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레스트 Jan 04. 2023

사모에게도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사모 에세이

사모가 된 첫날이 기억납니다. 전도사인 남편과 함께 교회에 일찍 출근했는데 갈 곳이 없었습니다. 본당에 있자니 휑하고 카페나 휴게실 같은 공간도 없어 교역자 사무실에 뻘쭘하게 서 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 자리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제야 실감이 났습니다. '아.. 나 이제 사모가 되었구나!'


사모가 되고 가장 힘들었던 점은 어디에도 속할 공동체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함께 교제하던 친구들과 청년 공동체가 있었는데 지금은 교회 어디에도 낄 자리가 없는 현실에 한숨만 나왔습니다. 사모라 항상 웃어야 하고, 사모라 항상 예의 발라야 하고, 사모라 조신해야 하는 이 자리. 겉모습은 경건해 보일지 몰라도 속은 메말라 갔습니다. 어디라도 이 외로움을 털어놓고 싶었습니다.


이 막막함은 제게 펜을 쥐어 줬습니다. 뭐라도 그려야겠다, 뭐라도 말해야겠다. 저는 그렇게 문사모 툰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사모 이미지'라는 문턱이 있어 최대한 정제된 표현을 썼습니다. 그럼에도 그 아픔은 드러났는지 많은 사모님들께서 공감해 주셨습니다.


문사모툰


그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그래! 사모에게도 공동체는 필요해!'


전도사님이나 목사님의 경우는 신학교를 필수로 나와야 하기 때문에 동문도 있고, 동료도 있고, 서로가 멘토·멘티가 되어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모의 세계는 철저히 독립적이지요. 정해진 규율이나 규칙도 없을뿐더러 교회마다 문화가 달라서 어느 장단에 맞춰야 될지 모르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곁에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또 모를까 누구에게도 '이럴 땐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물어볼 시도조차 할 수 없습니다. 사모의 말과 행동은 언제나 조심스럽고 혹여나 나 때문에 남편에게 해가 갈까 두려우니까요.


저는 지난 한 해 총 세 개의 성경낭독반을 모집해 운영 중에 있습니다. 신약을 통독했던 1기와 2기는 은혜 가운데 잘 마차게 되었고, 3기는 올 해부터 구약을 통독하고 있습니다. 성경낭독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묵상과 기도제목까지 나누며 서로에게 힘과 격려가 되는 공동체가 세워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사모 공동체'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혼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모님들에게 힘이 되어 주는 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어디에도 털어놓을 수 없는 사모님들만의 아픔을 공감해주고 싶습니다. 누구보다 그 외로움과 아픔을 잘 알고 있는 사모 공동체를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