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에서 AI의 무분별한 사용, 이대로 괜찮을까?
오픈AI의 ChatGPT의 등장은 막연히 멀게 느껴졌던 인공지능과 인간의 동행을 보다 가깝게 느끼게 했던 계기였습니다. 저 역시 브랜딩 업무를 하면서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으며 일하는 방식이 많이 달라졌죠. 이제 AI는 우리 생활 속 깊숙히 스며들었고, 더 이상 영화나 소설에서만 볼 수 있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인공지능의 빠른 발전은 앞으로의 미래를 기대하게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이 기술과 어떻게 공존하고 발전해나갈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와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시장에서 눈에 띄는 현상은 'AI'라는 단어가 마치 유행처럼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것입니다. 요즘 브랜드 마케팅 현장에서는 'AI 워싱'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에 AI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음에도 마케팅의 수단으로만 AI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죠. 이 현상은 실제 친환경적이지 않으면서도 환경 친화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하는 '그린워싱(Greenwashing)'과 매우 흡사합니다.
KB경영연구소의 최근 보고서에서도 AI워싱을 명확히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AI워싱을 '기업이나 브랜드가 실제로 AI기술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마치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처럼 홍보하는 행위'로 정의했습니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AI기술 자체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것이 바로 아마존의 무인 매장 '아마존 고'입니다. 아마존 고는 첨단 AI를 이용해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가 제품을 집어 들고 나가기만 하면 자동으로 계산이 되는 시스템이라고 홍보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인도에서 약 1,000여 명의 직원이 고용되어 매장 내부의 카메라 영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수작업으로 계산을 처리하고 있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큰 논란이 되었죠.
또 다른 유명한 사례는 '오럴비'의 AI 칫솔입니다. 오럴비는 이 제품이 AI기술을 사용하여 사용자의 치아 위치와 밝기를 정확히 감지해 이가 잘 닦였는지를 알 수 있다 홍보햇지만, 실제 구체적인 AI 기술 적용 방식에 대한 질문을 회피하거나 명확히 답변을 하지 못했죠. 이 같은 사례들이 반복되면서 소비자들은 AI 기술이 진정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혁신인지, 단지 마케팅 수단에 불과한지 의문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AI 워싱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소비자들이 진짜 AI 기술을 만났을 때조차 그 진정성과 신뢰성을 의심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는 브랜드가 단기적인 관심과 매출 상승을 위해 소비자의 장기적 신뢰와 충성도를 잃게 되는 위험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마치 동화 '양치기 소년'과 같은 상황이죠. 반복된 거짓 홍보는 소비자들이 진정한 혁신을 만났을 때도 냉담한 반응을 보이게 만들 수 있습니다.
브랜딩 관점에서 볼 때, AI를 홍보에 활용하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기대와 브랜드가 전달할 수 잇는 실제 가치 사이에 명확한 균형이 필요합니다. 즉, 브랜드는 AI 기술을 통한 경험의 실제 가치를 진정성 있게 전달해야하며, 고객에게 진정한 혁신을 제공할 때에만 AI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장기적인 신뢰를 쌓는데 효과적일 것입니다.
이제 마케팅 환경에서 AI라는 키워드를 사용하더라도 실제 그 기술이 소비자에게 명확한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는 근거와 경험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AI라는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실질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혁신을 보여줄 수 있을 때 비로소 브랜드의 전정한 가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 AI워싱과 같은 단기적인 유혹을 극복하고, 고객에게 신뢰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진정성과 투명성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AI기술이 점차 생활에 근접해오고 있는 지금, 이 점을 깊이 고민하고 진정성 있는 브랜드 경험을 설계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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