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배우여서, 퇴사합니다. 240909
허리디스크의 통증이 빼꼼 고개를 내밀다 열이 받았는지 발악을 하는 중이다.
유니폼 바지에 다리를 끼워넣기가 힘이 들어 챙겨 먹지 않는 아침을 억지로 먹고 약을 먹었다.
오늘 약을 깜빡하고 들고 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백화점 밑에 약국을 들렀는데, 허리를 부여잡고 한발 한발 뒤뚱이며 가는 이 길이 왜 이리도 먼지.
"처방약을 안 갖고 와서 그런데 진통제 센 거 없을까요 허리디스크 통증이에요."
"본인이에요?"
자주 보는 이 약사선생님은 내가 감기에 걸렸을 때, 후두염에 걸렸을 때, 피부에 염증 주사를 맞았을 때 등등
나를 잘 아는 선생님이다. 바로 옆 카페에서 커피를 사서 지나갈 때면 나를 불러 세워 "커피 안 좋은데~!"라고 하시는 프로약사님. 소녀 같은 미소를 가진 약사님.
허리가 아프다는 말에 팔자로 눈썹을 늘어뜨리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나도 약 없으면 안 될 때가 있어서~”
하시더니 여러 가지를 꺼내 계산해 주신다.
일찍 출근해 늦게 퇴근하기에 가는 약국이라곤 이곳밖에 없어서 이곳을 참 많이 왔는데.
이제는 이곳도 기억 속으로 사라지겠지?
저 소녀 같은 웃음을 이젠 보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니 내 마음속 주치의가 사라진 것만 같은 마음이 든다.
그래도, 허리 통증으로 한 달 휴가를 받았던 지난날보다
'그래 이렇게 재발이 잦은데 언제까지고 이 일을 할 수 없어. 차라리 퇴사하는 게 잘된 일이야.' 하고 조금만 더 버티면 누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다.
도수치료 선생님한테 치료받고 정말 많이 괜찮아졌었는데, 그 선생님께 다시 가야 하나...
이 달은 추석 시즌이라 연장을 하는 날이 안 하는 날보다 훨씬 많지만 오늘도 허리를 붙잡고 버텨봅니다.
24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