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넓은 세상을 마주하는 법
프라하 교환학생 생활은 내가 만난 교수님들 덕분에 한층 더 풍요로울 수 있었다.
한국에서의 경험과는 사뭇 달랐던, 교수님들과의 교류를 몇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풀어본다.
첫 학기 체코어 초급 시간에 만난 교수님은 체코어와 문화에 대한 사랑과 자긍심이 남다른 분이셨다.
학생들이 체코라는 나라에 잠시잠깐 머무는동안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졌다.
우리나라 어학당이나 한국어 교실 등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 또한 마찬가지의 마음일 것이다.
우리는 체코어 알파벳을 배우기도 전에 '프라하 투어'를 먼저 진행하게 되었는데 까를교부터 Kampa Island 까지 학교 주변 곳곳의 명소들을 소개시켜 주셨다.
100년이 넘은 유서 깊은 곳으로, 아인슈타인 그리고 카프카가 커피를 즐기기로 유명했던 '카페 루브르'에서의 커피 타임도 즐겼다.
정치철학 과목으로 인연을 맺게 된 미국인 교수님 Miller 댁에서는 책거리가 열렸다.
교수님은 매학기 수업이 끝날 때 마다 학생들을 초대해 직접 홈파티를 연다고 했다.
으레 한국에서 교수님댁에 방문하면 작은 선물이나 음료라도 들고갈 법 한데, 교수님은 정말 '몸만' 와도 된다고 하셨고 날 포함한 수강생들도 쿨하게 몸만 갔더랬다.
알고보니 교수님 취미 중 하나가 '피자굽기' 였는데, 페페로니/하와이안/올리브/비건 등 학생 개개인 취향에 따라서 주방 오븐에서 피자를 구워주시는 것이었다!
우린 그저 한손엔 와인, 한손엔 피자를 양껏 들고 맛있게 먹고 노는 역할만 하면 됐다.
교수님 아내분께서는 브라우니, 쇼트케이크 등 디저트부터 그라탕에 샐러드까지 손수 준비해 주셨다.
프라하에서 현지 재료들을 가지고 만든 미국식 요리와 미국인 정서 가득한 홈파티 문화를 접할 수 있었던 새로운 경험이었다.
교수님 가족들과 타 학교(NYU Prague) 수강생들까지 다함께 먹고 마시고 떠들면서 밤늦게까지 나눴던 시간들이 기억에 남는다.
그중 가장 긴 인연을 맺고있는 교수님은 국제법 과목 담당이셨던 Charlie 교수님이다.
이탈리아계 영국인인 교수님은 프라하에서의 15년 교수직 커리어를 내려놓고 현재는 스위스 제네바 UN에서 UN산하 비영리기구를 진두지휘 하고 계신다.
UN 프로젝트로 한국 대학들과도 자주 연계되면서 서울에 방문하는 일정도 종종 있으셨다.
불과 1달 전, 교수님과 서울에서 다시 만났는데, 무려 12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그모습 그대로셨다!
찰리 교수님을 제외하곤 모두 연락이 끊겼지만, 다양한 국적과 배경의 교수님들 덕분에 나의 20대 교환학생 생활은 한층 풍성할 수 있었다.
나같은 외지인이 포용되고, 학생들의 다양성이 존중되며, 교수님들의 저마다의 교육 철학을 바탕으로 한 수업들은 내 눈과 마음을 넓혀주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