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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양 May 21. 2024

백화점 C 양 체험판_47

47화_“백화점에 시향지 주는 잘생긴 오빠들” 이야기

-본문은 이해를 돕기 위한 약간의, 아-주 약간의 픽션이 들어간 faction이며 구독자 분들의 흥미를 얻기 위해 없었던 일을 꾸며내지 않습니다.  


오늘은 정기휴무입니다.

모든 백화점 직원들이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날입니다.

마음 맞는 백화점 친구와 소풍을 즐기러 나섰습니다.

오랜만에 멀리 지하철을 타고 이래저래 애정이 곳곳에 묻어있는 동네에 나와 붉은 햇살도 보고, 어린아이들의 철없이 아름다움도 구경하고, 그려놓은 듯 한 산도보고 꽃가지들도 보며 온몸 가득 꽃 피웠습니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폐허 같던 곳은 단장을 마치고 예쁜 꽃들이 만개했습니다.

참 좋아하는 동네에 참 좋아하는 꽃들이 가득 피니 더 오래, 천천히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오래간만에 쉬어가는 하루였습니다.

백화점이야기 시작합니다!


47화_“백화점에 시향지 주는 잘생긴 오빠들” 이야기


백화점이나 소위 '핫플'이라 불리는 곳에 가면 있는 멋진 직원분들이 테스트를 권유하는 장면을 많이 보셨을 거예요.

저희도 시향회를 하면, 매장 근처에서 그분들이 시향지를 나눠주며 고객을 유치하고, 매장이 바쁘면 함께 응대를 해주시기도 해요.

이분들이 갖춘 능력은 누구나 매장으로 자석같이 끌어오는 적극성과, 깔끔한 응대, 그리고 고객님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비주얼인데요.

실제로 이 분들이 매장에 오셨을 때 “이분들 때문에 물건 샀다.”라고 하시는 고객님들이 정말 많아요.

(간혹 여학생들이 몰리기도 합니다. 흡사 팬미팅을 방불케 함)


프로모터들은 대부분 실제로 활동 중인 배우나, 모델 위주로 꾸려진 모델에이전시에서 나와요.

행사 일정이 정해지면 에이전시에서 저희 쪽으로 프로모터의 프로필을 보내고, 그들의 스펙을 파악합니다.

프로모터는 전국을 다니며 매번 다른 매장에서 업무를 하시는데,

어쩜 저리 살갑고 모든 고객에게 말을 잘 붙이시는지!

매주 다른 직원들과 일을 해야 하고, 점마다 다른 고객들의 성향까지 맞춰야 하고, 브랜드도 매번 바뀌니 응대를 위한 제품을 공부하신 후 오시기 때문에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닐 텐데 몇 년 간 매장에서 응대한 제가 보기에도 대단하다고 느끼는 분들이에요.


저희는 그분들과 행사가 끝나면 보고서를 작성해 회사로 보냅니다.

이분의 용모는 어떠한지, 근무 시간 동안의 태도, 이 날 가장 많이 팔린 제품 등의 내용을 작성해요.  

그분들 중에 깔끔한 용모, 좋은 매너, 응대 수준이 굉장히 좋으신 분들도 있는 반면,

근무를 펑크 내고 연락 두절이 된다거나, 매사 적극적이지 않고, 고객 응대가 전혀 안 되는 분들도 있어요.

단순히 전단지만 돌리는 일을 한다면 저희 매장에서도 굳이 모델을 써서 행사를 진행시킬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밝고 쾌활하신 그분들도 힘들어하는 때가 있는데,

내점 고객이 현저히 적어 지루하거나, 매출이 나오지 않을 때인 것 같더라고요.

매출 수량이 예상보다 부족할 때 저희만큼 스트레스받아하시며 걱정도 같이 해주시는 분들입니다.

매출이 잘 나오면 그분들 덕분에 잘 나왔겠거니 하고, 가끔 매출이 나오지 않았을 때에도 괜찮다며, 다음 주엔 꼭 잘될 거라며 매장 직원들과 함께 으쌰으쌰 파이팅을 해주시는 것만큼은 우리 매장 직원 못지않답니다.

살다 보면 어떠한 이유로든 자꾸만 엮이게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반대로, 어릴 때 그토록 애틋했던 누군가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래져 보이지 않을 인연이 되기도 하고,

늘 붙어있진 않지만 마음속에서 늘 함께라고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오랜 벗은 헤어진 지 몇 년이 된 후에 만나도 전혀 어색함을 느끼지 않는다던 그 말을 체감하기도 하고,

늘 옆에 붙어 억지로 살을 비비고 앉아있어도 좀처럼 마음이 기울지 않아 토씨하나 다른 외롭고 괴로운 날들이 한없이 이어지기도 하지요.

구슬을 알알이 꿰어 멋진 작품이라도 만들려는 듯 인맥에 애쓰는 사람들을 보면서, 찬 겨울 다음 단단한 만물을 녹여줄 봄을 만나듯 모두 만나야 할 때에 만나게 된 것이라 생각하며 살았던 날들은 모두 거꾸로 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불면을 지내게 만들었고,

엮이고 싶지 않다 생각했던 사람들과 한솥밥을 먹게 되자 인연을 거스를 순 없는 거구나 하고 슬퍼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어찌 인연을 좋다 나쁘다로 명확히 나눌 수 있을까요?

어떤 인연이 어떻게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인생 속에서 오늘도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며 살아보고자 합니다.


많은 마음들이 모여 시와 노래가 되고
작은 이야기가 모여 전설이 되고
여럿 계절이 모여 세상이 되니
다 같이 지켜나가야 해
서로가 서로를 꼭 붙들며 살아가야 해








오늘도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




오늘 구경한 예쁜 꽃 사진을 나눠봅니다.
“꽃이 자꾸만 눈에 들어오는 걸 보니 나이 들었나 보다. “라는 우스갯소리를 뒤로하고 몇 장 담았어요. 사랑하는 동네로 나가기 너무 좋은 날이었습니다.
예뻐서 찍었는데 예쁨을 담기엔 소질이 없는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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