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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하 Jul 19. 2024

내향인인 저의 세계가 확장되고 있어요

[인터뷰] 주미의 하루 한 줄 문장 메모 리추얼 이야기

Interview by 소하  


Q. 주미님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밑미라는 응원의 커뮤니티를 만나, 나만의 방식으로 리추얼을 실천하고, 나만의 속도로 좋은 변화를 만들고 있는 오주미입니다. 



Q. 밑미 리추얼을 어떻게 알고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시작은 2020년 가을에 신청한 최고요님의 <고요한 집의 기록>이라는 리추얼이었어요. 코로나가 왕성해지면서 모두들 집에 머무르는 시기가 길어졌을 때라, 사람들이 자신의 공간을 돌아보는 것에 훨씬 더 진심이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저도 제 공간을 정리하고 가꾸는 행위로 시작해 결국 내 삶을 아끼는 마음으로 이어지는 이 리추얼을 참 좋아했어요. 리추얼 메이트라는 이유만으로 서로가 (어쩌면 속마음처럼 내밀하다고도 볼 수 있는) 자신의 공간을 스스럼없이 공유하며 이야기를 꺼내놓는 안전한 밑미라는 커뮤니티도 인상적이었고요. 참고로, 고요님의 밑미 리추얼 프로그램은 지금은 진행되지 않고 있는데, 관심 있는 분들은 고요님이 얼마 전부터 시작한  ‘최고요의 최애공간’이라는 유튜브 채널도 슬쩍 추천해요!  



Q. 정리 리추얼 외에 어떤 리추얼을 하셨어요? 리추얼을 오랫동안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리추얼을 얼마 동안 하셨는지 궁금해요. 

밑미 초창기부터 이런저런 리추얼을 참여해서 꾸준히 했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그렇지는 않아요. 리추얼을 하다가 몇 개월 쉬고, 또 하다가 쉬고 이런 식으로 리추얼을 하고 있어요. 퇴사를 하고 일을 쉬던 기간에는 열성적으로 참여하다가, 이직하고 적응하는 기간이나 업무가 너무 몰려 바쁜 기간에는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못 내는 편이에요. 아무리 바쁘더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잠시라도 내자는 게 리추얼의 취지인데, 그런 의미로 보자면 저는 아주 충실한 리추얼 메이트는 아니겠죠.(웃음) 하지만 리추얼이 꼭 매일매일의 단위로 이루어질 필요는 없다고 요즘은 좀 더 너그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저한테는 저만의 리추얼 리듬이 있다고 생각하고, 어쨌든 오랜 기간 리추얼의 끈을 계속 유지하고는 있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오랜 기간 했던 리추얼은 혜윤님의 ‘나만의 플레이 리스트 만들기’와 키미님의 ‘칭찬일기’, 그리고 지금 계속 참여하고 있는 희희님의 ‘하루 한 줄 문장메모’예요. 문장메모의 경우 평소에도 책 읽는 습관이 있으니까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는 리추얼이라면, 반면에 ‘나만의 플레이 리스트 만들기’ 리추얼은 도전 삼아 신청했던 리추얼이예요. 저는 고요한 것을 사랑하는 사람이라 집에 있을 때에도 음악을 틀어두기보다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을 좋아해서 음악을 가까이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퇴사 후 시간도 마음도 여유로워진 때에 나와 가깝지 않은 다른 것을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신청했어요. 사실, 혜윤님을 SNS를 통해 멀리서 지켜보면 매우 활발하시고 적극적인 느낌이라 저랑 완전 반대쪽에 서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기에 신청하는데 더더욱 주저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 나랑 정반대인 ENFP 같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을 것 같은데 그 에너지와 분위기를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했던 터라 더욱 도전처럼 느껴졌던 것 같아요. (주미님은 ISTJ입니다) 


Q.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요. 리추얼 소개 페이지를 보고 메이커가 궁금해서 SNS나 여기저기 검색해 보면 어렴풋이 메이커는 이런 느낌의 사람이구나 느껴지는 것이 있죠. 도전으로 시작한 리추얼을 1년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오랜 기간 관심만 갖고 있던 리추얼이었는데, ‘나만의 플레이 리스트 만들기’를 신청하는 데 결정적으로 영향을 준 건 혜윤님의 SNS에서 본 “서로에게 선을 긋기 전에 함께 춤을 추자”라는 문장이었어요. 순간 이 리추얼 프로그램에 선을 긋고 있었던 건 아닌가 자문하게 됐던 거죠. 결국 그 선을 넘어보았고요. 막상 리추얼을 시작하고 참여했을 때 느낀 것은 메이트들이 모두 환영해 주고 음악과 함께 내밀한 이야기가 담긴 일기를 공유해서 그런지 걱정한 만큼 에너지가 넘치고 너무 활발해서 부담되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게다가 퇴사한 후라 시간이 많다 보니 한 명, 한 명의 리추얼을 천천히 읽고 댓글을 쓰는 시간을 가지면서 리추얼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Q. 리추얼을 하시면서 좋았던 부분은 어떤 것이었어요?

‘나만의 플레이 리스트 만들기’의 경우, 우선 리추얼 메이커를 포함해 메이트분들 중에서 ENFP 성향이 정말 많아서 신기했다는 걸 얘기하고 싶어요. 이건 제가 일반적인 친구 관계나 직장 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일반적인 통계를 넘어서는 큰 비율이거든요. 제 MBTI와는 정반대의 성향인 분들을 많이 만나는 것 자체가 저를 자극하고 시야를 확장해 줬다는 걸 늘 느껴요. 메이트님들의 모습을 보면 제가 가지지 못한 장점들이 눈에 띌 때가 있어요. 

예를 들면 무언가를 순수하게 좋아하고 그 마음을 잘 표현하는 모습들, 좋아하는 마음을 행동으로 쉽게 옮겨 시도해 보는 모습들. 그런 부러운 모습들은 조금씩 닮아 가보는 거죠. 저는 어떤 현상을 볼 때 부정적인 걸 먼저 인식하는 버릇이 있는데, 리추얼 멤버들 덕분에 덩달아 조금 더 다정하고 밝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 것 같아요. 또 이런저런 시도를 응원해 주시는 멤버들이 있어 소소한 개인 프로젝트들 (주변 친구들을 인터뷰해보는 프로젝트 등)도 리추얼과 함께 하는 기간 동안 실행할 수 있었어요. 제가 퇴사하고 쉬는 기간이었던지라 제가 이런 변화에 좀 더 적극적으로 열려있었다는 것도 좋은 타이밍이었던 것 같기도 해요.


Q. 오랫동안 리추얼을 계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리추얼 권태기 같은 기간은 없으셨는지도 궁금해요.

사람들 때문이죠! I 성향(MBTI의 내향형)이 강한 제가 이런 대답을 하는 게 스스로도 좀 재미있네요. 저는 평소에도 혼자만의 시간을 잘 갖는 편이었기 때문에, 리추얼 행위 자체가 준 변화가 크진 않아요. 대신 제가 리추얼을 함께 하는 멤버들에게 좋은 영향을 받은 게 커요. MBTI는 많이 다른 사람들이라고 얘기하긴 했지만, 한편으론 나 자신을 만나는(meet me) 일이나 성장하는 일에 있어서는 진심이라는 점에서 모두 같은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인 듯 해요. 그 안에서 나는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같은가를 확인하며 나에 대한 인식도 더욱 또렷해지는 것 같아요. 이런 사람들과 일반적인 인간관계보다 더 밀도와 농도가 진한 소통을 이어나가는 것을 어떻게 그만둘 수 있겠어요!


Q. 저도 리추얼 메이트들 덕분에 제 세계가 넓어진 것이 무척 좋아요. 리추얼을 하기 전의 자신과 리추얼을 오랜기간 한 지금의 자신의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밑미와 같이 하면서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았어요. 혼자였다면 안 했을 컨셉이나 활동을 하게 되었고 저도 밑미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인터뷰 프로젝트를 기획해서 해본 경험이 있어요. 홍보 관련 일을 하니까 인터뷰를 프로젝트로 만들어 연습하다 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했었는데 이런 것도 밑미를 하지 않았다면 떠올리지도 못했을 것 같아요. 저와 거리가 먼 사람들을 만나는 것, 저와 가까이 있지 않은 단어나 분야에 가까이 가는 것을 할 수 있게 되는 것들도 밑미를 통해서 하게 된 것 같아요. 저는 밑미 단어 그대로 나를 만나는 것에 관심이 많고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계속 밑미 근처에서 성격도 MBTI도 다르지만 관심사와 공통적인 사람들과 계속 소통하고 싶어요.  


Q. 밑미 메이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과 음악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요즘 읽고 있는 책을 추천할게요. 리추얼 메이커로도 활동하고 계신 김신지 작가님의 신간 <제철 행복>이라는 책인데요. (그러고 보니 신지님 리추얼도 한 달 해본 적이 있어요) 일상이 줄 수 있는 행복이란 행복은 뭐든지 줍줍해서 오독오독 씹어 먹겠다는 신지 작가님의 멋짐이 또 한 번 드러나는 책이에요. 계절이 지금 보여주는 풍경과 즐거움을 누리는 것만으로도 1년에 각 절기마다 최소 24번은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너무 아름답지 않나요? 저는 이게 ‘계절 단위의 리추얼’이기도 하다고 생각해요. 저에게도 신지 작가님과 비슷하게 계절 리추얼이 있는데요. 예를 들면 4월에는 꼭 남산에서 벚꽃엔딩을 맞이하고, 5월의 석가탄신일 무렵에는 꼭 성북동 길상사에 들러 밤의 연등 풍경을 보고 돌아와요. 밑미 리추얼의 매일 인증에는 게으르지만, 계절 리추얼에는 성실한 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하. 사실 제가 소하님에게 인터뷰 장소를 숲으로 제안한 것도, 아직 연두빛을 띤 나뭇잎들을 볼 수 있는 제철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예요. 인터뷰는 하고 싶은데, 카페 안에 갖혀 있고 싶지는 않아서 저희 동네의 작은 산속 벤치가 갑자기 떠올라서 인터뷰 장소로 제안드렸는데, 제안해 놓고 속으로 너무 뿌듯했습니다. (웃음) 


Q. 기억에 남는 댓글이나 응원, 혹은 메이트가 있으세요?

기억에 남는 댓글을 하나만 꼽을 수 있다면 더 멋진 대답이 됐겠지만, 사실 저는 모든 댓글과 응원 그 자체가 힘이 된다는 걸 얘기하고 싶어요. 메이트님들에게는 제가 사회에서의 직급이 아닌 제 이름 그대로 ‘주미님’이라고 불리는 것도 너무 좋고요. 메이트님들은 그 누구보다도 저의 인증글을 열심히 읽어주고 정성스럽게 댓글을 남겨주세요. 저는 기업과 브랜드들의 소셜미디어 채널도 자주 운영해 봤기 때문에, ‘좋아요’ 누르는 것도 귀찮은 시대에 ‘댓글’까지 남긴다는 행위가 얼마나 큰 정성과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지 늘 체감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누군가가 나의 손 글씨 인증글 사진을 굳이 확대해서 열심히 읽어주고, 저에게 맞는 응원을 남겨주려고 한 문장 한 문장 댓글을 다듬는 것 자체가 일상에선 정말 만나기 힘든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밑미의 본질적인 매력이기도 하구요. 이런 소감을 예전에 융플리 리추얼을  이렇게 고백한 적이 있는데요: ‘꼬박꼬박 눌러 담은 정확한 칭찬과 응원의 말들. 나의 가장 맑고 선한 부분을 타인에게 전하려던 마음들’. 혜윤님이 <오늘도 리추얼>이라는 책에도 이 표현을 실어주셔서, 저도 다시 한번 더 곱씹게 되는 마음들이에요.  


Q. 주미님에게  리추얼이란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저한테 리추얼은 음악, 독서와 같은 것은 매개체이고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배우고 성장하고 응원하고 응원받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성향의 사람들이지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를 돌보고 싶고 성장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함께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정말 좋아요.


Q. 메이트가 소개하는 우리 리추얼

작년부터 참여하고 있는 희희님의 <하루 한 줄 문장 메모> 리추얼을 제 마음대로 간단히 소개해 볼게요. 저한테 문장메모 리추얼은 삶 속에서 어떠한 고민을 품고 있을 때마다, 그 고민이나 관심사 자체를 그물 삼아 내 마음에 턱턱 걸리는 문장을 길어 올리는 일이에요. 그런데 똑같은 책을 읽어도 그 당시의 내 상황에 따라, 또는 서로 다른 메이트들마다 각자의 마음에 걸려 남게 되는 문장이 다 다르다는 것이 재미있어요. 메이트님들이 ‘주미님, 그 문장이 마음에 드셨다면 이 책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라고 추천해 주실 때 제 세계가 확장되는 것도 좋고요. 예를 들면 저는 지난 3월에는 ‘죽음’이라는 주제에 한 달 내내 꽂혀 있어서, <아침의 피아노>,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등의 책을 읽었는데요. 메이트님들이 <당신 인생의 이야기>,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추천해 주셔서 함께 읽어볼 예정입니다.  


Q. 밑미에게 하고 싶은 말

세상 모든 사람들이 ‘meet me’ 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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