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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시대의 창작 Oct 20. 2024

단두대가 아닌 강연대에 오르기

10월 31일, 시월의 마지막 날에 특강이 예정되어 있다. 생성형 AI 활용법을 공부한 지 이제 만 5개월이 지났다. 6개월 안에 어떤 성과라도 달성해 보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그 첫단추를 꿰는 기회가 온 것이다. 이 무리한 계획 때문에 좌절도 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그간의 노력을 인정해 주는 주변 지인이 있었다. 이번 특강도 그의 도움으로 성사되었다.

지난 9월 말, 특강 제안을 받았을 때 일정을 최대한 늦추고자 했었다. 처음으로 내 콘텐츠를 수익화할 기회라는 점에서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한없이 부족한 나 자신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아니, 차라리 극심한 두려움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다. 강.의.공.포.증. 마치 수많은 구경꾼이 기다리는 단두대에 올라가는 기분이 든다.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퇴사 후 짧은 기간 동안 유튜브 영상과 온라인 강좌를 통해 배운 얕은 지식이 전부인데, 그걸로 특강을 한다니... 그 고민으로 2~3일을 우울하게 보냈다. 그렇지 않아도 나의 갑작스러운 퇴사로 인해 힘든 아내에게까지 하소연을 하고 말았지만, 아내는 “당당하게 잘할 수 있을 거야”라며 격려해 주었다. 그 말이 한 줄기 희망이 되어 일단 이를 악물고 시도해 보자는 결단이 섰다.

‘마음을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특강에 대한 두려움은 진행하면서 사라질 것이다. 이런 기회가 생긴 것에 감사하자.’ – 10월 14일(월)

이렇게 작성하고 현실을 돌아보니, 시간이 문제다. 특강까지 이제 겨우 15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준비한 것이 없다. 발표할 내용도 기획해야 하고, PPT도 작성해야 하고, 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한 시연 준비도 필요할 것 같다. 게다가 시연하려면 고사양의 노트북이 필요한데, 나는 아내가 제공해준 사무용 노트북밖에 없다. 그래서 내 데스크톱을 온라인 서버로 바꾼 후, 인터넷을 통해 원격 접속하는 방법을 미리 익혀 두었다. 그런데 특강 중 안정적으로 작동할지 걱정이 되었다. ‘강연장의 무선 인터넷이 불안정하면 어떻게 하지? 핫스팟을 써야 하나? 그마저도 불안정하면 어쩌지?’ 발표내용의 기획보다 시연에 대한 걱정이 짙고 어두운 그림자로 드리워졌다.

‘어제 원격으로 접속해서 테스트했는데, 이미지 생성 속도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특강 준비가 잘 진행되고 있음을 감사하자. 착수하고 나니 진행이 되었고, 몇 번은 AI가 기대와 다른 결과를 보여 당황했지만 끝내 해결해 냈다. 나는 시련을 통해 더 단단해지고 있다.’ – 10월 15일(화)

하루 만에 다이어리 내용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특강 준비에 하루를 보내고 난 후, 내가 괜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진리다. 모든 과정에서 시작하기 전의 걱정이 가장 크다.

‘이제는 발표자료 디자인과 발표 흐름, 시연을 통한 강력한 인상에 집중하자. 생성형 AI가 이미지를 생성하는 데 시간이 걸리면 감동이 줄어들 것 같다. 이미지 생성 시간 동안 학생들에게 문답할 거리를 5개 정도 준비하자.’ – 10월 16일(수)

처음에는 15일이란 준비 기간이 짧게 느껴졌지만, 겨우 3일째에 이미 강의를 더 돋보이게 하고 매끄럽게 할 기획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나는 부족하다고 느껴서 새로운 것을 더 배워 알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자.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해 매력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학생들은 "이 정도만 알아도 이렇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구나"라고 감동할지도 모른다.’ – 10월 17일(목)

멋진 특강을 위해 추가 학습이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에 부담이 컸는데, 이 사고의 전환이 큰 위안을 주었다. 무작정 높은 목표를 세우면 그 목표가 나를 짓누르게 된다. 목표는 내가 가진 자원과 역량에 맞춰야 한다.

‘생성형 AI를 실시간으로 시연하는 것과 미리 촬영한 영상을 보여주는 것, 학생들 입장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나는 AI 사용법을 가르치러 가는 게 아니라, AI의 효용성을 알리러 가는 것이다.’ – 10월 18일(목)

목요일 새벽, 시연 대신 영상을 미리 찍어 보여주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는 깨달음이 떠올랐다. 원격 접속에 대한 불안도 없앨 수 있고, 이미지 생성 시간을 편집으로 줄일 수도 있다. 만약 실시간 시연이 주는 진정성이 필요하다면, 1~2개의 시연만 미리 준비해 두면 충분하다. 이것이 관객의 시간을 소중히 대하는 방식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

그동안 나는 같은 분야에서 앞서 가는 전문가들의 화려한 성과를 보고 겁먹고 위축되었다. 그러나 나는 입문자를 대상으로 강의하려는 현실적인 목표를 세웠고, 중요한 건 그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역량이다. 따라서 내가 아직 생성형 AI를 아주 잘 사용하는 사람일 수는 없지만, 선험자로서 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법을 알려주는 사람은 될 수 있다.

일주일 전, 나는 오늘처럼 평온한 마음을 가질 줄 몰랐다. 특강에 대한 두려움과 고통, 혼란은 지나가고 있다. 이제 5년 후 나의 모습을 기대하며 웃어보자. 그리고 오늘은 다정하고 진심을 다하는 사람이 되고자 다짐한다.


저는 50대 퇴사자로서  매일 모닝다이어리를 쓰고, 주말에 한 번 정리하면서 스스로 얻는 인사이트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다분히 개인적인 글이지만, 보다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작성하고자 합니다.    
제 유튜브 채널 링크 :  https://www.youtube.com/@CreationInAI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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