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 최현정 그리고 유주성
중학교 때 경험을 살려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도 방송부에 가입했다.
그리고 열정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방송부를 학교에서 정말 중요한, 없어서는 안될 부서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누구 보다 앞장서서. 그렇게 공들인 방송부에서의 1년이 지나고 드디어 후배들을 뽑게 되었을 때,
당연히 많은 조건을 걸고 어렵게 진중하게 뽑을 수밖에 없었다.
또 새롭게 리모델링 된 방송실과 장비들, 깔끔한 디자인의 쾌적한 이곳에 오지 않을 이유는 없다 생각했다.
그리고 보란 듯이 많았던 지원, 이력서를 검토하고 추려 면접을 진행했다.
그때 처음 만난 아이들이었다. 키가 작은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였는데,
따로 왔지만 왜인지 알게 모르게 닮은 분위기가 웃음을 자아냈고 안경 속에
동그란 눈이 총명하게 빛나던 일자 머리의 여자아이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왔는지 본인을
누구보다 잘 표현하던 남자아이는 방송부에 적합했다.
새로운 방송부 활동이 시작되었다. 후배들이 왔고, 방송부에 욕심이 많았던
나이기에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같이 의견을 나누고 다양한 시도들 을 해갔다.
내가 의견을 던지면 남자아이는 새로운 의견을 던져 보충을 해주었고 여 자아이는 우리의 의견을 정리했다. 성격이 잘 맞았다. 선배, 선배 하며 따 르는 아이들이 너무 귀여웠고, 키 작은 애들 둘이 매일 붙어 다니니
모두가 귀여워했다. 교무실 끝에 위치해 있던 방송실이라 선생님들 또한 얼마 나 귀여워했었는지.
둘은 방송부일 뿐 아니라 학업에도 큰 열정을 보였고, 항상 좋은 성적을 얻어냈으며 내가 뿌듯함이 컸다.
월요일마다 운동장 조회가 있는 날에는 조회준비를 하고, 강당을 쓸 일이 있으면 강당 준비를 하고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방송부 활동들을 했고, 그 안에서 하나가 되어 협동심을 키워나갈 수 있었다.
여자아이는 매사에 똑 부러졌다. 정말 어른들이 딱 좋아할 아이였다. 꼼꼼하고 확실했으며, 적당한 욕심도 가지고 있어서 의욕도 보기 좋았다. 겨우 한 살이지만 선배와 후배 관계에서도 존중해주고 조언이 필요할 때 는 매운맛도 일삼아줘서 내가 잘못된 길을 갈 때 붙잡아 주기도 하던 당 돌한 아이였다. 또 남자아이는 처음 방송실에 왔을 때 너무 작고 귀여웠는데, 본인의 의견이 확실했고 항상 고민 없이 일을 실행하는 아이였다. 사교성이 좋아 친구들과도, 선배들과도 잘 어울렸고 늘 말 안 해도 먼저 와서 물어보고 도와주던 착한 녀석이었다.
축제 기간이 가까워졌을 때, 한 참 방송제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우리 학교도 방송제라는 것을 해보고 싶 다고 선생님께 말씀드렸고, 큰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지만 방송제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방송제라고 해봐야 축제에서 나오는 영상이 전부였 지만 우리 학교에 이런 방송부가 있고, 이런 활동을 하고 있으며 축제를 위해 이만큼 준비를 해왔다는 걸 보여줄 좋은 기회라 생각했고, 무엇보다 나는 고등학교 생활의 마지막 축제였기에 큰 추억을 만들고 싶 었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만의 방송제 제작기는 모든 일이 그렇듯 처음에 는 힘들었으나 끝은 창대한 프로젝트였다. 우리가 앵커가 되어 뉴스 형식으로 영상을 진행했는데 카메라 하나만 들 고 무작정 찾아가 따낸 교장 선생님의 인터뷰, 넓고 이쁘던 학교 교정, 학교의 새로운 소식들을 담고 편집하고 영상을 만들었다. 누구보다 우리 셋이 가장 방송제에 큰 힘을 쏟았는데, 학교가 끝난 방과 후에도 방송실에 남아 오랜 시간 작업을 이어갔다. 한 달간의 프로젝트 준비는 성공적이었고, 축제 당일 사실 나는 체육관 장비 준비로 강당에서 진행한 방송제를 볼 수 없었지만 둘이 내가 없이도 잘 마무리해줘서 얼마 나 고마웠는지. 비록 영상 하나에 그칠 별거 아닌 거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우리의 많은 것들이 담겨 있었다. 뿌듯함은 이로 말할 수 없었 다. 분명 둘도 그랬을 것이다.
내가 후에 방송실에 자주 가지 못하게 되고 신경을 쓰지 못해도 더 전전 긍긍할 필요는 없었다. 누구보다 잘 해주는 둘이 있었고, 모든 걸 맡기고 떠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졸업식 영상을 만들게 되었는데 사실 이 것도 내 고집이었지만 마지막으로 정말 방송부 활동을 잘 마무리하고 싶 어서 진행을 했다.
3학년 각 반의 반장들과 부반장, 담임선생님들을 인터 뷰하고 사진을 다 모으고 모아 15분짜리 동영상을 만들었다. 방송제보다 오래 걸렸던 프로젝트였고, 잘 만들고 싶었던 내 욕심이 커서 당시 많이 짜증도 냈지만, 묵묵히 부탁하는 대로 해주던 둘이 있었기에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날 수 있었다.
졸업식 당일, 나는 이제 졸업생이지만 마지막으로 영상을 준비해야 했기에 학교에 일찍 갔다.
큰 체육관에 방송 장비를 설치하고 있던 아이들, 마지 막 방송부 활동 모습이었다.
졸업 식순에 당당히 올라가 있던 졸업 영상 시청이 시작되고 졸업생 석에 앉아 보던 나도,
방송실에서 영상을 틀던 아이들도 나만큼 뿌듯했으리라 생각해본다. 만족스러운 학교생활이었다.
나의 학창시절을 화려하게 해주었던 방송부에 서의 생활, 역시 잊지 못할 순간이다.
우리는 졸업 후에도 당연히 연락을 이어갔고 만났다. 여전히 여자아이는 갈수록 더 철없어지는 나를 누나처럼 늘 붙잡고 정신 차리라며 충고를 하고, 어쩌면 잔소리를 일삼지만, 그 안에는 다 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 있기에 고마움이 크다. 취업을 잘해서 보란 듯이 잘 지내고 있는 남자아이 또한 이젠 나보다도 형 같은데, 만나면 우리는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고 서로 많은 얘 기를 나눈다. 대화 코드가 정말 잘 맞다 우리는.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이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고맙게도.
나에게 너희 둘은 여전히 처음 면접날 봤던 키 작고 귀여운 내 후배들인데, 우리가 벌써 스물의 후반을 달리는구나.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내 곁에 있어 줘서 고맙고, 나에게 너네는 최고의 후배이자 동생들인데
나 또한 너네한테 그렇게 느껴졌으면 좋겠다. 오래오래 연락하고 지내자, 응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