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배우여서, 퇴사합니다. 240910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꽤나 힘들어하는 것들 중 하나가 어린아이들의 호기심에서 나오는 왜? 왜?라고 한다.
나는 아이가 있지도 않고, 나이만 많은데, 왜? 병이 근래에 도졌다.
사람들에게 일관된 질문하는 습관이다.
아닌 척하면서도 짐짓 불안한 마음에서 오는 질문이었으리라 짐작한다.
"일 시작하시고 한 번도 쉰 적 없으세요?"
놀란 눈으로
"아니 나 몇 년 쉬었는데?"
"왜요?"
"놀고 싶어서."
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한 후 한 번도 공백이 없었던 나는 저 말이 낯설다. 그리고 두렵다.
뒤쳐질까 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봐.
하지만 사람들은 적어도 몇 달부터 몇 년까지. 그 기간은 다양했다.
저렇게 대단한 사람들도 쉼표가 있었다니. 내가 퇴사를 하는 게 그다지 큰일이 아닐 수도 있겠다.
마냥 나를 갈아가며 일하는 것이 내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만 있지는 않겠다.
나를 다시 다독였다.
그래~ 나는 쥐고 태어난 재산이 있지도 않고, 부모님과 함께 살지도 않고,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사람이고 나라는 사람을 먹여 살려야 하는 1인가구 가장으로서 퇴사 = 밥 줄 끊김인데, 두렵지 않은 게 이상한 게 아닐까?
누가 그랬다. 일단 저지르고 해결하다 보면 성장해져 있다고. 그렇게 오늘도 나답게 퇴사도 일단 저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