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 자신을 '프로 장트러블러'라고 인식하고 살아가다 보니 극복 의지가 더욱 강해졌다. 과민한 장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식단 관리가 중요하다. 이 사실을 안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땐, 확실히 아는 바가 많이 없다 보니 주변에 못 먹는 음식만 널려 있다고 불평하기 바빴다.
그래서 장 트러블러는 굶어 죽으라는 거냐는 글을 썼던 거고.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내 위장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었다. 나름 철저한 포드맵 식단 관리를 통해 위장 컨디션이 점차 회복되면서 평소에 먹고 싶었던 음식들이 매일 밤 아른거렸다. 유튜브 먹방으로 대리만족하는 사람들이 있다기에 따라 해봤지만 나에겐 오히려 밤잠을 못이룰 정도로 힘든 역효과였다.
결국 내가 먹고 싶은 음식들과 비슷한 대체 식품을 하나 둘 찾아내기 시작했다.
엽기 떡볶이가 먹고 싶으면 쌀 떡볶이로 맵지 않게, 라면이 먹고 싶을 땐 당면으로 만든 컵누들면을, 국수도 쌀국수로, 술이 마시고 싶으면 기왕이면 드라이 와인, 무알콜 맥주로, 커피가 마시고 싶으면 디카페인, 우유는 락토프리 우유로, 요거트는 그릭요거트로, 설탕보단 꿀로, 빵이 먹고 싶을 땐 통밀빵으로.
처절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식단 관리를 꾸준히 해 나갈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다행히 이러한 방법들은 나의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악화시키지 않았다. 물론 다양한 음식들을 시도해보는 과정에서 가스가 차는 복부팽만감 등의 불편함이나 관절 통증 등이 있기도 했다. 그 덕에 고춧가루가 많은 음식이나 마늘, 생양파, 과당이 많이 들어간 시중 음료와는 한참 거리를 두게 되었고, 내 몸이 싫어하는 음식을 알게 되는 보람도 있었다.
나의 경우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악화하면 설사형으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어떤 때는 변비형으로 바뀌기도 해서 며칠을 불편한 상태로 지낸 적도 있었다. 예전에는 변비약을 먹어서 해결하곤 했는데, 항생제 부작용을 세게 겪은 뒤로 '약'에 대한 거부감이 생겨서 되도록이면 자연스러운 해결 방법을 찾게 되었다. 차전자피를 물에 타서 마시는 방법이었다.
위장이 안 좋은 상태에서는 차전자피를 먹는 것도 자극이 될 수 있다고 해서, 컨디션이 나아지는 때만 기다렸다. 그리고 칸디다균 자가치료를 시작한 지 약 5주 정도 접어들었을 때 차전자피를 미지근한 물에 타서 아침 공복에 마셔봤다. 눈대중으로 5g 정도 타서 먹었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좋다고 해서 수시로 마셨다.
차전자피를 물에 타 마신 후 1-2시간이 지나 화장실 반응이 왔고, 오후에 한 번 더 신호가 와서 하루에 총 2번을 다녀왔다. 숙변 제거에 도움이 된다는 정보가 사실이었다. 다행히 속이 쓰리거나 하는 불편함도 없었다.
조금만 내 몸을 더 아낀다는 생각으로, 조금만 더 정보를 찾아보면 되는 것이었는데- 그동안 너무 안일했던 건 아닐까. 주변에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들로 대충대충 하루를 보내려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장트러블러가 됐다고, 환경을 탓하지 말자. 찾아보면 얼마든지 건강한 방법들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