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프로이드 - 2
내 아버지는 깨끗하게 자살했다
빌어먹을 인생이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존재한다면, 그리고 선택할 수 있다면 난 아예 잊어버리고 싶다. 아니 태어난 게 죄일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강원도 태백시의 주공아파트. 19평 방 2개에 부엌, 그리고 화장실이 다다. 거실은 거실이 아니라 문과 연결되어 있어 겨울이면 방에서 나오지 않는데 제일 좋다.
우리 아버지..... 우리..... 언제부터?
난 형제도 누나도 없다. 엄마는 냄새만 기억할 뿐이다.
아버지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라고 해야 하겠지. 돌아가셨으니까. 아니, 그냥 뒈져버렸으니까. 깔끔하게 낫으로 목을 잘랐다. 솜씨가 남달랐다. 죽는 그 순간까지.
아파트인 우리 집은 대들보도 없고 아무리 왜소했어도 목을 맬만한 장식따위는 존재한지 않는다. 그리고 강제적인 미니멀리즘이라고 해야 하나,,,, 소파도 없다. 방에는 그냥 이불자리와 흩어진 걸레들인 옷들뿐이었다.
그 날도 나는 오전 10시가 넘어서 일어나 거의 한 시간 이상을 그냥 보냈다. 아무런 소리도 냄새도 없었는데 그때는 아무 생각도 없었다.
배가 고파 문을 열고 나왔을 때 비린내가 나는 것 같았다. 바다 냄새라고 생각했다. 동해까지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탱크라고 이름을 가진 냉장고를 열었지만 역시 김치밖에 없었다. 그 김치조차도 국물 밖에 없었다. 전혀 놀라지 않았다. 언제는 달랐던가.
"야! 밥 먹자." 아버지에게 소리쳤다.
"뭐 좀 사와! 씨발 내 말 안 들려."
아무 소리도 없었다.
"맨날 대꾸도 없어, 아니 뭐라고 좀 해보던가. 응, 내말이 좃같지! 응"
아버지 방문을 발로 차고 들어갔다.
목이 반 이상 잘려 대강 붙어있는 대가리. 아니 우리 아버지, 아빠.
'그래서 말을 못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밥이나 하고 죽지. 죽을 때까지 웬수다. 질린다. 나가서 죽지. 청소는 누가하냐고."
사람은 언제나 죽어버리면 그냥 소고기, 돼지고기보다 더 못하다고 생각하는 그에게는 지금은 어제나 다름없는 그냥의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