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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nudayoo Mar 31. 2022

매일 여행하던 나는, 혼자 살아보기로 한다

상위 1% 출퇴근자의 독립


"예상하건대 넌 상위 1%야.
출퇴근 시간 많이 걸리는 상위 1%!"


남양주에서 일산까지 왕복 4시간이 걸리는, 집과 회사를 매일 오갔다. "예상하건대 넌 상위 1%야"라고 친구 미니미가 나에게 말했다. 출퇴근 시간 많이 걸리는 상위 1%라고. 그래서 나는 우스갯소리로 퇴근할 때 집에서 옷만 갈아입고 나온다고 했다. 그 전 직장보다 업무의 강도가 낮아 버틸 수 있었다. 중앙선과 3호선, 마을버스 이렇게 순차적으로 갈아타는 코스를 몇 년을 다니다 도무지 이건 너무 하다 싶을 때 아빠 찬스를 동원했다. 아빠 찬스 덕에 출근은 그래도 할만했다.


집에서 5시 반에 기상을 하고(하필 출근시간은 8시였다.) 버스 앱을 보고 있다가 자주 오지 않는 버스 시간에 맞추어 직행 버스정류장_고속도로 톨게이트_까지 아빠가 데려다주시는 방법으로 3시간 20분 정도로 시간을 단축했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고도 한참 지난 다 큰 딸을 매일 아침 등교시켜주듯 데려다주시는 아빠에게 미안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자동차도, 운전면허증도 없다. 나는 그렇게 6년 3개월 동안 회사를 다녔다. 아니 매일 출퇴근 여행을 했다.


매일 아침이면 구리영업소로 버스를 타러 갔다


열정적이고 지속적인 헤드뱅잉으로 퇴근길 지하철 옆 승객을 화나게도 하고(심지어 그 승객은 날 깨워서 화를 냈는데 정작 나는 정신이 몽롱하고 눈이 풀려 뭐라고 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기차 타고 바다 보러 가는 것 마냥 삶은 계란 대신 과자와 음료수를 사서 지하철을 탔다. 덕분에 고된 출근길에도 살은 쩠고, 야근하거나 힘든 날엔 버스도 아닌 지하철에서 멀미를 했다. 나는 그랬다. 이렇게 늙는구나 싶었다.


힘들 때마다 원룸, 하우스셰어, 하우스메이트 안 알아본 것은 아니다. 다만 어디로 빠져나가는지 모르게 돈은 당최 없고, 겁은 많았다. 하지만 지독히도 이유 없이 한 달 내내 아프던 그 어느 날 나는 짜증과 힘듦이 극에 달아 아픈 몸을 이끌고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에 적극적으로 원룸을 보러 다녔다. 내가 그전에도 알아보다 말기를 반복했던 것처럼 원룸 보러 다니나 싶었는지, 부동산에 블랙리스트로 올라간다며 조심하라고 친구는 얘기해주었다.


이래저래 그리고 무서워서 혼자 살기 꺼려하던 나는 이번에는 겁이 나기보단 어서 집을 얻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컸다. 그렇게 저렴한 월세를 찾았을 땐 보증금이 없었다. 엄마에게 다음 해에 갚겠다며 빌려달라고 당당하게 말했다가 혼도 났다. 혼난 김에 계약금까지 빌렸다. 그리고 집을 본 지 5일 만에 이사를 했다. 매일 여행하듯 출퇴근하던 나는 드디어 혼자 살아보기로 한 것이다. 참고로 나는 34살까지 밤 10시만 되면 귀가를 다그치는 집으로부터의 전화를 받았으며, 친구 집에서 자는 외박은 일주일 전에는 얘기해야 일 년에 1번 가능할까 말까 했다. 다행인지 아이러니하게도 여행은 보내주셨다.  



우연히 독립한 집 한 면에 붙어있던 세계지도,
세계를 품고자 원룸에 들어왔나 보다!


나의 독립 소식에 선배 언니는 기립박수를 쳤으며, 간단한 주방 식기의 기부도 이어졌다. 무엇보다 몇 달 동안 들어오지 않던 소개팅이 3개나 들어오는 희소식이 있었다. 그렇게 나는 혼자 사는 여행을 시작했다.

컵하나  밥 그릇 하나,  수저세트 1개 가져온 나에게 갖춰 놓고 살아야 한다고 선물 주신 기부천사 :)
집 한 면에 붙어있던 세계지도, 세계를 품고자 원룸에 들어왔나보다!


*2016년 독립을 시작하며 써 놓았던 글을 이제야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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