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하 Feb 03. 2024

책방지기의 첫 독서모임 일지

독립서점 책방지기 알바 일지 #5

책방 신년회 때 하고 싶다고 손을 번쩍 들었던 책모임 모집을 시작했다. 책방 크루들과 책모임 이름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도 나누고 메모장에 책모임 소개를 이리저리 수정해 보며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궁금한 점이 최대한 없게끔 이리저리 적어보았다. 책모임 신청도 구글로 만들어두고 사장님께 전달! 


드디어 책방 인스타에 책모임 모집 글이 업로드되었다. 두근두근두근두근 

매일 2-3번씩 구글 신청 링크를 확인했다. 언제쯤 신청하는 손님이 나타날까 궁금해하며 다급한 클릭, 클릭, 클릭을 했다. 총 4번의 모임을 모집했지만 아쉽게도 3번만 신청자가 있었고, 3번의 책모임 모두 1명씩만 신청한 상황이었다. 아니! 이 동네 사람들은 책 읽기에 관심이 없나요,, 저만 집에서 한 시간 이상 집중해서 책을 못 읽나요.. 시무룩한 것도 잠시 사람이 적은 것이 대수일까, 나도 책을 집중해서 읽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니 한 명의 손님이라도 감사한 마음으로 함께 책을 읽으면 된다고 생각하니 살짝 긴장감과 함께 기대가 되었다. 


드디어 첫 모임!!!

책방 크루분과 예전부터 책방에 와보고 싶었던 손님과 셋이서 평일 저녁 모임을 시작했다. 각자 읽고 싶었지만 집에서는 진도가 잘 나가지 않기도 하고 몰입해서 읽고 싶었던 책을 가져왔는데 정세랑 작가님 책만 두 권!!!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나누고 한 시간 반 이후에 소감을 나누기로 하였다. 따뜻한 차를 내려드리고 영업이 완료된 저녁의 책방에서 책을 읽는데 책방에 내가 전세 낸 느낌이 들었다. 우리 책방은 분위기가 따뜻한 느낌이고 원목 가구가 많아 책을 집중해서 읽기에는 더더욱 좋은 분위기였다. 철이 지난 달력의 사진 부분을 잘라 책에서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필사할 수 있게 참여하신 분들께 나누어 드렸다. 뒷 장에 책방 도장과 오늘 날짜 도장을 찍어 드리는 것 마저도 즐거웠다. 내가 읽었던 '피프티피플'은 사람들이 계속 연결되는 이야기라 메모가 필수였는데 이런 이야기를 설계한 작가님의 촘촘한 서사나 한 사람, 한 사람을 잘 나태는 표현들에 드라마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두 번째 책모임, 토요일 오전에 두 분이 함께해 주셨다. 병렬 독서를 해서 두 권의 책을 가져오신 손님과 제주도에서 여행하다가 독립서점에 발견한 책을 읽고 싶어서 가져오신 손님. 두 분 다 책방에 와보고 싶었던 분들이라 모임이 끝난 후에 책방 오픈시간이라 편히 책방 구경을 하실 수 있게 해 드렸다. 서로 읽었던 책의 소감을 나누고 한 손님이 앞으로의 일에 대해 고민이 많아서 서점에서 책 추천을 받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하셔서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와 '내 일로 건너가는 법'을 추천해 드렸다. 일에 대해 고민과 탐구가 깊어진 지금 추천해 달라고 했다면 '왜 일하는가?'도 추천했을 것 같다. 손님께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세 번째 모임, 근처에 살지만 처음 오셨다는 손님. 간판이 잘 안 보여서 건물을 지나쳤다는 말을 듣고 사장님께 큰 간판을 건의해야하나 잠시 고민이 들었다. 오늘 손님도 역시 사놓고 잘 읽지 않게 된 책을 가져오셨고, 책모임 전 날 방문했던 독립서점에 눈이 마주친 책 '경찰관 속으로'를 읽었다. 이 책은 몇 년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힘든 이야기가 많이 있을 것 같아 읽기를 주저했던 책이었는데, 독립서점에서 눈이 마주쳤으니 이제는 읽어야 할 때인가 보구나 하며 읽었다. 책모임 시간 한 시간 반동안 완독을 하였는데 다 읽은 소감은 1) 원도님의 글쓰기에 반함, 2) 다른 책도 궁금하다, 3) 소재가 어둡고 쉽지 않은데 그 가운데의 여자 경찰관으로서의 자신의 마음도 솔직하게 쓰되 징징거리거나 너무 감상적이거나 감정적이지 않고 덤덤하게 기술이 되어 있어서 더 공감하며 읽었던 것 같다. 함께한 손님은 다음 달에도 같은 책으로 책모임을 신청할 수도 있다고 웃으며 돌아갔다. (2월 책모임에도 신청하셨다)


책모임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호흡이 긴 소설책이나 고전 등 조금 무겁거나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한 책을 사람들과 함께 읽고 싶었다. 서로 어떤 책을 읽는지 구경도 하고(원래 남이 읽는 책이 무엇인지, 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는 것이 내가 읽는 책 보다 재밌다) 몰랐던 책을 추천받기도 하면서 책의 세계를 다양하게 넓혀가고 싶었다. 아직은 부족한 홍보로 많은 분들이 찾아오지 못했지만 영업 시작 전 혹은 영업 종료 후 우리만 쓸 수 있는 책방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책에 집중하는 시간은 기대했던 것보다 좋아서 영업시간이 아닐 때 혼자와서 책을 읽고 싶을 정도이다. (사장님 몰래 그러지는 않습니다!!) 


책모임으로 동네에 있는 책방, 혹은 우리 책방을 떠올렸을 때 책 읽기에 좋은 책방 그리고 좋은 책을 소개해주는 책방으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라고 썼지만 큰 바람인 것 같기도 하다)을 품어본다. 사장님, 우리 인스타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심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