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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하 May 11. 2024

포근한 결계

문장큐레이션 오곰장 편지 뉴스레터 에세이 1호

"일상은 얼마나 떠내려가기 쉬운가. 오늘 나의 하루가 조금이라도 단단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외우는 주문이자, 나의 쉼터가 더 포근해지기를 바라며 만드는 작은 결계."

� 오지은, <마음이 하는 일>


오늘도 책 속의 누군가가 말을 걸어옵니다. 위로의 말, 응원과 격려의 말,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하는 성찰의 말, 혹은 먼저 걸어간 선배가 건네는 듯한 말, 멀리 있는 친구가 소소하게 건네는 인사와 같은 말 등 책 속 문장들은 그저 흘러가기도 하지만 유난히 마음을 끌어당기기도 합니다. 그런 문장을 발견하면 밑줄을 긋고 살며시 태그를 붙여 표시해둡니다.

수집한 문장들을 늘어놓고 보면 마음의 결이 보이기도 합니다. 이번 달은 나를 위로하며 있는 그대로도 괜찮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구나, 이때는 희망을 찾거나 희망을 긍정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구나, 이 무렵엔 문장들이 각기각색인 것을 보니 마음이 혼란스러웠나, 하며 문장을 통해 나를 돌아보기도 합니다.

마음이 어려웠던 시기에 밑줄 친 문장들은 나를 격려해주는 말이 많았습니다.


“좋은 이야기는 존재의 숨통을 틔워준다.

내가 보고 듣고 겪는 이야기가 나의 세계를 이루기 때문이다.”

� 은유, <크게 그린 사람>(한겨레출판)


“너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법을 알고 있다는 거야.

그 힘으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의무가 있어. 그것만 잊지 말아주렴.”

� 정은, <산책을 듣는 시간>(사계절)


“우리 각자가, 살아서, 이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게 되기까지, 우리가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도달하기까지 있었던 그 모든 일에 대해 나는 경이를 느낀다.”

� 샤사 세이건,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문학동네)


이렇게 문장들이 곁에 쌓이며 마음의 모난 부분을 다독이기도 하고, 무너져내린 곳에 비움을 채워넣어주기도 하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책속 세상에도 나처럼 누군가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머리가 터져라 비슷한 고민들을 하고 있었으며, 넘어지더라도 일어나 달려보기도 하면서 살아가고 있었어요.

오곰장이 편지에 담은 문장들도 누군가에게 다정함과 따스함을, 주저하는 이에게는 손을 내밀며 너만 찌질하지 않다는 공감을 전하며 책이 소개하는 세상을 맛보는 쉼터이기를 바랍니다.





문장큐레이션 오곰장 편지 뉴스레터에 실린 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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