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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ju Apr 04. 2020

나의 300억짜리 드림하우스, 조개집 이야기

주차자리 값만 10억 이상, 타이페이 럭셔리 하우스

전반적으로 도로가 좁은 타이페이에 흔치 않은 8차선의 시원하게 뚫린 대로, 둔화로(敦化路)에는 나의 드림하우스가 다소곳하게 자리하고 있다. 건물 1층의 좌로는 미술품 갤러리를, 우로는 HSBC은행을 든든하게 끼고 있는 이 집은 조개껍질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차양을 가지고 있어 나와 남편은 일명 '조개집'으로 부르기도 한다.



시내의 송산공항과 매우 가까운 이유로 연애시절 대만을 오갈 때마다 보게 된 이 집은 남다른 고급진 아우라로 처음 본 순간부터 내 맘 속에 훅! 들어왔고 자연스레 내 드림하우스로 찜! 당했다. 하지만 그때는 타이페이 집값 물정, 게다가 이 둔화路 노른자 땅값을 몰라도 너무 몰랐을 때... 결혼 후 남편을 통해 알아본 나의 조개집 집값은 가히 상상초월이었다.



조개집 로비 (출처: realty.com.tw)
조개집 지하 주차장 (출처: realty.com.tw)



일단 집은 약 255평. 35% 정도가 공용면적으로 빠지니 실평수는 165평쯤 되겠다. 100평 이상의 집이 한국보다 흔한 타이페이에서도 200평 이상의 집은 희귀템일 뿐더러 이 조개집은 '타이페이에서 가장 넓은 길' 이자 사시사철 각종 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진 '가장 아름다운 길' 둔화路에 위치하고 있으니 가격이 비쌀 것은 안 찾아봐도 비디오.



먼저 특징을 살펴보자. 조개집의 전체 가구수는 단 15가구. 당연히 한 층에 한 가구가 기본이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타이페이의 최고급 럭셔리 하우스들은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1層1戶'의 구조를 선호한다. 물론 본인이 원한다면 구매 후 한 층을 두 개의 집으로 나눠 사용할 수도 있다.



나무가 가득한 둔화路를 내려다보는 VIEW (출처: realty.com.tw)



정말 재미있는 건 한 가구당 갖고 있는 주차자리 수가 약 9-10개라는 사실. 타이페이市 아파트 기준 개당 평균 1억 이상을 주고 살만큼 귀한 것이 주차자리인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 남편에게 물어보니 아파트 전용면적에 따라 관련 법규로 일정하게 갖춰야 할 주차장의 면적이 있는데, 조개집의 경우 전용면적은 넓은 반면 총 가구수가 워낙 적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주민들이 'N분의 1'로 지어진 주차자리를 사야 하는 것이란다.



타이페이에서 가장 예쁜 길, 둔화路



집을 구매하면서 강매로 딸려오는 게 10개의 주차자리, 이것만 한화로 ‘약 12억 원’이다. 물론 여기 입주민들에겐 여러 대의 슈퍼카를 세울 드넓은 주차자리가 필수적일 수도 있으나 ‘무조건적으로’ 10개의 주차자리를 집과 함께 사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한마디로 ‘MONEY 충격’이다. 



그림의 떡이라도 좋아



그래서 가구당 주차자리만 100평이 넘는 이 곳의 총가격은 얼마일까? 찾아본 결과 10개의 주차자리를 10억 넘게 들여 사야 함에도 불구하고 조개집은 수년간 거래 내역이 없다. 당연히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절대 팔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찾은 최근 정보가 2015년에 팔린 가격 '74,000萬', 지금 환율로 치면 '약 300억 원' 가량이다. (약 5년 전이니 지금은 훨씬 더 올랐을 거다.) 타이페이 집값이 서울보다 비싸긴 해도 300억 원이면 세계에서 집값 높기로 유명한 홍콩 리펄스베이에서도 바다 보이는 집 하나 장만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철부지 연애 시절 남편에게 돈 많이 벌어서 은퇴할 때 즈음 우리 저 '조개집' 사자고 말하던 나의 무지한 패기는 이렇게 조용히 사그라들었다. 가뜩이나 집 사는 거 좋아하는 대만 사람들, 300억짜리 집에 사는 사람이 집이 하나만 있을 리 만무하고 내 기준에서 상상하기로는 자산이 한 천억은 있어야 저 집에 살 깜냥이 될 것 같다. 이런 집이 월세로 나올 리도 만무하고 고로 내가 한 달이라도 살아볼 확률은 희박하지만 여전히 둔화路를 지날 때면 이 조개집에 가슴이 설렌다.



대만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살게 된 이후 당연지사 이 곳 모든 것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게 된다. 그중 우리 부부에게 그 어떤 액티비티보다 즐거운 것은? 걷다가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했을 때 이리저리 정보를 찾아보고, 가끔 ‘미래 언젠가의' 예산에 맞는 집을 발견할 때는 바로 에이전트와 약속을 잡아 향기로운 커피 한잔과 함께 주말 하우스 투어를 하는 것이다. 예산에 좀 오버돼도 외국인 철판 장착하고 부담 없이 예쁜 집 구경할 수 있는 재미는 이방인으로서 얻는 덤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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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은 조개집 주변 상권 소개입니다.>




(번외) 즐거운 타이페이 하우스투어

모던한 로비가 멋졌던 네이후구(內湖區) 하우스


산을 바라보는 인피니티풀이 인상적이였던 신이구(信義區) 하우스




# 더 많은 타이페이 이야기는 인스타에서 만나요 >> https://www.instagram.com/dreamju/

내가 사는 타이페이 이야기, 인스타그램 @dream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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