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법칙을 따르지 않는 저렴하지만 시간 소모적인 타임머신
정말 우연한 계기 였다.
내 소셜 미디어의 과거 피드를 구경하게 되었다. 의도하지도, 무슨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무의식적인 내 피드를 내리는 행위는 나의 달력을 점점 앞으로 되감았다. 마치 태엽을 감듯 말이다.
시간은 흘러서 내 군 복무 시절로 돌아왔다. 코로나 이전 내가 만났던 사람들-나의 대학동기들과 군대 사람들-이 나온다. 사회인과 대학생의 어정쩡한 사이를 함께 보낸 고향 친구들과의 추억도 나온다. 물론 매 인생이 힘들다만은 군 복무 시절 휴가를 나올 때마다 나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친구들의 웃음. 그리고 좋든 싫든 끝장을 봤던 군대 선후임과 동기들이 뇌리에 스친다. 나는 속으로 "참 재미있었지." 하고 생각했다. 고마운 사람들이 많았다.
훈련소에서 내 계정을 맡아 준 친구. 덕분에 인터넷편지와 손편지를 많이 받을 수 있었고, 그 친구도 나와 같이 밝은 멘트로 글을 썼어서 주변 사람들이 내가 몰래 쓰고 다니는 거 아니냐는 의심도 했었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그 친구도 나도 문장의 성격이 많이 바뀐 것 같지만 말이다. 그리고 군 입대 전까지 대학교 동기 선후배 모두에게 술 한 잔 기울일 수 있도록 해준 형, 덕분에 군 입대 2주전까지 항상 내 피에는 술이 가득했다. 학생회, 밴드부, 동기 등 모임은 마치 세포분열하듯 우후죽순으로 생겼고, 나는 그런 모임의 증가가 싫지만은 않았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친구들, 동네 친구들, 시 동아리로 만난 동생들, 첫 홍콩-마카오 여행을 함께 한 대학 동기 등. 그들과의 추억이 뇌리에 진하게 스쳤다.
시간을 더 앞으로 당기니 대학교 신입생 시절의 추억이 나타났다. 참으로 조용하지는 않은 듯 했다. 어린나이에 뭣도 모르고 과대와 학생회를 할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학교에 계속 들러 붙어있으니 동네 친구들을 저 시기에 자주 못 만났다. 형들한테 이리저리 불려다녀서 술을 마시니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 것이 메스꺼웠고, 친구들과의 술자리를 피하게 되며 고등학교 친구들과 이 시기부터 서서히 멀어졌다.
더 옛날로 당기니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이 나타났다. 나는 내 친구들과 다른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내가 살던 지역은 비평준화 지역인지라 학생들의 고등학교 진학을 성적순으로 잘랐다. 당시에 학업에 열정이 조금 있었던지라 공부를 열심히하는 친구들이 모이는 고등학교에 입학했던 나는 중학교 친구들과 물리적으로 이별을 당했다. 내가 고등학교 친구들과 친해질수록 중학교 친구들과는 반비례하여 멀어졌다.
고등학교 때 내 모습은 날 뛰는 비글이었던 것 같다. 말투는 왜 이리 오글거리는지. 친구 만나는 것이 그리 좋았는지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동아리도 3~4개 씩 해대고 친구랑 놀아다닌 것만 피드에 가득했다. 사실, 당시에 재미있게 놀았으면 된 것이다. 그 때의 부진을 후회하거나 아쉬워 하지는 않는다.
중학교 때까지 앞당겼다. 싸이월드 감성 마냥 교복 입은 애들이 우루루 몰려있다. 중학생 때의 허세가 남은 것인지 멀쩡한 사진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사실 이 시절에는 다른 플랫폼을 많이 활용했어서 사진이 많이 남아있지 않았다. 어쩌면 오히려 다행이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말이다.
감았던 시계를 풀며, 오늘로 시계를 돌린다. 새벽 2시. 나는 자취방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대학원에 흘러오니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나와 함께 했던 1~2년의 인연들은 이제 점점 내 추억 속에 희석되었다. 그들의 기억 속 심연에도 나라는 침전물이 쌓여 있을 것이다. 거울을 바라보니 고독한 대학원생 한 명이 덩그러니 서 있었다. 나의 모습이었다. 오늘따라 옛 추억을 함께 공유했던 이들이 생각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