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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견 Oct 09. 2020

6살 첫째 딸, 6살 엄마

엄마 성장통

 "6살이나 되었는데, 아이가 자꾸만 울음으로 표현해요. "

 "혼자서 감당하기 너무 힘들어요. "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느 날 새벽, 나는 건강가정지원센터의 상담게시판에 글을 썼다. 하소연을 했다. 며칠 뒤 답변이 등록되었다. 담당자는 일단 엄마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상담을 해달라고 했더니, 내 마음을 진정시키라고 하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한참을 울었다. 왜 울었는지는 모르겠다. 아침이 되자 건강가정지원센터에 전화를 했다. 상담 날짜를 빨리 잡고 싶었다. 날짜를 정했을 뿐인데 마음이 후련한 기분이 든다. 이상했다. 처음 느껴보는 후련함이었다.

 아이를 데리고 상담 날짜에 맞추어 방문한 건강가정지원센터. 아이와 따로 상담실로 들어갔다. 아이는 아이대로, 나는 나대로 상담사와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 얘기를 하면서도 아이가 걱정되었다. 애기 때부터 분리불안이 심했던 아이였기에, ' 엄마와 떨어져 상담받는 동안에 계속 울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계속 떠올랐다. 하지만 마냥 아이의 걱정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아이의 걱정에 망설이고 있던 나에게, 상담사는 아이 걱정은 안 해도 되니 편하게 얘기하라고 나를 위로해줬다. 

 나는 고민하고 있는 모든 것을 다 끄집어내어 얘기했다. 나는 문제가 없고 아이에게 모든 문제가 있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힘들다고 얘기했다. 그렇게 상담 첫날 내 얘기를 처음으로 털어놓았다. 1시간이 훌쩍 지나 상담이 끝났다. 다음 날짜를 정하고 나오면서 아이가 걱정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울면서 엄마를 찾느라 진이 빠져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아이는, 웃으면서 그림을 한 장 가지고 나왔다. 종이 한 장에는 엄마와 웃으며 손잡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웃는 엄마의 얼굴이......

 아이는 웃으면서 내 손을 잡고 집으로 가자고 했다. 당황스러웠다. 분명 엄마와 떨어지는 것을 힘들어하고, 자기 생각을 울음으로만 표현하는 아이였는데...... 3개월 정도 상담이 진행됐다. 상담이 진행되는 동안 아이는 한 번도 울지 않았다. 엄마인 나만 펑펑 울었다. 상담이 필요했던 것은 아이가 아니라 나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상담을 받는 동안 내 어린 시절의 모습도 떠올리고, 가족들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했다. 때로는 어린 시절의 아픈 상처를 끄집어내는 것이 힘들었다. 친정엄마에게 건강가정지원센터에 상담을 받으러 다닌다고 얘기했다. 아이에게 문제가 있어서 간 것인데, 알고 보니 문제는 내게 있었다고 얘기했다. 그 문제는 엄마 성장통이라고 했다. 엄마 성장통? 성장통은 키 클 때만 있는 것 같은데, 그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니 피식 웃음도 나왔었다. 하지만 엄마 성장통이 맞는 것 같았다. 

 상담을 받으면서 느꼈던 감정을 친정엄마에게 했다. 그 날 친정엄마는 내게 처음으로 사과를 했다. '어렸을 때, 엄마가 다정하게 얘기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처음이었다. 엄마가 내게 사과를 한 것이......

 내게 엄마는 항상 강인한 분이셨다. 쓰러지지 않고 모든 일을 척척해내는 슈퍼우먼이었다. 그 어떤 일도 엄마에게는 어려움이 없어 보였었다. 그런데 엄마가 내게 사과를 하면서 엄마의 힘들었던 이야기를 하시는 것이 아닌가...... 나는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엄마를 위로해드렸다. 

 내가 아이를 데리고 상담을 받으러 다니고 있다는 소식을 아이의 유치원 원장수녀님께도 알렸다. 원장수녀님은 

 "이제 세상에 태어난 지 6년밖에 안된 아이보다, 더 많은 시간을 살아온 엄마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잖아요. 아이의 마음을 엄마가 이해해주세요. 엄마의 마음은 주님께서 위로해주실 거예요."

 잊고 있었다. 모든 것을 아이의 탓으로 돌리느라 내가 엄마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돌아보지 못했다. 


6살의 안젤라에게 쓰는 편지

 세상에 나와 처음 들었던 너의 울음소리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 긴 기다림과 아픔 끝에서 듣게 된 안젤라의 울음소리. 그런데  엄마는 안젤라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힘들어하고 있어. 안젤라가 길을 가다 넘어져도, 일으켜주기보다는 인상을 쓰면서 어서 일어나라고 소리만 치고 있어. 엄마가 힘들다고 안젤라에게 화를 내고 있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딸에게 미소를 지어주지 못하고 있어.

 그런데 엄마의 이런 모습에도 안젤라는 엄마의 손을 꼭 잡아주는구나. 안젤라는 6살이 되었는데, 엄마는 아직도 6살이 안된 거 같아. 엄마로서의 나이는 안젤라보다 어리구나. 안젤라와 함께 성장한다고 생각하는데 안젤라는 쑥쑥 잘 성장하는데, 엄마는 아직 성장을 못하고 있는 것 같아. 

 하지만 안젤라와 함께 건강지원센터에서 상담을 받으면서, 엄마가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어. 방법은 아주 간단한 것이었어. 안젤라를 많이 안아주고, 안젤라에게 웃어주고, 안젤라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야. 엄마가 이 방법들을 잊지 않고 잘 실천하면서 안젤라와 함께 성장할 거야.

 사랑하는 나의 첫째 딸 안젤라!

 내게 엄마라는 이름을 붙여준 나의 딸!

 안젤라와 함께 엄마도 엄마로서 성장하고, 좋은 엄마가 되도록 노력할게.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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