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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양 Apr 22. 2024

백화점 C양체험판_43

43화_도둑들:테스터를 훔쳐라!


-본문은 이해를 돕기 위한 약간의, 아-주 약간의 픽션이 들어간 faction이며 구독자 분들의 흥미를 얻기 위해 없었던 일을 꾸며내지 않습니다.  


꽃잎이 모두 떨어진, 세상이 조금은 차분해진 듯한 날입니다.

모든 감정들이 나풀대며 바닥으로 몸을 던질 때, 하얗게 흩뿌리던 시간들이었습니다. 함부로 설레고 빛났습니다. 그러다 곧 빗물에 둥둥 떠다니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얼마 남지 않았어요.

비가 오는 날 바람에 벚꽃 잎이 날리는 풍경이 어딘지 모르게 이상해서 길가에 멍하니 섰습니다.

한 주 동안 어떤 일이 있으셨나요 평안하셨나요?

누군가는 비통하게 슬펐을 것이고, 누군가는 편안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행복했을 주였겠죠?

며칠 전 저는 비가 오는 날 하얀색 긴 바지를 입고 나가 새벽 내내 손빨래를 했고, 아직 지지 않은 얼룩을 보며 실소를 터트리고 있습니다.  

가끔 이렇게 뭐에 씐 듯 멍청한 짓을 하는 날이 있는데요,

글쎄요, 될 대로 돼라!

오늘도 출근입니다.


43화_도둑들:테스터를 훔쳐라!


매일 대부분 같은 시간에 백화점을 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고객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렇다기엔 구매하시지 않으시고, 지나는 사람이라기엔 매일같이 같은 시간대에 오십니다.

말 한마디 섞지 않았지만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그들의 이야기를 해볼게요.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두리번거리며 산책만 하시는 분.

직원들이 응대로 바쁜 매장만 골라서 테스터를 마음껏 하시는 분. (물론 구매하시지 않는.)

여직원들과 집기의 좁은 틈사이로 몸을 밀착해 일부러 비집고 지나가는 분.

여직원들의 이름을 외우기라도 할 듯이 명찰을 뚫어져라 노골적으로 보시는 분.

자기가 찾는 사람이 있다며 매번 같은 사연을 얘기하며 다니시는 분.


이 정도?


그중 어느 고객은 테스터를 마구마구 사용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그녀는 어쩐지 항상 이상하리만큼 창백한 화장을 즐겨하시고, 중절모를 눌러쓴 분이라, 직원들 사이에서도 바로 표현할 수 있는 분인데요,

직원들이 말하는 그녀의 특이한(?) 테스터 사용 법은 이렇습니다.


자(jar) 형식의 테스터는 손으로 듬뿍 뜨기. (주로 크림 등이 여기에 속하죠.)

그 후 화장실로 가 가져온 지퍼백이나 공병에 담아 갑니다.

모자 속에는 휴지인지 화장솜인지 모를 물건을 모자와 이마 쪽에 끼워서 그곳에 향수를 잔뜩 뿌려 적셔 갑니다.

직원들 말로는, 그 사람이 브랜드별로 훔쳐가는 것들은 어느 정도 품목이 정해져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하루에도 예닐곱 번씩 응대를 받는 척 매장에 와서 직원들에게 말을 걸지만 절대 구매하는 법이 없습니다.

훔치기 위한 응대를 받는 것이죠. 시선을 끌고, 계속된 의미 없는 응대에 지쳐 직원들이 한눈팔 때를 노립니다.  


한 번은 이런 고객이 있었습니다.

직원들 마저 눈길이 잘 가지 않는 구석진 매대를 노려 테스터를 훔치는 사람.

어느 바쁜 와중에 한 외국인 여행객분이 캐리어를 끌고 뒤쪽 구석 매대에서 향수를 보고 계셨습니다


“환영합니다 고객님. 테스트해 드릴게요. 찾으시는 제품이 있으신가요?”

“아니에요 그냥 구경했어요.”


우물우물한 말투로 캐리어를 끌고 매장을 벗어난 지하에 위치한 캐리어 매장에서 진열된 캐리어를 훔쳐 백화점으로 끌고 와 매장을 돌며 테스터들을 캐리어에 가득 담아 훔쳤습니다.

저희 매장에서도 틈을 타 테스터를 훔치려다 실패한 것이고,

매장에서는 이미 제품이 털리고 나서야 하나 둘 알아채기 시작했고, 난리가 나서 신고를 했죠.

신고를 한 매니저님의 말을 들어보자니, 제품이 동시다발적으로 털린 걸 알게 된 직원들이 cctv를 요청하였고,

그 후 며칠 뒤 그녀가 그날 입었던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캐리어를 끌고 지하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신고하여 잡혔다고 합니다.


날이 갈수록 수법이 다양해지는 도둑질들.

이제 어디까지 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 걸까요?


<오늘의 퇴근길>


보고 싶은 풍경은 마음에 걸어두고 매일 기억하고 싶은데 금세 희미해져 버립니다.

나무가 메마르거나, 이파리가 다 떨어져 버린 갈색도 아닌 회색도 아닌 그 상태일 때,

그때 참 슬프고 외로운 색인 것 같았습니다.

흙이 잔뜩 뿌려진 그 나무는 분명히 어딘지 모르게 슬픈 색이라, 그 색들이 빼곡히 칠해진 지하철 환승구에서 나도 모르게 슬픔을 느꼈던 건, 그 나무가 슬펐던 걸까요 제가 슬펐던 걸까요.

요 근래 푸른색이 뒤덮이는 봄과 여름사이 환승구를 지나며,

저들은 항상 저 자리에, 옷을 갈아입으며 저 자리에서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는데, 나는 왜 그를 제 멋대로 슬프다고 안쓰러워하고, 싱그러워 행복하다며 멋대로 정한 걸까 싶어 부끄러워졌습니다.

제가 한 아주 큰 혼잣말이 부디 들리지 않았길 바랐는데, 이거야 말로 제가 변한 걸까요 나무가 변한 걸까요?

요즘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말을 자주 되뇝니다.

내가 슬퍼서 다 슬퍼 보이는 것이고, 내가 기쁘면 세상이 한없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 같은데,

그걸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되지 않습니다.

변덕이 심해 비위 맞추기가 여간 스트레스받는 일이 아닌 이 ‘마음’이라는 것은 그렇기에 뿌리도 내려보고, 안되면 썩어도 보고, 그러다 꽃도 피워내고 하는 것이라

조금 더 조곤조곤 착하게 얘기해 주고, 조금 흔들린다고 다그치지 않고 잘 돌봐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너무 아파하지 말고, 자주 돌아보고, 자주 안아주는 그런 한 주 되시길 바라요.

그대의 마음이 어지러워도 다 지나가리니. 제가 감히 다독여 봅니다.

 



가장 쉬운 듯 쉽지 않은 게 나를 생각하는 일이고,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데도,
모든 것은 생각보다 쉬이 변해.
풀도 나무도 꽃도 몇 번을 피고 지는데
마음이라고 그러지 않으랴 하며
예쁘게, 예쁘게 피어나려고 노력해 보기.
내가 받는 사랑에 더 고개 숙이며 살아가기.  


 








오늘도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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