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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민 May 31. 2022

데이원컴퍼니가 블라인드 채용을 시작합니다

ft. 블라인드 채용을 시작하는 이유

  (2022년 6월 15일부로 서류전형이 완료되어, 채용관련 정보는 삭제하였습니다.)


데이원컴퍼니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시작합니다.


 원래 ‘블라인드 채용’이란 나이, 성별, 출신학교 등, 면접관의 합리적인 판단을 저해하고 편견을 만들만한 요소를 배제하고 공평하게 채용하는 제도입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국가주도로 공공기관들이 “편견과 차별 없는 채용"이라는 기치 하에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습니다만, 이제 ‘공공기관은 블라인드 채용' 이라는 점 만큼은 확실히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데이원컴퍼니가 진행하는 블라인드 채용의 목적은 앞서 말씀드린 공정성, 사회적 책임 또는 그 외에 어떤 국가/사회적 공공가치의 실현이 아닙니다.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채용을 위해서 인데요. 이 글을 통해 저희가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하려는 이유, 그리고 기대하는 효과에 대해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 데이원컴퍼니는 창업 9년차, 연매출 850억원 규모의 성인 실무교육 스타트업입니다. 패스트캠퍼스, 콜로소, 가벼운학습지, 제로베이스 등의 교육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참고기사목록)



1. 공정과 차별의 문제가 아닌, 합리와 효율의 문제.


 좋은 대학을 졸업했다는 것은 보통 초-중-고로 이어지는 대학입시경쟁에서 일정 이상의 승리를 거뒀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좋은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일도 잘 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이유는, “대학입시경쟁에서 성공한 사람은 회사 업무상으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유추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럴까요.


다른 곳은 몰라도, 데이원컴퍼니에서만큼은 학력이 실력을 대변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데이원컴퍼니는 지금까지 약 8백여명의 정규직을 뽑아왔고, 그 중 50명이 사업을 리딩하는 팀장급 이상으로 성장했습니다. 6.25%의 확률인데요. 이들의 졸업대학 현황을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실제로 리더그룹 중 상위권 대학 졸업자가 13명(26%)정도 되지만, 전문대졸 이하인 사람들도 동일하게 13명(26%)이나 됩니다. 학력을 중요하게 보았다면 사실 뽑지 못했을 사람들이죠.


 이건 저의 경험이자 직관일 뿐이지만, 성장하는 회사에서 새로운 성장의 동력을 찾아내는 사람들은 대부분 직접 시장을 재정의하고 룰을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입시체계라는 주어진 룰 안에서 최선을 다 할 줄 아는 것도 물론 매우 중요하지만, 그 역량이 Box 바깥에서 사고해야 하는 사업적인 역량과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 같진 않습니다.




2. 보통 스펙은 옳다. 다만 너무 비쌀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좋은 스펙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 아주 쉽고 편안한 선택이라는 것에 매우 동의합니다. 기본적으로 고학력자, 고학점자들은 기본적인 분야지식을 충분히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스킬, 문서작성 능력 등이 몸에 잘 배어있는 경우가 많은 편 입니다. 하지만 경제적인 관점에서, 그들을 지원시키고 입사시키는 일은 스타트업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노력과 비용이 듭니다. 채용시장에서 스타트업은 기본적으로 약자이기 때문입니다.

거지꼴을 해도 인재들이 동료가 되어주는건 창업 당시 단 한번 뿐. 실적과 보상없는 인재유치는 없다.

 학력 좋은 구직자들은 돈 많은 대기업들이 압도적인 처우(높은 연봉 & 직업 안정성)로 모두 쓸어가버립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졸업생은 신입 연봉 두배씩 줘 가며 네이버, 카카오, 삼성이 삼등분해서 쓸어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사실 제겐 우습게만 들리지 않습니다. 손익계산서의 맨 밑줄에 핏빛이 가실날이 없는 스타트업에겐 도저히 시도하기 어려운 일이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재에서까지 적정선에서 타협을 해 버린다면, 대기업들에 비해 한참 뒤떨어져있는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같은 시장에서 대등하게 경쟁하는 일은 점점 더 요원한 일이 될 것 입니다.




3. HR의 머니볼: 언더독(Underdog)의 채용전략


나온지 벌써 18년이 지난 ‘머니볼’에 소개된, 빌리 빈 단장이 2002년 당시 (그리고 지금도) 돈 없는 스몰마켓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만든 전략의 개념은 아주 단순합니다. “돈 쓰는 남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승리하자" 는 것이었는데요.

남들과 다른 방법으로 승리하자..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요?

2000년대 초 메이저리그의 대다수 단장들은 타율, 홈런, 도루, 수비, 송구(이상 5-tool)가 좋은 선수들로 선수단을 구성하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어디선가 저런 5-tool player 유망주를 발굴해 오는 것이 지상과제였고, 대부분의 팀들은 이를 위해 비대한 스카우팅 조직을 운영중이었습니다. 때문에 저 다섯 지표들이 모두 좋은 선수들(5-tool players)은 어김없이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랐고, 그 중 최고는 언제나 양키즈, 레드삭스 같은 큰 구단들이 데려가곤 했습니다. 예산이 큰 구단들 대비 1/4도 안되는 애슬레틱스와 빌리 빈은 그저 손가락만 빨며 쳐다볼 수 밖에 없었죠.


지금처럼 큰 구단들과 같은 기준과 방식으로 선수를 탐색하고 뽑아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을 한 빌리는, 승리를 많이 확보해야 우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당시 기준으로는 색다른 전략을 생각해냅니다. 출루가 4개가 모이면 1점이 되고, 점수가 5점을 넘기면 일정 확률로 1경기 승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전략 (=다른 구단들과 다른 승리전략) 인데요. 그는 이 전략에 따라 5-tool player 따위는 쳐다보지도 않고, 무조건 몸값이 싸면서 출루율이 높은 선수들만 사 모았습니다. 구단 입장에서 이 선수들은 아무도 노리지 않는 선수들이었기 때문에 몸값이 매우 저렴했고, 영입 경쟁도 할 필요가 거의 없었죠. 이렇게 뽑힌 선수들에게는 어디서도 주어지지 않던 빅리그에서 뛸 기회, 우승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더 멋진건, 어느 팀에서도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던 Misfit들이 시즌 우승의 주역이 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선수들의 노력과 단장의 전략이 만들어낸, 구단과 선수의 아주 아름다운 win-win이었습니다. (물론 스타트업에서 멋짐은 사치일 뿐이지만, 이런 로망이 있기에 더 버틸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그리고 그들은 메이저리그 116년 역사상 3번째 20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채용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스펙이 좋은 인재를 찾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돈 없고 일 많은 스타트업은, 절대로 스펙 좋은 인재 쟁탈전에서 승리자가 되기 어렵습니다. 수평적인 문화와 비전을 내세워 한 두 사람의 스펙 좋은 인재를 운 좋게 영입할 수는 있어도, 대기업 대비 실질적인 고용환경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기업보다 스펙 좋은 인재들로 회사를 가득 채우고, 그들을 꾸준히 유지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남들과 다른 우리만의 채용전략이 필요합니다.


데이원컴퍼니의 블라인드 채용은 결코 새롭거나 대단한 방법을 통해 나온 것이 아닙니다. 그간의 채용과 평가결과들을 분석하고, 비즈니스의 특성과 회사의 지향점을 고려해, 우리 회사에서 성공하는 인재는 어떤 사람들인지 제대로 정의하고, 채용 프로세스에서 이 부분을 제대로 확인하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스펙은 낮더라도, 데이원컴퍼니에서는 스타플레이어가 될 만한 사람들을 더 많이 발굴해내고자 합니다. 그들이 데이원컴퍼니에서 더 큰 기회와 가능성을 발견하길 바랍니다.

상황에 맞는 인재만 있을 뿐. 만능 인재는 없으니까요.




4. 데이원컴퍼니가 믿는 것들


데이원컴퍼니는 교육회사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인재는 타고나는 경우도 있지만 동시에 길러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적절한 기회와 최선의 노력이 결합된다면 실적과 실력의 성장은 반드시 따라온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실패한 결과에 대해서는 관대하지만, 결과를 내는 과정에서 부족했던 고민과 노력의 수준에 대해서는 엄격합니다. 우리는 시도하고 싶은 것들이 꾸준히 생기고, 반복되는 실패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철저하게 회고해서 개선하는 사람을 선호합니다. 앞의 세 가지를 갖춘 사람은 성장하는 사람이고, 궁극적으로 성장하는 사람이야말로 최고의 인재이기 때문입니다.

Debriefing, 철저한 회고는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더 나은 방법을 찾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지쳐 떨어져나가지 않도록, 꾸준히 팀의 성공경험을 책임지고 만들어내는 것은 리더의 제 1 덕목입니다. 이렇게 수 많은 실패와 회고를 통해 만들어낸 개연성있는 성공은, 팀을 단단하게 만들고 모두 함께 앞으로 더욱 더 노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5. 데이원컴퍼니 블라인드 채용의 의의와 방식


학력을 포함한 나의 스펙이 취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 내 전공이나 이력이 지원하고 싶은 분야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들, 내가 모르는 분야라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분들께 이번 블라인드 채용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데이원컴퍼니의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좋은 인재를 발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구요. (혹은, 계급장 떼고 실력으로 증명하고 싶어하는 분들도 환영입니다.)


블라인드 채용은 스펙(전공 등)을 보고 선발하지 않기 때문에, 하단에 열거한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자기소개서 형태로 작성해서 제출 해 주셔야 합니다. 자기소개서 내에 출신 학교명이나 학력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은 적으시면 안되며,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자체적인 판단하에 탈락처리 하게 됩니다. (스펙도 실력을 증명하는 괜찮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내 스펙이 유효하다고 생각하신다면, 다른 채용 절차를 활용해 주세요!)


앞으로 많은 분들이 블라인드 채용전형을 통해 데이원컴퍼니에 도전 해 주셨으면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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