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수이 주택가의 온천호텔 'Yun Estate'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배경지였던 낭만적인 강변의 '단수이'. 타이페이 로컬들에겐 아름다운 풍광뿐 아니라 수많은 신축 아파트들이 빼곡한 주거지역으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관광객과 로컬이 고루 섞인 이 지역에 아쉽게도 여태껏 변변한 호텔이 없었는데, 작년을 기점으로 기쁘게도 하나둘씩 오픈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다.
단수이의 몇 아파트가 모여있는 작고 조용한 주거지역, 아파트로 둘러싸인 이 곳에 오늘 소개할 'Yun Estate Hotel'이 자리하고 있다. 이 곳은 원래 레지던스 아파트로 이용되던 주거 공간을 리모델링해 호텔로 탈바꿈시켰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게다가 호텔이 될 운명을 타고났는지, 주변에서는 딱 이 자리에서만 온천수가 발견되어 '온천 호텔'로 오픈을 했다. 아무래도 시내 중심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주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방문하는 손님들이 대부분 일터, 그냥 '호텔'과 '온천 호텔'의 메리트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아직 타이페이에서도 가본이가 많이 없어 리뷰가 거의 없는 미지의 호텔. 구정 연휴를 맞아 '비주류 호텔'치고는 비싼 30만 원이 훌쩍 넘는 가격이었지만 호텔 홈페이지에서 슬쩍 본 고급진 '온천 시설'과 '키즈룸' 사진에 망설임 없이 예약을 진행했다. "어멋, 여기는 꼭 가야 해!!"
내가 살고 있는 타이페이시 네이후구(內湖區)에서 차로 약 40분가량 걸리는 단수이. 우리나라 경기도에 해당하는 '신베이시(新北市)'에 속한다. 워낙 짐을(=옷을) 많이 챙기는 스타일에다가 이제 막 7개월 된 아기까지 있으니 자신 있게 가장 큰 캐리어에 1박 꾸러미를 챙겼다. 짐꾼 남편은 출발 전부터 한숨을 한번 가볍게 내쉰다.
따끈한 생강차를 '리필' 요청하며 무려 두 잔을 마시고 드디어 체크인을 했다. 너무 맛있다고 말하니 연신 웃으며 한 잔 더 청하는 호텔 직원의 모습이 딱 대만답게 정겹다.
Accommodation 객실 내부
레지던스를 개조한 이 곳의 최대 장점은 호텔룸 크기. 총 23평의 거실, 주방, 침실, 워킹클로짓, 일본식 티룸, 그리고 개인 온천룸으로 구성되어 있다. 카펫 대신 마룻바닥, 그리고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주방이 있으니 아기가 있는 가족들에게는 특히 위생적이다. 거실 뒤편 다다미방으로 이루어진 티룸도 요즘 한창 기기 시작한 7개월 아기 '리암이'를 가둬두는데 정말이지 너무 요긴하게 써버렸다!
Hot Spring 온천 시설
미끌한 온천수 펑펑 나오는 개인풀도 편하긴 하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뷰가 좀 그렇다만), 진정한 힐링을 위해 로비층 온천 풀장으로 아침, 점심, 저녁으로 출근할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아기는 입장이 불가하니 남편과 교대로)
* 베이터우 Datun Mountain의 열기로 데워진 이 곳 온천물은 국제적인 SGS의 인증을 받아 안전성을 보장하며, 미네랄이 풍부하여 몸이 즉각적으로 보들보들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5성급 호텔들을 다녀봐도 빈틈을 보이기 쉬운 곳이 바로 이 '사우나 시설 관리'. 선 엉킨 드라이어기와 간간히 보이는 머리카락, 혹은 삐뚤빼뚤 놓인 스킨로션과 선반 위 약간의 먼지들. 은근히 보기 쉬운 광경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물을 사용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정리정돈 및 청결유지가 쉽지 않다. 그럼 이 곳 Yun Estate 호텔의 온천시설은 어땠을까? 매의 눈으로 봐도 정말 깨끗하다 못해 반짝반짝 빛날 정도! 수건 정리함에서 남이 쓰고 간 타월 한 장 구경 못하고, 면봉 꽂이 위에조차 이만치 먼지 한 톨 없는 100% 청결함을 보긴 정말 오랜만이다. (최고 최고!)
프로답게(!) 오픈 시간(7:30) 직후와 마감시간(10:30) 직전을 잘 활용했더니 행복하게도 이용했던 세 번 모두 손님은 나 한 명뿐이었다. 기온은 그리 낮지 않아도 습도가 매우 높아 '뼛속까지 으슬으슬하다'는 말이 딱인 타이페이의 겨울에 나 홀로 탕 안에 노곤~하게 앉아있으려니 사치도 이런 사치가 없다. 대만 우롱차와 다과가 갖춰진 릴랙스룸만 딱 있었으면 더 완벽했을 듯싶지만... 어쨌건 온천에 큰 뜻이 없는 내가 투숙 중 세 번이나 이 곳을 찾은 걸 보면, 여기 온천, 휴식 취하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다!
원래는 사진처럼 근사한 아침이 룸으로 배달되는데, 하필 구정기간은 손님이 몰려 일시적으로 뷔페 스타일로 변경되었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데, 아쉬움이 한가득이다.
Kids Room 키즈룸
단수이 외곽에 작게 자리하는 호텔이 이런 퀄리티의 키즈룸을 구비하고 있다니, 놀랄 노자다... 네덜란드 'New Classic Toys'사의 장난감 디테일을 보고 있자니 지금 어른인 것이 조금 억울하기도. 온천 시설과 마찬가지로 이 곳 청결 관리도 완벽하게 되어있고, 무엇보다 지켜본 결과 대만 부모들이 아이가 어지럽힌 장난감은 볼풀공 하나까지 깨끗하게 원상복귀시켜놓고 가더라. 비록 우리 7개월 아기는 아직 어려 이 천국에서 무표정으로 일관했지만, 엄마 아빠가 이리 즐거웠으니 됐다!
그 외 편의시설
이 외에도 레트로 감성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빈티지 스튜디오, 우리 어릴 적 유행하던 스트릿 파이터 등의 게임을 공짜로 즐길 수 있는 게임 센터, 노래방, 작은 영화관, 그리고 GYM 등 놀거리를 풍부하게 만들어 놓았다. 한정된 예산으로 뻔하지 않을 공간 활용을 위해 노력한 흔적이 눈에 선할 정도.
1박을 해본 결과, Yun Estate는 특급 호텔의 럭셔리는 아닐지라도 꽤나 놀라움을 주는 호텔임에 틀림없다. 복잡한 타이페이 시내에서 살짝 벗어나 아름다운 단수이 강변을 만끽할 수 있고 (단수이 시내까지 무료 픽업 서비스를 제공한다), 호텔에 돌아와서는 언제든지 최상급으로 관리된 온천장에 몸을 푹~ 담글 수 있다는 크나큰 장점이 있으니, 니즈가 맞는 여행객에게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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