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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MA Jun 08. 2023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거랍니다.

20대 표류기

긍정 노홍철 선생

새삼 삶의 무게가 버거울 때가 있다. 어디로 가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없을 때가 분명히 있다. 살면서 그런 때는 당연히 마주하게 되는 것이고, 나는 지금 그런 시기를 마주하고 있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또 언제는 뜻 모를 자신감에 도취될 때도 있는 게 삶이란 거 아니겠냐만은 한순간 감정에 매몰되는 것도 지겹기만 하다마는 어쩔 수 없다. 세상일 마음대로 되는 거 아니니까. 나도 안다. 아는 게 더 무섭다.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 앞에서 무력해진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야-라는 자신감이 거대한 우주 앞 한 톨 먼지로 바뀌는 건 순식간의 일이다. 이번엔 또 어떻게 벗어난담...


알고리즘은 꽤 무섭다. 그리고 가끔 신기하기도 하다. 안다고 해서 하등 쓸모없는 정보들이나 소식이 있는가 하면 꽤 반갑기도 하고 쏠쏠한 기능을 하는 것들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노홍철 님의 인스타그램은 후자에 가까웠다. 무도키즈로서 툭치면 각종 무도 밈이 튀어나오는 나에게 노홍철이라는 연예인은 돌+아이, 긍정, 사기꾼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냥 오, 특이한 사람, 범상치 않은 사람 정도. 모든 상황에서 긍정을 보여주는 그의 행보에 감탄하는 1인이었지, 그걸 내가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더랬다. 그런데 인스타 소개 메시지부터 개성 넘치는 게시글의 해시태그까지 그 두 문장이 나에게 훅- 다가왔다. 

노홍철 님의 인스타그램

#재밌는 걸 참 좋아하고 하고 싶은 거 하는 사람

#계획대로 늙고 있thㅓ~

어머나. 진짜다. 이 사람은 찐이란 이 말이야. 말 그대로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즐기며 살고 있었다. 심지어 이 모든 행보가 계획이었다니. 이렇게 늙어가는 게 계획이었다니! 그 순간 생각했다. 이 사람은 말로만 긍정- 외친 게 아니었구나. 정말로 자신을 사랑하고 삶을 즐기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거구나. 그리고 알고리즘의 무서운 점 2. 곽튜브님의 채널에 등장한 노홍철 님의 모습에 제대로 영감을 받았다. 비자가 취소되어 출국을 못하게 된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이란. 나였다면 일단 눈에 눈물이 고이면서.. 손을 발발 떨며 일행에게 무한한 죄송을 표하며 우울모드로 들어가 나란 인간은 왜 이런 것도 못 챙겼을까... 미국을 증오하고 미워하고 시기하는... 그런 태도였을 게 분명했다. 

그래, 그래서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결심했다. 긍정의 힘, 믿어볼게요!


오늘은 일진이 사납다면 사나운 날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는 알바는 돈이 안된다. 심지어 함께 하는 사람이 너무 불편하다. 내 잘못이 아닌데 내 잘못처럼 됐다. 자전거를 타다가 페달에 긁혀 피가 났다. 내일 당장 자격증 시험인데 공부가 안되고 푸는 문제마다 족족 틀린다. 헬스를 하는데 등에 담이 와서 제대로 하지도 못했다. 현타가 왔다. 지금 나 잘하고 있는 거 맞나. 후회도 밀려왔다. 이대로면 나의 오늘은 아주 최악의 하루가 될 것이었다. 이 기분이 며칠 갈지도 모른다. 안돼, 생각을 고쳐먹어 봤다. 


비록 다쳤지만, 생각보다 덜 다쳤다. 알바야 다른 알바 찾으면 되는 일이고 분명 나는 잘 선택했고, 잘 준비하고 있다. 급한 시험이 아니기도 하고 자기 전에 조금 더 공부하고 맘 편히 치면 괜찮을 거다. 땀을 쭉 빼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바라본 하늘이 아름다웠고, 바람은 선선하니 완벽했다. 집에 와서 먹은 닭가슴살이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고 좋아하는 유튜버의 새로운 영상이 업로드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포카칩이 가득한 집에서 포카칩을 먹으며 세상 편한(그렇지만 허리엔 좋지 않은) 자세로 이 글을 쓰고 있는 자체로 만족스럽기도 한 하루가 됐다. 하, 이거 맞냐. 맞겠지, 이렇게 시작하는 거.


나의 일상은 생각보다 많은 부분 멘털이 좌지우지한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를 찾는다면, 긍정의 힘을 억지로라도 믿는다면 나는 내 인생 흘러가는 자체로 즐기며 살아갈 수 있을까. 억지로라도 웃다 보면 찐 웃음이 될까. 속는 셈 치고 한 번 믿어보며 살아보련다. 나도 할 수 있thㅓ!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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