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제한
우당탕탕, 삼십 대 중반의 첫 직장 적응기(1)
시간제한 없는 업무는 없다. 중요도, 긴급성 같은 우선순위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면 좋으련만, 아직 업무의 우선순위에 대한 기준이 확립되지 않은 신입사원에게는 중간보고 일정이나 마감 일정이 임박하는 등 시간이 유한하다는 사실은 스트레스(stress)로 돌아온다. 해소되지 못한 스트레스들은 '차라리 내가 두 명이거나 하루가 48시간 이면 좋겠다'는 막연한 상상과 함께 내 몸을 잠식해나간다.
마감이 임박하면 업무 능률이 올라간다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고 한다지만, 나의 경우는 시간이 촉박해지면 작성하는 장표 같은 자료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등 업무능률이 수직 하강한다. 오타 검수, 숫자 계산 등 정확성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나사가 몇 개 빠진 것 같아진달까. 입사 한 달 차 업무에 적응이 늦은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런 크리티컬(critical) 한 실수는 반복하지 말아야 할 텐데. 쉽지 않다. 그래서 집에 업무를 가져가서라도 미리 하는 편이다.
점심 시간이 한 시간으로 고정·불변한다는 사실도 일종의 시간제한으로 다가온다. 12시 59분 59초까지는 휴식을 취하다가 13시부터는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전환이 자유로워야 하는데, 아직 스위치(switch) 전환이 자유로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쉴 때도 일 생각을 하고 있고, 일을 할 때도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로 스트레스의 연속이 아닐 수 없다.
긍정적인 시간제한도 있다. 바로 정시 퇴근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16시 59분 59초까지 업무를 보다가도, 17시 정각이 되면 PC를 종료하고, 책상 위를 정리한다. 물론 집에 가서 업무를 보긴 하지만, 야근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고 수단에 불과할 뿐이다. 아직은 22시 정각에 야근 종료 후 취침 모드(mode)로 곧바로 들어가는 것이 어렵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채우다 보면 이불과는 또 다른 무언가가 몸을 뒤덮는다. 그러고 나면 잠마저도 쪼개서 자는 느낌이랄까.
취업 과정이 길었던 만큼, 아직은 시간제한에 대한 스트레스마저도 감사하기만 하다. 아마도 신입사원 티를 한 꺼풀 벗어내면 시간제한에서 보다 자유로워 지지 않을까. 일과 휴식이 분리된 삶을 위하여. 오늘도 파이팅(fighting)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