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음'의 색깔마저 잃게 하였을까?
포털 사이트 '다음(Daum)'이 12년 만에 로고와 플랫폼을 리뉴얼하며 새로운 변화를 알렸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포털 생태계에서 브랜드 리뉴얼은 사실 새롭게 느껴질 소식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 다음의 리뉴얼에서 특히 브랜드 비주얼 아이덴티티 측면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먼저, 기존의 다음 로고는 파란색, 연두색, 노란색, 붉은색 등 네 가지 컬러가 중첩된 형태로 다채로운 그라데이션의 브랜드 컬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리뉴얼을 통해 다음은 이러한 다채로운 컬러를 모두 버리고 '딥블루'라는 단일 색상으로 전환했죠. 또한 나름의 리듬감으로 높낮이가 있던 알파벳 배치 역시 동일한 높이로 정렬하며 단순화시켰습니다. 결과적으로 브랜드 로고가 깔끔해졌다고 할 순 있지만, 다음만의 특색이 사라진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브랜딩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변화는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다음 로고에서 다채로운 색상은 시각적으로 강력한 인상을 전달할 뿐 아니라, 브랜드가 가진 다양성과 포용력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다음의 기존 컬러는 포털 브랜드 다음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 헤리티지였습니다. 브랜드 헤리티지는 오랜 시간 포털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며 형성된 브랜드의 자산이죠. 이는 결코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으며, 소비자의 감정과 기억 속에 깊게 각인된 중요한 자산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로고 리뉴얼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브랜드 자산마저 버린 느낌을 주죠.
이 이슈를 다루는 데 있어 잠시 과거를 돌아보겠습니다. 2014년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할 때만 해도, 많은 기대가 있었습니다. 카카오의 앱 생태계와 포털 다음의 웹 생태계가 결합해 새로운 거대 플랫폼이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감말이죠. 그러나 10여 년이 흐른 지금, 당시의 기대감이 무색하게 카카오는 모바일 생태계와 사업 확장에만 집중했고, 다음은 경쟁에 밀리며 웹 생태계조차 존재감이 줄어들었습니다.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네이버의 월간 이용자가 약 4,300만 명인데 비해, 다음은 불과 760만 명에 그칩니다. 대한민국에서 네이버와 양대산맥을 이뤘던 다음이었는데 말이죠.
다음이라는 포털을 이용하고 경험했던 사용자들은 압니다. 다음에도 다채로움이 있었다는 것을요. 네이버가 검색으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할 때, 다음은 오히려 콘텐츠와 커뮤니티의 힘으로 사용자를 끌어들였습니다. 강풀과 같은 인기 웹툰 작가들도 다음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팬카페 문화 역시 다음이 이끌어왔죠. 이렇게 다양한 콘텐츠와 사용자를 포용했던 다음의 색깔마저 잃었다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마저 듭니다.
이번 리뉴얼에서 로고를 단일 색상으로 단순화하고, 역동성을 제거한 결정은 사용자에게 플랫폼이 가진 특색을 전달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생각합니다. 브랜딩 측면에서 단순화가 무조건 나쁜 선택은 아닙니다. 특히 웹상에서는 더 유리합니다. 명료성을 확보하고 디지털 환경에도 탁월하며,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시각적 단순화는 매우 전략적인 방법입니다. 하지만 브랜드가 가진 본질적인 특색과 정체성까지 희생된다면 리뉴얼의 목적이 모호해질 수밖에 없죠. 결국 포털 사용자가 기억하는 브랜드의 인식보다 브랜드 관리에 용이성만을 염두한 리뉴얼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현재 다음의 첫 화면은 딥블루 컬러의 'D'로고가 어색하게 검색창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기존의 따뜻하고 친근한 느낌보다는 다소 무미건조하고 차갑게 다가오죠. 더욱이 카카오 산하 브랜드와의 시각적 조화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음 포털 사용자들 역시 "어디 초상이라도 났나"는 부정적인 반응이 큽니다. 브랜드 리뉴얼은 사용자에게 새로운 포털 경험을 제공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좋은 기회입니다. 하지만 이번 다음의 리뉴얼은 사용자와의 정서적 연결고리마저 악화시킬 위험이 커 보입니다.
다소 비판적으로만 해석했다면 죄송합니다. 그럼에도 다음의 로고 리뉴얼에 많은 아쉬움을 남기는 것은 단순히 디자인이 취향에 맞지 않기 때문이 아닙니다. 카카오가 다음을 분사할 계획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지금의 변화가 브랜드 전략적으로 올바른 선택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더욱 커집니다. 물론 포털 사이트는 살아있는 생태계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보완과 업데이트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브랜드 리뉴얼 이후에는 일정한 적응기간과 사용자 피드백을 통해 개선할 시간도 필요하죠. 다만 브랜드가 가진 헤리티지를 간과한 채 단순화만 추구하는 리뉴얼은 결코 좋은 전략이 될 수 없습니다. 포털 브랜드를 인식하는 사용자의 기억과 감성 역시 살아 숨 쉬는 존재이기 때문이죠. 단순함과 효율성만을 추구해 사용자의 감성마저 잃는다면 브랜드는 결국 매력을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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