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브랜드 리뉴얼이 욕먹는 이유
최근 브랜드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을 꼽으라면 단연 대한항공의 브랜드 리뉴얼일 것입니다. 무려 41년 만에 이루어진 리뉴얼인 만큼 당연히 이목을 집중될 수밖에 없었죠. 그러나 이번 리뉴얼 작업은 긍정적인 관심보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습니다. 뉴스는 물론이고 온라인 커뮤니티, 심지어 디자인 업계에서도 논쟁의 중심이 되었죠. 그렇다면 왜 대한항공의 새로운 브랜드 리뉴얼은 이렇게까지 욕을 먹을까요?
브랜드 리뉴얼 작업이 어렵다는 것은 브랜딩, 디자인 업계에서는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기존의 브랜드 이미지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트렌드에 맞춰 신선함을 더하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특히 소비자들이 오랜 시간 동안 브랜드와 함께 쌓아온 감정적 애착과 신뢰가 깊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대한항공의 이번 브랜드 리뉴얼이 욕먹는 주된 이유라 할 수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단순한 하나의 항공사가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라는 특별한 위상을 가지고 있죠. 그저 소비자의 시각을 넘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브랜드에 대한 애정과 기대가 큰 항공 브랜드입니다.
기존의 대한항공은 밝고 가시성이 높은 하늘색의 브랜드 컬러와 강렬한 태극 문양의 조합으로 대중들에게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마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해외여행 갔을 때 대한항공기만 봐도 느끼는 반가움이 있었을 것입니다. 대한항공이 글로벌 시장에서 서비스 품질이나 기내식 등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때마다 대중들 역시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만큼 국민적으로 애착을 가진 브랜드이죠.
하지만 이번 브랜드 리뉴얼에서 대한항공은 브랜드 컬러를 기존의 밝은 하늘색에서 보다 짙고 차가운 톤의 블루 컬러로 변경하고, 태극 마크를 형태적으로 극도로 단순화했습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기억하고 사랑했던 '한국적 정서'가 담긴 브랜드 이미지를 상실한 듯한 느낌을 주었죠. 심지어 '외국계 항공사와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도 많았습니다. 디자인 자체의 완성도나 글로벌 확장성을 목표로 한 전략적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기존 브랜드의 가장 큰 강점이었던 국가 정체성과 소비자와의 감정적 연결을 약화시킨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특히 이번 브랜드 리뉴얼 작업을 담당한 에이전시가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기업인 '리핀코트(Lippincott)'라는 점 역시 논란을 가중시켰습니다. 리핀코트는 델타항공, 사우스웨스트항공과 같은 글로벌 항공사의 브랜드 리뉴얼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대한항공 역시 리핀코트의 이러한 경력으로 리뉴얼 작업을 맡긴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브랜드가 가진 특별한 민족적 정체성과 감정적 유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디자인적으로만 접근한 느낌이 강하다는 비판을 받기 쉬웠죠. 여기에 더해 외국계 에이전시가 태극이라는 한국의 대표적 상징을 단순 해석했다는 비판까지 더해지며, 대중들의 불만이 더 커졌습니다.
최근 '덜어내기 전략'은 현대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을 추구하는 많은 글로벌 브랜드 리뉴얼 사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략입니다. 하지만 이 전략이 모든 브랜드에 다 적합한 것은 아니죠. 특히 감정적, 문화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브랜드의 경우, 지나친 단순화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대한항공의 새로운 로고 디자인은 기존 태극 마크에서 색상을 제거하고 형태를 과감히 단순화했지만, 그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태극에 대해 가지고 있던 감정적 공감과 연결성마저 함께 덜어낸 형국이 되었죠.
흔히 업계에서는 브랜드 리뉴얼은 '잘해도 본전인 작업', '욕먹고 시작하는 프로젝트'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브랜드 리뉴얼에서 대중의 공감은 필수적이죠. 그래서 무엇보다 기존 브랜드와 소비자들 사이에 형성된 감정적 유대를 이해하고 이를 유지하면서 새로움을 더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특히 국가적 자부심과 같은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브랜드라면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브랜드의 정체성과 소비자의 감정적 유대를 무시한다면 리뉴얼 결과에 대한 공감을 얻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은 단순히 미적인 요소를 개선하거나 현대적인 감각을 도입하는 작업만이 아닙니다. 소비자의 기억과 경험, 감정을 함께 리뉴얼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브랜드가 가진 본질적 가치와 소비자들의 인식을 철저히 분석하고, 이를 어떻게 보존하며 발전시킬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러한 고민이 없이 브랜드를 리뉴얼한다면 아무리 뛰어난 디자인적 완성도를 가지고 있더라도 많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듯 때로는 브랜드의 본질과 정체성을 지키며 소비자와의 공감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더 장기적인 가치 창출에 유리할 수 있습니다.
이제 대한항공에게 중요한 것은 '리뉴얼한 브랜드를 앞으로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인가'입니다. 41년 동안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를 과감히 바꾼 만큼 새롭게 소비자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채워나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대한항공이 앞으로 이 과정에서 소비자와의 공감을 새롭게 형성하며 브랜드의 가치를 더욱 높여가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Ope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