤나 신박해 보였달까.


나도 한번 따라 해 볼까? 어제 순두부를 많이 먹긴 했는데..

가만- 한 가지 음식 종류를 연달아 많이 먹어도 되나 모르겠네, 검색해봐야지.

.

.

아휴 그럼 그렇지. '두부'라고 내 몸에 아예 무해한 음식은 아니네.


결국 이 날은 쌀밥을 택했다


콩 속 '렉틴'이라는 성분 때문이었다. 렉틴은 주로 식물의 씨앗, 가지, 껍질, 잎에 들어있는데, 특히 장누수 증후군을 포함한 자가면역 질환자들 사이에서 섭취를 제한하는 성분이었다. 순하디 순한 맛이 나는 두부는 왠지 안전할 거란 생각에, 맘껏 먹어도 될 줄 알았는데 배신감이 들었다.


이건 정말이지, 단순히 체중을 감량하고자 하는 다이어트 식단과는 차원이 다른 고강도 식단 관리였다. 밀가루에 들어 있는 글루텐부터 시작해서 유제품 속 유당, 고기 내장과 맥주 등에 있는 퓨린, 그리고 이젠 렉틴까지.. 장트러블러들이 피해야 하는 성분들이 정말 많았으니까. 글루텐프리, 락토프리, 퓨린 프리, 렉틴 프리 등 이 놈의 프리한 식단을 다 지키려면 먹을 수 있는 게 몇 가지나 될까? 장트러블러는 다 굶어 죽으라는 거야 뭐야. 알면 알수록 절망적인 수준이었다.


게다가 두부는 지방과 탄수화물이 적은 대신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으로 알려져 있어 다이어터들이 애정하는 건강한 음식이 아니던가. 생각해 보면 요즘 고단백질 식품은 보통 긍정적인 면이 강조되는 측면이 강하고, 반대로 위장의 소화 작용에 무리를 줄 수 있다거나 렉틴 성분이 염증을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무조건 단백질이 높다고 다 좋은 건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병원 투어를 다닐 적에 모 한의원에서 가지과 식물, 고춧가루를 조심하라고 했던 말도 생각나네.


그래도 다행인 사실은, 콩에 렉틴 성분이 있다고 해서 아예 못 먹는 건 아니었다. 렉틴을 최소화 또는 제거하는 조리법이 있기 때문! 어쨌든 지금 단계에서는 '예민해진 장을 더 건드리진 말자'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간단히 이 정도로만 알고 넘어가기로 하고-


*렉틴이란? 식물 속에 있는 독소. 당이 결합된 형태의 식물성 단백질. 주로 씨앗류, 콩류, 가지과 채소 등에 함유


*렉틴의 역할?

(1) 긍정적 역할: 항암 작용, 면역 증강 등

(2) 부정적 역할: 위장 장애, 염증 유발 등 (위장장애를 겪고 있거나 염증 수치가 높은 사람은 섭취 최소화)


*렉틴 최소 or 제거 방법?

-껍질을 벗기고 씨앗을 빼는 방법

-식초 물에 담갔다 빼는 방법

-압력솥으로 15분간 조리하는 방법

-10~12시간 푹 삶거나 발효시키는 방법


하지만 매번 음식에 포함된 성분을 하나하나 검색해서 알아보긴 쉽지 않은 일이다. 나처럼 어느 순간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서 장 건강 회복이 시급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평상시에 이런 습관을 갖기는 더 어려울 테고. 그래서 이럴 때 제일 간편하고, 속 편하게 식단 관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 생각해 냈다.


'과유불급' 이것 하나만 기억하는 것이다. 무엇이든지 과하지 않게 먹기. 그러면 애초에 위장의 움직임에도 크게 부담이 가지 않으니 소장에 세균이 증식할 일도 줄어들 것이다. 퓨린이니 렉틴이니,  여러 가지 성분들을 깔끔하게 제거한 음식만 먹는다는 게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찾아낸 나름의 타협점.


그러고 보면 참, 옛말 중에 틀린 것 하나 없다는 말이 사실인가 보다.. 식단 관리를 하면서 뜻밖에 사실들을 운 좋게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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