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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양 May 27. 2024

백화점 C양 체험판_48

48화_백화점에서 만난 워너비 리더들

-본문은 이해를 돕기 위한 약간의, 아-주 약간의 픽션이 들어간 faction이며 구독자 분들의 흥미를 얻기 위해 없었던 일을 꾸며내지 않습니다.  


덜컹이는 지하철 속 각기 다른 얼굴을 한 사람들이 한 곳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자고 있고, 누군가는 휴대폰 속 세상에 빠져있고, 작은 아이는 의자를 빙글빙글 돌며 엄마에게 말을 쏟아내기 바쁘네요.

밤이 꽤 깊은 이 시간에도 잠들지 않고 달리는 이곳에서 강물에 비친 열차를 보며 오늘 밤도 이들의 마음이, 그리고 제가 유영하며 지나갈 수 있길 바라봅니다.

백화점 이야기 시작합니다.


48화_백화점에서 만난 워너비 리더들


이 백화점으로 첫 출근한 지도 몇 년이 되었습니다.

첫 입사부터 지금까지 저는 발령이 단 한 번도 나지 않은 직원입니다. 오죽하면 'OO점 지박령'이라는 별명을 도맡고 있습니다.

막내일을 처음 배웠던 회사에서 매장이 폐점하면서 실직 위기에 놓여 퇴직금으로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려 했지만,  택도 없는 연차지만 더 좋은 기회로 스카우트가 있었고, 지금의 매장에서 좋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이 좋아도 사람이 힘들면 견디기 힘들다는 말을 너무 잘 알고 있고 너무 이해합니다. 하지만 여태껏 제가 만난 리더들은 모두 배울 점이 넘쳤어요. 그래서 감사하고, 매장 매출이 저조해도 배울 점이 참 많았던 값어치 있는 날들이었답니다.  

리더의 자리에서 생각해야 할 때마다 알음알음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그동안에 만나게 된 진짜 리더들을 떠올려보았습니다.


내 직원은 내가 챙긴다

일단 늘 마음 한구석 감사함을 새기고 살아가고 있는 매니저님들.

직업이 여러 개인 저를 십분 이해하고 도와주신 늘 감사한 매니저님이 계셨고요,

급한 일이 생겼을 때 본인의 스케줄까지 바꿔주셨고, 기회가 닿지 못해 놓친 일은 같이 아쉬워해주시며, 좋은 일엔 저보다 더 응원해 주신 친언니 같은 존재였습니다.

매장에서 직원들의 소리에 항상 귀 기울이셨고, 늘 다른 직원들을 배려해 주시며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일을 가르쳐주시던 매니저님.


직원들의 출근길을 반기던 점장님

크리스마스, 설날, 추석 등등 명절 때마다 혹은 아무 이유 없이! 아침 출근길에 직원 통로에서 직원 한 명 한 명에게 눈 맞추고 인사하며 떡을 나눠주고, 선물을 전하고, 매장을 돌며 막내직원의 사소한 것을 기억해 두었다 안부까지 물어주시는 호쾌한 부산 사투리를 구사하시는 부드러운 눈웃음의 소유자 점장님.


고객은 왕이 아닙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제가 책임집니다.

아침 회의시간, 왜인지 VOC가 폭발했던 주간이라, 어두운 이야기로 아침을 열었습니다. 매일같이 닦달하는 "인사 잘하세요, 컴플레인 신경 써주세요."라는 의미 없는 말이겠거니, 지루함 반으로 무거운 이야기에 직원들이 듣고 있는데, 항상 팔짱을 끼고 뒤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팀장님이 말을 꺼냅니다.

"고객은 왕이 아닙니다. 왕이 왕같이 행동해야 왕이지 왕 같지 않은 왕에게는 왕 대접할 필요 없습니다. 고객이 불합리한 것을 요구하고 여러분들에게 폭언, 폭행을 할 경우 여러분들도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책임은 팀장인 제가 집니다."

알 수 없는 고객들의 여러 사건들로 직원들의 마음이 지쳐있을 때 있었던 회의였었죠.

이 팀장님은 매장 직원들이 헤어스타일만 살짝 바꾸기라도 하면 알아채고 칭찬하시거나, 며칠 보이지 않았던 직원에게 무슨 일 있었냐며 안부를 물어올 정도의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엿보이는 분이셨습니다.


이 분들의 공통점은, 사람을 생각하는 배려심이 먼 저였다는 것과, 본인의 오점은 바로 피드백받아 시인하고 수정하는 점, 옳은 일에는 무섭게 떨어지는 결단력과 실행력 등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회 초년생일 때에 만난 어른들이 제 회사 생활에 큰 영향을 준 것은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누군가에게 제가 받은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는 배부른 다짐도 해봅니다.


<오늘의 퇴근길>



저의 스승님은 살면서 인생을 낭비하였다고 치부해 버렸던 시간 속에서도 반드시 배움이 있다셨습니다.

남들은 나아가고 있는데 나만 제자리인 것 같을 때, 잡을

지푸라기 마저 없다고 생각되어 흙속에 묻힌 작은 돌부리를 찾으려 쉼 없이 손을 더듬거렸고, 그것이 마침내 손에 닿았을 때엔 역시 세상은 날 버리지 않았다며 스스로를 어루만졌습니다.

그 힘으로 하루, 또 하루 버티다 보면 잊히는 날이 있었고요.

하지만 그것은 정황 한 서론에 비하면 거창하지 않은 것인데요.

오늘의 저는 출근길 엘리베이터 문에 비친 제멋대로 늘어난 제 얼굴을 보곤 혼자 킥킥거렸고

친한 언니와 퇴근 후 초콜릿아이스크림을 먹다 입술에 잔뜩 묻힌 서로를 보고 카일리 제너라며, 김혜수라며 배가 찢어져라, 백화점이 떠나가라 웃은 것이 절 어루만졌습니다.

이렇게 퇴근만 하면 별것 아닌 일에 웃겨 죽는 시답잖은 직장인이지만,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주는 이런 사람들이 있어 참 다행이다. 사람에 지친 하루를 결국 사람이 치유해 주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에게도 해 뜰 날이 오고 있습니다.


아이스크림 하나로 깔깔 웃기
카드를 대리수령해주신 막내 언니가 나에게 카드를 전해주는 법




민들레 홀씨 하나가 햇살에 반짝 비쳤어요
이 반짝임은 얼핏 눈물과 닮았지만
어디든 날아갈 수 있는 저 친구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나와 당신이 함께 내는 빛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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