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다. 몇 년 만인 건지. 글을 쓰고 지우고. 다시 읽었을 때 너무 민망해서 이거는 글도 아니다 삭제해버리기도 하고, 쓰다 덮어버리기도 했다.
최근 들어 조금씩 나의 마음을 글로 써보는 노력을 다시 시작했고, 브런치에 조금이지만 4개의 글을 썼다. 그리고 갑자기 오늘 신청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작가라니. 묘한 그 단어가 주는 행복이 있구나. 아직 결과는 안 나왔지만 이미 나의 마음은 작가.
뿌듯하다.
내가 처음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게 해준건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 일기를 정말 잘 쓴다고 글 쓰는 재능이 있다고 했다. 선생님은 일기에서 잘 쓴 문장에 밑줄을 그어 주셨고 별표도 많이 많이 그려주셨다. 잘 쓴 문장은 대게 비유나 은유를 사용해서 표현한 것, 새로운 방법으로 표현한 부분들에 많은 별들을 주셨다.
그리고 숙제이지만 책을 읽고 느낀 것을 쓰는 감상문을 보시고 선생님께서 교내 대회에 내보자고 하셨다. 수정도 도와주셨다. 결과적으로 나는 상을 받았다. 심지어 운동장 조회 때 전교생이 다 있는 그 앞으로 나가서 상을 받는 것.
그런데 나는 그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아직도 어찌나 그때의 또렷이 기억이 나는지.
너무 떨렸고, 내가 아니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내 이름은 너무 흔해서 전교에서도 두세 명은 있는 그런 이름인데. 내가 나갔는데 내가 아니라 다른 친구면 어쩌지. 내가 상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인가.
그러는 동안 같은 반에 반장이 나의 상을 대신 받으러 갔다.
그때의 나는 아빠가 하는 사업이 크게 기울기 시작해서 전학도 많이 다니고 이사도 많이 다녔다. 그러면서 나는 밝고 당찬 아이에서 조금씩 위축되는 아이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 후에도 선생님은 나를 글 쓰는 특화반에 들어갈 수 있게 도와주셨고 어렴풋이 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구나 라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셨다. 하지만 내가 그 반에서 느낀 감정은 '나랑은 조금 다르구나. 나는 잘 못쓰는 것 같은데.'였다. 위축된 마음은 다시 쉽게 날아오르지 못했고 흐르는 시간 속에서 자꾸만 작아졌나 보다.
어른이 된 지금은 그냥 뭐라도 더 해볼걸. 노력해볼걸. 아쉬운 마음이 자꾸만 생겨났다. 그러면서 글 잘 쓰는 방법 책도 사서 읽어보고, 일기도 써보다가 결국에는 그만두고. 다시 해보다 그만두고.
시간이 흘러 나는 드디어 진정한 형태의 노력을 하나 했다. 브런치 작가 신청. 설레기도 하고 잘 되려나 걱정도 되지만 그래 그냥 '노력을 하나 했다.' 정도로 생각하자! 나도 하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