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아란 하늘과 쨍한 햇살이 그래도 아침이라고 연하게 지면을 닿는 그 시간
유독 금요일부터 깨끗하고 너무나도 쾌청한 하늘이 창문 밖으로 갓 뜬 내 눈으로 스며든다.
깨끗하게 샤워를 하고, 자리에 앉아 이렇게 끄적거리는 이 시간이 짜릿하리만치 감사하다.
서른이 되자마자, 처음 흰머리를 발견했다.
기억하기로 우리 엄마는 마흔부터 흰머리가 나셨던 것 같은데, 서른다섯인 지금 최근에는 더 이상 안쪽에 숨어있지 않고 삐죽삐죽 튀어나와 옆에서도 뒤에서도, 심지어 앞머리에서도 쉽게 발견되는 정도가 되었다.
배란기 때도 생리 전처럼 호르몬 변화가 요동치나. 킬킬 웃었다가 코 시큰하며 눈물 글썽였다가 한다.
사람들이 다 너무 귀엽고 소중하다 느끼면서도, 지금 이렇게 오롯이 혼자 있는 나만의 공간이 사무치게 좋다.
머리를 감 고나니 계속해서 이쁜 손짓으로 머리를 다듬게 된다.
뭐든 깨끗하고 이쁘게 관리해 주면 그걸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는 생각이 든다. 당연한 거긴 하네.
내가 관리하지 않고 더럽게 놔둔 것을, 다시 말해 나조차도 소중하게 대하지 않는 것들을 타인이 소중하게 대해줄 가능성은 꽤 희박한 것 같다.
모든 것을 나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여기서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나에게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또 그런 세상을 만들어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늘 게으르다고 생각하고 살았고, 사실 지금 내 일상만 보면 게으른 건 아니라고 대다수의 타인들을 얘기하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게으르지 않은 나'에 대한 이상은 꽤 높았고, 지금 현재의 진짜 '나'와의 간극이 컸기에 나는 나 자신을 항상 게으른 사람이라고 라벨 붙여 지내왔었다.
나에게 조금은 더 관대해지겠다,라는 말보다는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이라는 거울에 반사된 모습이 아닌, 그냥 지금 나를 어떤 것에도 반사시키지 않고, 그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고 그저 고유한 나 자체로 봐주는 단순하지만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대부분이 하지 못하는 그것.
이렇게 내 속에서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을 가만가만히 써 내려가는 이 시간이 가장 나다운 행위를 하는 순간 중 하나라고 느껴진다.
모두가 자기만의 세상에서 그것들을 타인들과 좋든 싫든 공유하면서 살아간다. 나는 다가오는 나의 미래에 어떤 세상을 만들어 나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