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와 아르노, 관객의 자리.
<인간수업>(2019, 김진민)과 <언컷젬스>(2019, 사프디 형제)는 관객을 불편하게 한다. 이는 때때로 문학과 예술 작품에 있어 관객을 각성시키거나 계도하는 기폭장치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왔다. 불편의 종류는 다양하다. 제시한 두 작품의 불편함은 그 중 주인공의 희열에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동참할 수밖에 없는 무기력한 상태 혹은 희열로 향하는 자신의 감정에 관한 불편함이다. 실존주의로서의 인간 존엄성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지지받게 된 이래 형이상학적 선의 존재가 영화의 주인공으로서의 역할을 군림하던 시기는 막을 내렸다. 바야흐로 선과 악의 경계는 모호해졌으며 시시 때때로 패러다임 쉬프트가 일어나는 시대에 절대적 선의 기준은 사라진지 오래다. 그러나 아니, 그러므로 관객은 선함에 대한 갈증에 양심이 타들어갈 지경이다. <인간수업>과 <언컷 젬스>는 관객의 갈증에 기름과, 물 둘 중 무엇을 부었던가.
두 작품에서 주인공으로 인해 고통 받는 인물들 중 가장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되는 인물은 민희와 아르노다. 자본주의에 매우 충실하여 민희는 주인공의 부도덕한 매춘 시스템이 원활하게 가동되길, 아르노는 사채업이 원활하게 이행되길 간절히 바라는 인물들이다. 주인공들과 다르게 둘은 자신들의 실수 혹은 가치관이 잘못되었음을 뼈저리게 느끼지만, 관객은 자신들보다 일찍 자각하길 바라며 기꺼이 죽음으로 침잠한다. 죽음은 불편함의 감정보다 슬픔의 감정을 증폭시킨다. 감정의 크기를 논하는 것은 차치하고 서사의 시간으로 볼 때, 민희와 아르노는 죽음 직전에 주인공들의 유희에 동참하는 상황, 즉 거대한 불편함이 죽음에 앞서 먼저 들어선다. 매춘 시스템을 부활시키기 위해 주인공인 지수와 규리(<인간수업>)는 아이돌 가수를 매춘에 끌어들이고, 사채를 갚기 위해 하워드는 농구 도박에 그가 사랑하는 여인과 농구 선수를 끓어들인다. 그리고 관객은, 아르노는 그리고 (이 사실을 알았다면 매춘을 지속하기 위해) 민희 역시 이들을 지지하는 입장에 서게 된다. 부도덕하고 비양심적인 태도를 넘어 비인간적 행위에 동참하게 되는 불편함. 아이돌 가수가 매춘을 허락하고 도박에서 농구경기가) 이겨야 하는 상황. 관객은 객석에 붙잡혀 동의하지 않는 혹은 동의하지 않는 다는 비인간적 행위들을 잊은 채, 매춘 허락과 (스포츠) 도박 참여의 불편함과 꼼짝없이 마주해야 한다.
언컷 젬스는 Uncut Gems 는 아직 가공하지 않은 보석을 뜻한다. 영화는 불편함을 통해 관객에게 묻는다. 설령 진부할지라도. 자본주의에서 우리는 어째서 인간의 원석인 선함, 사랑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되었을까. 오프닝에서 다리를 다친 광부는 왜 다쳤으면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라고.
그러나 관객이 그러한 물음과 함께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올 마음의 원석을 자극하기에는 역부족인 드라마와 영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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