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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양 Feb 05. 2024

백화점 C 양 체험판_32

32화_허리디스크로 병가를 썼다. (1)

-본문은 이해를 돕기 위한 약간의, 아-주 약간의 픽션이 들어간 faction이며 구독자 분들의 흥미를 얻기 위해 없었던 일을 꾸며내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비 내리는 월요일에 인사드립니다.

제가 1월 한 달간 병가를 사용했는데요,

처음 쉬어보는 한 달이라는 긴 시간, 어떤 일이 있었을까 되돌아봅니다.

오늘은 저와 함께 출근해요!


허리가 아파 물리치료실을 들락거리던 날들이 거의 3년이 되었습니다. 출근 도장을 찍고 점심시간에 밥 대신 물리치료실을 다니고 여러 가지 치료를 했지만 차도가 없어 혼자 많이 답답했습니다.

디스크는 완치가 없다는 말에 언젠가 낫겠지라는 마음으로 필라테스와 병원을 열심히 다녔지만 혼자 양말도 신지 못하고, 세수도 하지 못하는 날이 잦아졌어요.


백화점 7년 차,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기간 동안, 그동안 만났던 동료들은 아프지도 않고 잘만 살아가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이렇게 아픈지, 왜 나만 온갖 직업병이 오는지, 별에 별 생각을 하며 점점 우울해져만 갔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통증이 점점 더 심해졌고, 매장에서 제품 서랍을 열지 못할 정도로 아파 집 가는 지하철에서 기둥에 매달려 눈물로 통증을 참았습니다.

엑스레이, 엠알아이 검사에서 보게 된 저의 디스크는 터져서 뒤쪽 신경을 누르고 있었습니다.  병원 측에서 시술을 권유받았어요.

게다가 밥 먹는 속도가 느린 저는 앉아있을 때 통증이 더 커져서 밥을 5분 단위로 먹고 눕고를 반복할 정도여서 결국 대리님과 면담을 잡았습니다.


“대리님 제가 허리 통증이 너무 심해서요. 한 달이라도 쉬면 안 될까요? “  


“ 쉬고 나오신다 해도 앞으로 계속 이쪽 일 하실 수 있으시겠어요? “


이미 3년 전쯤 처음 디스크 발병했을 때 2 주정도를 쉬었기에 회사 입장에서도 탐탁지 않아 할 건 예상했지만, 먼저 날아온 날카로운 말에 적잖이 당황했달까요?

이런 게 퇴사 권유일까? 생각하다가 ‘지레 짐작하지 않기’를 생각하며 한 달 병가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매일 모닝콜을 다르게 맞추고, 스케줄표를 보고 일정을 짜고, 회의를 하던 날들이 통째로 날아간 나의 아침은 침침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해가 뜨는 것도, 해가 지는 것도 모두 집에서 볼 수 있다는 게 며칠간은 신기했어요.


병원에선 시술을 해야 한다 했고,  말만 들어도 무서운 설명에 최대한 치료로 해보고 그때 가서도 안되면 하겠다며 무서움에 떨며 진료실을 나와 며칠  뒤 다시 병원에 가서 "수술하기 싫어요. 한 달 안에 다 나아야 하니 최대한 도와주세요."라고 했습니다.

도수치료는 격일에 한번 진행되었고, 저희 아빠를 꼭 닮은 외모의 선생님은 치료와 운동을 정말 프로페셔널하게 가르쳐주셨습니다.

그분의 프로페셔널함을 보며, 아파서 어쩔 수 없이 예민할 수밖에 없는 환자들이 모인 이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도수치료사로서 어떤 일을 겪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궁금해졌고, 직업에 대해 더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에세이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해서 맴돌았어요.


- "쉰다"와 "일의 부재"의 차이

사실 저는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사업에 뛰어들며 모든 걸 정리하고 서울로 무작정 상경해 한 번도 쉰 적이 없어서, 한 달간 마음 정비를 하려 했는데, 마음 정비는커녕 이놈에 몸뚱이는 회사를 안 간다고 하니 마음 놓고 아픈 것인지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감기를 이주 넘게 앓았습니다.


약속한 복직의 날이 다가올수록 아직 아픈 허리에 서러움과 부담이 크게 다가왔고,

대리님의 말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이러고도 낫지 않으면? 지금도 이렇게 아픈데 며칠 내에 괜찮아진다는 보장이 있어?'라는 생각으로 두려움 속에서 출근하는 일자를 세며 보냈어요.


처음으로 이렇게 길게 쉬어본 것이 저에게  낯선 감정으로 다가왔던 것인지 백화점에서 고객님을 맞이하는 꿈을 몇 번이나 꾸었고,

생계를 위해, 정말 본업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으며 <이건 먹고살기 위해, 나 자신을 책임지기 위해 하는 일>이라 치부했던 백화점 일이 생각보다 저의 마음속에 더 애틋하고, 더 크게 자리 잡고 있음을 알게 되었어요.


그렇게 출근을 하게 되는 2월 2일 전 날 밤, 저는 소풍 가는 초등학생 마냥 왜인지모를 설렘에 꼬박 밤을 새우고 출근을 하게 됩니다.   


2편에서 이어집니다.


<오늘의 퇴근길>


생각지도 못한 설렘은 삶 속에 큰 생기를 줍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갑작스러운 선물이라던가, 그토록 바랬던 무더위의 장맛비, 잊고 살던 친구의 몇 마디 안부 메시지, 선생님의 칭찬 등 작고 사소한 것에서 오는 설렘이 크게 다가올 때 세상이 빛나보여요.


비가 내리는 어느 날, 횡단보도에서 사람들이  발걸음을 재촉했고,  비웅덩이에 햇살이 비춰 빗물이 반짝였을 때, 나도 모르게 콧잔등이 시큰해 눈물이 흘렀던 그날을 잊지 못하는데요, 저에게는 정말 잊지 못한 생각지도 못한 설렘이랍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작은 설렘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이런 내가 주책스러워 보인다 할지라도
솔직한 마음을 인정하고 힘차게 설레보기도 해야
더 빛나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라고.




눈과 비가 번갈아 내리며 길이 얼었다고 합니다.
걸어 다니시는 분들도, 운전하시는 분들도 모두 길 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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