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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양 Mar 18. 2024

백화점 C양체험판_38

38화_모든 여자 사진에 키스하던 변태

-본문은 이해를 돕기 위한 약간의, 아-주 약간의 픽션이 들어간 faction이며 구독자 분들의 흥미를 얻기 위해 없었던 일을 꾸며내지 않습니다.  


<인사말>

정말 봄이 왔습니다.

햇살이 따사롭고 바람마저 포근해요.

옷장에서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가죽재킷을 깨워 입고 나와 햇살을 비춰줬습니다.

저번 주 도수치료 선생님은 제게 “정말 봄이 왔네요. C양의 마음속에도 봄이 왔나요?”라고 물으셨는데, 그 당시 저는 아직은 추운 마음에 “아니요?”라고 했지만 그 물음은 제게 오랫동안 남아 아직까지 생각 중에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마음속엔 봄이 왔나요?


38화_모든 여자 사진에 키스하던 변태


창고를 돌아 돌아 소모품을 챙기러 갔을 때 저는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눈이 조금 안 좋지만 렌즈를 끼지 않는 탓에 ‘내가 잘못본거겠지.’라고 생각하며 가던 길을 씩씩하게 갔더랬습니다.


테트리스를 하듯 정교하게 쌓여있고 끼워져 있는 쇼핑백들 사이에서 원하는 쇼핑백을 찾기에는 너무 빡빡해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힘을 써서 낑낑거리며 겨우 빼낸 쇼핑백은 겉은 구겨져있고 속은 빤빤하게 눌려있었습니다. 겉 쇼핑백을 펼쳐 들고 그 안에 새 쇼핑백을 넣고서야 사다리에서 내려옵니다.

그동안 매장에서 없었던 물건, 불편했던 것들, 곧 사용할 것 같은 사은들을 품 안에 가득 안고 창고를 나오면서, 들어가기만 하면 갖고 오려던 것들보다 훨씬 많이 짊어지고 나오게 되니 ‘어쩌면 자꾸만 예상외의 것을

사게 되는 천 원 마트 같은 곳이다.’ 라며 시답잖은 생각을 하면서 잠금번호키를 드르륵 돌리곤 돌아섰어요.

다른 매장들의 철창으로 된 교도소 같은 창고를 지나 마지막으로 나온 창고 문은 경칩이 빡빡한 탓에 한번 더 당겨서 잠금을 확인합니다. 이 문은 백화점의 모습처럼 금색으로 번쩍번쩍하게 칠해져 있지만, 제 구실을 하기엔 너무 게으른듯해요.

양손은 불편하게, 시선도 물건에 가려져 아슬하게 매장을 나오는데 매장 직원들이  어딘지 모르게 소란스럽고, 매장 밖으로 나와있고, 곁눈질을 하며 수군거리는 게 보여요.

아까 내가 잘못 본 것 같다며 지나친 그곳에서는 한 남자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1층 명품매장이다 보니 메인 엠버서더들이 남자보다 여자 모델들이 현저히 많은데 사진 속 여자모델들에게 일일이 말을 거는 그 남자.

사진 속 사람에게 말을 거는 건 이상하긴 하지만 누구에게도 피해 주지 않기에 그냥 넘어갈 일 아니냐고요?

그 여자 모델(사진)의 입술에 뜨거운 구애의 키스를 남발하고 있었습니다.

사진을 핥고 있었어요.

“너는 예쁘니까 내가 뽀뽀해 줄게. “

라고 하며 여자 모델(사진)에게 키스를 하는 한 4-50대의 남성.

튀어 오르는 헛구역질을 겨우 참고 매장 매니저님들과 싸인을 주고받으며 모른 척 옆을 지나가 매장으로 들어와 그 남자를 살폈어요.

그 사진뿐만 아니라 매장을 돌고 돌며 사진에게 혀를 날름거리는 그를 보고 직원들은 표정으로 경악하며 아무것도 할 수없었고, 보안팀은 이미 발 빠르게 행동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 바퀴 부지런하게 키스를 나누며 정문까지 온 그는 정문 밖으로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매장 직원들에게 역겨운 청소거리만 한가득 남겨둔 채로..


<오늘의 퇴근길> 달을 찾아보세요.


김창완 선생님이 진행해 오시던 라디오를 23년 만에 하차하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삶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고, 혼란스러워 마음이 오락가락할 때 김창완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해답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을 느꼈는데 하차 소식이 아쉬운 마음이 들어 하루종일 SNS와 연예뉴스 칸을 들락거렸네요.

청취자인 저도 이런데, 김창완 선생님은 다 키운 자식을 장가보내는 것 같은 느낌이지 않을까... 아쉬워 어쩌시려나 싶은 마음에 저도 섭섭했습니다.


오래 마음속에 품었던 것을 보내주는 일은 참으로 무거운 일인 것 같습니다.

그것이 내가 열렬히 사랑했던 것뿐만 아니라 그저 손가락 거스러미 마냥 틱틱 걸려서 맘속에 던져놓았던 것이라도요. 다 저의 애정이니까요.

어릴 때 애착 이불을 버리지 못해 해진 이불을 껴안고 살다가 그만 보내주라는 아빠의 말씀에 옷장에 숨기기까지 했는데, 결국 들켜서 버리는 날, 사진을 요리조리 찍기도 하며 헌 옷수거함 앞을 오랫동안 떠나지 못했습니다. 그때 마음으로 아직도 무언가 보내준다는 것은 슬퍼요.

매번 이런 마음은 어떻게 환기시켜야 할까? 생각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김창완선생님이 또 답을 주셨어요.

헤어짐이 영원한 것처럼 하진 말자고.


사랑한다의 반대말은 사랑하지 않는다가 아닌 것 같다.
무언가 사랑하다가 그 마음이 동할 때,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이 영원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 또한 모든 것에 영원한 건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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