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는 도대체 어떤 일을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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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는 도대체 어떤 일을 하는 거지?
이번에는 편집자가 하는 실무를 자세히 소개하겠습니다. 편집자로서 맞닥뜨릴 업무와, 그에 필요한 역량을 모르고서 취업 준비를 한다는 건 물에 뜨는 법도 모르면서 수영 대회에 나가는 것과 마찬가지겠죠. 그리고 실무를 살피면서 편집자가 내게 맞는 일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겠고요. 학습만화 편집 프로세스를 기본으로 하되, 편집 관련 책을 통해 엿봤던 다른 분야의 편집 프로세스도 알려드릴게요.
<메인>
01.기획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 아이디어만 떠올리는 건 아닙니다. 작가가 글감을 찾을 때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여러 콘텐츠들을 접하듯이 편집자도 행동에 나서야죠. 평소 베스트셀러를 머릿속에 고스란히 넣을 정도로 골똘히 생각, 분석해야 하고 뭐가, 왜 잘 나가는지 답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 뒤 이런 저런 의견을 조합하는 게 ‘팔리는’ 책을 만드는 비법입니다. 이외에도 평소에 인스타그램, 브런치 등을 보며 책으로 만들 콘텐츠를 찾고, 독립 출판물 속에서 보물을 건져내기도 합니다. 에세이 기획자들은 <대학 내일> <월간 에세이> <샘터> 같은 매거진을 구독해 읽습니다. 즉, 사무실에 앉아서 기획안을 쓰는 시간보다, 회사 밖에서 여러 콘텐츠를 접하고, 분석하고, 아이디어를 발견해내는 시간이 훨씬 많은 업무입니다. 아이디어를 종합해 기획안을 작성하고, 기획 회의를 거쳐서 개발에 들어갑니다. 신입 때부터 기획의 기회, 혹은 압박을 많이 주는 출판사가 있는가 하면, 팀장급 위주로 기획 회의를 하는 출판사도 있습니다.
+핵심 역량: 호기심, 분석력, 창의력, 응용력, 실행력, 전략, 아이디어, 분야 전문성
02.미팅
예비 저자를 만나 출간을 제안합니다. 꼭 편집자가 준비한 기획안대로 할 필요는 없다고 얘기한 뒤, 열린 태도로 접근하는 게 중요합니다. 신애라 씨가 나오는 ‘신박한 정리’라는 프로그램을 아시나요? 연예인들의 집을 말끔히 정리해주는 프로그램인데, 사실 방송국 측은 신애라 씨에게 다른 콘텐츠를 제안하며 출연을 부탁했다고 해요. 하지만 평소 ‘정리’에 대한 남다른 생각을 갖고 있던 신애라 씨는 ‘정리’를 중점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하자고 역제안했습니다. 이처럼 편집자도 자기가 작성한 기획안만을 고집하지 않고 저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가 있습니다. 또한 미팅을 위해서 선생님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어떤 주제의 글을 지속적으로 쓰셨는지, 그 분만의 반짝임을 파악해 이야기를 나누는 게 핵심이죠. 편집자는 저자와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 선생님이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으신지 스스로 발견하게끔 옆에서 자극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핵심 역량: 사교성, 공감 능력, 긍정적 사고, 커뮤니케이션, 설득력, 마케팅 능력, 소통 능력
03.계약
글 작가, 그림작가, 외주 편집자, 외주 디자이너 등 책을 만드는 여정에 함께할 분들의 계약서를 작성하고, 보내고, 보관하는 작업입니다. 경영지원실과 사무실을 오가며 배송 업무도 하고, 스캔한 계약서를 보관하기도 합니다.
+핵심역량: 꼼꼼함, 성실함
04.작가님 및 외주자와의 연락 및 편집 일정표 작성
편집 일정표를 작성하여 공유한 뒤 함께 일하는 분들이 일정에 맞춰서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연락합니다. 특히 작가님과의 연락이 중요합니다. 원고를 쓰는 건 고통이 따르고, 마감일에 맞춰 원고를 받기는 어렵죠. 부드러운 설득과 몰아붙이는 재촉 사이에서 작가님과 ‘밀당’을 합니다.
+핵심 역량: 커뮤니케이션, 설득력, 소통 능력, 적극성, 사교성, 매니지먼트 능력, 스케줄 관리 능력
05.글 피드백
학습만화 같은 경우 시놉시스-시나리오-글콘티 단계로 글을 다듬어나가는데요, 처음에는 큰 흐름을 보고 피드백하고, 글이 완성되어갈수록 세심한 부분을 신경 씁니다.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을 시간이 마땅치 않으면 편집자가 직접 글콘티를 짭니다. 신입들에게도 피드백을 할 기회가 주어지지만 팀장님께 컨펌을 받아야 하고 회의를 거치기도 합니다. 국내서인 경우 작가님이 보내온 원고를 보고 목차를 구성한 뒤 내용을 보충하면 좋을 부분, 수정할 부분, 글의 방향에 대해 피드백을 해요. 외서를 수입한 경우 글 피드백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글 순서를 바꾸는 등 외서 저작권자와 합의를 통해 글에 변화를 주는 경우도 있더군요.
+핵심 역량: 분석 능력, 분야 전문성, 전달력, 협업 능력, 매니지먼트 능력
06.그림 피드백
역시 학습만화가 예시입니다. 데생-(펜선)-컬러 순서로 코믹스가 형태를 잡아갑니다. 표정 수정을 요청하기도 하고, 전에 컷과 비교해 잘못 그려진 게 있으면 말씀드리고요. 풍부한 연출을 위해 손동작도 추가하면 어떨지, 배경이 샤방~하면 어떨지 등 의견을 써서 보냅니다. 피드백뿐만이 아니라 격려도 하여 작가님께 힘을 불어넣습니다.
+핵심 역량: 분석 능력, 분야 전문성, 전달력, 협업 능력, 매니지먼트 능력
07.정보글 작성
글 작가님이 작성해주실 때도 있지만 대부분 학습만화 정보글은 막내 편집자들의 몫입니다. 짧은 분량의 글에 핵심을 적어야 하죠. 들어가는 사진 자료도 막내 편집자가 찾아서 넣습니다.
+핵심 역량: 글쓰기 능력, 콘셉트 이해 능력, 자료 서치 능력
08.표지화 발주
그림 작가님께 혹은 다른 일러스트레이터에게 별도의 금액으로 표지화를 요청합니다. 이때 표지화에 들어갈 그림은 편집자가 콘셉트를 잡아야 합니다. 참고할 이미지와 콘셉트를 작가님께 전달해드립니다.
+핵심 역량: 콘셉트력, 커뮤니케이션, 협업 능력, 매니지먼트 능력
09.PC교
컴퓨터상에서 문장을 교정교열합니다. 이때 문장을 많이 처내고, 깔끔하게 만든다면 이후 수정이 적어져 디자이너를 도울 수 있습니다. 편집자가 문장을 고칠 때마다 본문 디자이너가 일일이 수정해야 하거든요.
+핵심 역량: 집중력, 어휘력, 문장 쓰기 능력, 체계성, 꼼꼼함, 성실성
10.조판 및 내부 디자인
일반 단행본의 경우 PC교를 마친 글을 본문 페이지에 담습니다. 만화는 말풍선에 일일이 문장을 조판해야 하고요. 새로운 시리즈의 학습만화라면 그 콘셉트에 맞게 페이지를 꾸민, 본문 디자인 샘플을 보고 어떤 방향으로 갈까 디자이너와 회의를 거쳐 결정합니다.
+핵심 역량: 콘셉트력, 커뮤니케이션, 협업 능력
11.1교, 2교, 3교
한 번 볼 때 1교, 두 번 볼 때 2교라고 하는데 보통 3, 4교를 봅니다. 어린이책은 편집자가 검열자가 되어 아이들에게 해가 되는 내용은 없는지 민감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쓰인 내용이 정확한 사실인지 일일이 다 검색해서 확인합니다. 뿐만 아니라 오탈자와 맞춤법 오류도 찾아내고 문장을 더 말끔하게 바꾸기도 합니다. 편집자마다 교정교열의 포인트가 조금씩 다른데, 정답은 없지만 그래도 팁을 드리자면 모든 문장을 의심해 보는 습관, 쓸데없는 건 모두 삭제하는 습관을 가지면 좋습니다.
+핵심 역량: 심사숙고, 집중력, 책임감, 체계성, 문장력, 꼼꼼함, 성실함
12.표지 디자인 발주
표지화가 들어왔다면 이제 표지 디자이너분께 참고할 만한 정보를 제공해드리며 표지 디자인을 맡깁니다. 강윤정 편집자 선배님은《문학책 만드는 법》에서 표지 발주서에 다섯 가지를 신경 써서 챙겨야 한다고 말합니다. 원고에서 발췌해 둔 대목(인상적인 장면 등). 시공간 배경, 표지 디자인의 키워드가 될 만한 것, 유사 도서 목록, 작가가 원하는 표지 콘셉트.
+핵심 역량: 콘셉트력, 커뮤니케이션, 협업 능력, 표현 능력
13.감수, 추천 글 부탁
다른 책 작업을 같이 하셨던 저자분도 좋고, 그 분야의 전문가라고 생각되는 분께 연락을 드립니다. 보통 출판사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작가님 연락처를 알고 싶다고 하면 연결해줍니다. 감수, 추천 글 부탁을 통해 그분과 책을 만들 날을 꿈꾸며 전략적으로 인연을 맺는 경우도 있습니다.
+핵심 역량: 설득력, 사교성, 실행력
14.제작 회의
보통은 비슷한 분야의 책을 몇 권 들고 와서 이런 재질의 종이, 이런 후가공을 하고 싶다고 제작 담당자분께 말씀드리는 것 같습니다.
+핵심 역량: 제작에 대한 기초 지식
15.마케팅 회의
마케터가 아니지만 이 회의에 들어가는 이유는 책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책임 편집자이기 때문입니다. 전에는 막내 때도 함께 회의실에 들어가서 의견을 냈지만 이번 출판사에서는 책임 편집이신 팀장님만 회의에 들어가시더라고요.
+핵심 역량: 마케팅에 대한 기본 지식, 콘셉트력, 협업능력, 업무 대화 능력
16.표지 제목, 카피 확정
앞표지는 물론 뒤표지, 앞날개, 뒷날개, 띠지 앞, 띠지 뒤에 들어갈 내용을 정돈해서 디자이너께 넘겨줍니다. 이때 사람들을 사로잡을 만한 카피를 쓰는 게 관건이죠. 없는 데서 뭔가를 만들어내기보다, 평소 수집했던 문장들, 카피들을 변형해서 기가 막히게 자기 것으로 소화해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핵심 역량: 문장 쓰기 능력, 응용력, 콘셉트력
17.제작 발주서 작성
제작 회의 때 나온 말을 토대로 작성합니다. 몇 부를 찍을 건지, 몇 페이지인지, 양장인지 무선제본인지, 띠지를 넣을 건지, 표지에 반짝반짝 후가공을 넣을지 등등을 정확하게 씁니다.
+핵심 역량: 꼼꼼함
18.인쇄소에 연락, 교정(검판)파일 요청
최종 파일이 만들어지면 그 PDF 파일을 인쇄소 웹하드에 넣고 전화를 합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교정 파일, 다른 말로 검판 파일이 올라옵니다. 여기서 오류가 없는지 마지막으로 확인합니다. 원래 멀쩡했던 최종 파일인데 인쇄소에서 작업하는 과정에서 글이 없어지거나 그림이 움직이는 등의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핵심 역량: 꼼꼼함, 책임감
19.인쇄감리
인쇄소에 가서 책 표지 및 본문이 어떠한 색감으로 찍히는지 확인합니다. 그림책, 학습만화, 그림 에세이 등 이미지가 중요한 책일수록 인쇄감리에 신경을 바짝 서야 합니다. 인쇄소 기장님이 색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붉은색이 두드러지기도, 노란색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핵심 역량: 색을 보는 눈(?)
20.보도자료
유사 도서들과 비교해서 우리 책이 왜 특별한지 글에 담아내야 합니다. 학습만화는 신문에 추천 도서로 올라오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온라인 서점에 올라갈 것을 예상하여 글을 씁니다.
+핵심 역량: 글쓰기 능력, 콘셉트력, 분석력, 어휘력
21.데이터 최종 정리
최종 데이터를 회사 서버에 올려놓습니다. 새로 인쇄하는 재쇄 작업을 할 때 요긴하게 쓰일 거예요.
+핵심 역량: 꼼꼼함
22.상세이미지, 미리보기 만들기
책이 만들어지기 전 온라인 서점에 올라갈 상세이미지를 구성하여 디자이너에게 전달합니다. 수정을 몇 차례 거친 후 일을 마무리합니다. 상세이미지도 책 콘셉트에 맞게 재치 있고 재미나게 만듭니다.
+핵심 역량: 창의성, 응용력, 협업 능력
23.가제본 검토
제본을 완성하기 전 페이지 순서대로 종이를 묶어서 가제본을 편집자에게 전달합니다. 그러면 인쇄할 때 혹시 오류가 있었는지 잡아야 합니다. 여기서 놓쳐 제본을 끝나게 되면 책임은 오류를 놓친 편집자가 오롯이 짊어집니다.
+핵심 역량: 책임감, 꼼꼼함
24.택배 작업
작가님들께, 외주자분들에게, 혹은 이벤트용으로 책을 택배로 보냅니다.
+핵심 역량: 체력, 꼼꼼함
<기타>
촬영
연예인, 인기 유튜버, 음식 등의 사진을 콘셉트에 맞게 찍도록 촬영장에 동행합니다.
+핵심 역량: 주도력, 협업 능력,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 역량, 사교성
저자 서포트
저자가 강연을 활발히 하는 사람이라면 강연회에 서포터 역할로 참여합니다.
+핵심 역량: 주도성, 사교성, 커뮤니케이션, 협업 능력, 경청, 긍정
재쇄 작업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역동적이고 행복하게 재쇄를 외치진 않아요. 판권의 이름을 수정하고, 본문에 놓쳤던 부분이 있으면 수정한 후 인쇄소에 연락합니다. 처음 만든 게 1쇄라면 그다음엔 새로운 2쇄를 찍는 거죠.
+핵심 역량: 꼼꼼함
SNS
어떤 출판사는 편집자가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을 관리하기도 합니다. 출판사 관련 SNS에 전부 팔로우를 하면 각 출판사의 전략 도서를 한 번에 볼 수 있어 좋아요.
+핵심 역량: 글쓰기 능력, 콘셉트력, 공감
행정 업무+잡무
회사마다 다를 거예요. 출간 기안을 올리는 법, 근태계 기안 올리는 법 등 다양한 업무를 배워야 합니다. 각종 협회의 추천 도서를 엑셀에 정리해서 보내야 될 때도 있어요. 이런 업무 때문에 메인 업무를 할 시간이 부족할 때도 많고요. 각 분야마다 잡무가 다를 테지만 학습 만화는 그림 콘티상의 텍스트를 일일이 옮겨 쓰는 텍스트 추출 작업이 이런 성격의 일이죠. 이런 일들이 쌓이고 쌓이면 야근, 주말 근무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핵심 역량: 엑셀 능력, 컴퓨터 활용 능력, 끈기, 성실성
외서 검토
외국 책을 검토해서 수입할지 말지 결정합니다. 다른 출판사와 경쟁이 붙은 경우, 더 값을 불러야 할지 말아야 할지 정해야 되기도 하죠. 외서 기획을 중심으로 하는 출판사는 이게 메인 업무가 되겠습니다.
+핵심 역량: 자기 확신, 심사숙고, 분석력, 외국어 능력
투고 원고 검토
보통 막내들이 많이 하는 일이라고 들었는데, 전에 회사에선 팀장급이 이 일을 하시더군요. 투고된 원고가 출간될 가능성은 적었는데 최근은 좀 늘었다고 합니다.
+핵심 역량: 자기확신, 심사숙고, 분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