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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카엘라 Jul 06. 2017

잊히지 않는 말들 [2]

캐나다의 일상 속에서

  캐나다에서의 친구들을 잊을 수 없다. Sporting Life를 떠날 날이 다가올 때 별로 친하지 않던 매니저가 "Don't lose your beautiful smile."라며 열심히 일하고 내려오던 나에게 뜬금 격려를 해준 것(늘 내가 지을 수 있는 최고의 미소를 보였던 그동안을 알아준 것 같아서)이 참 기억에 남고, 짧은 인턴 기간 동안 만났던 동료와 사수가 "Good luck with everything!!" 하고 인사해주며 배웅해주던 순간도 기억이 난다. 석사 논문 발표를 마치고 긴장이 가라앉지 않은 마음으로 덜덜 거리며 앉아있는데 "We all are so proud of you, Sarah!!"하고 석사 과정 동안의 내 노고를 잘 아는 친구가 진심 어린 인사를 건네준 것도 생생하고, 프러포즈를 받고 동료들에게 소식을 알렸을 때 "I'm so happy for you!!"하고 방방 뛰며 자기 일처럼 좋아하며 진한 축하와 함께 껴안아 준 것도 잊혀지지 않는다.


  기억 조각들의 추억화는 단지 그들이 내게 '좋은 말을 해주었기에'라기보다 그 말속에 느껴졌던 진심, 보여주었던 반짝이던 눈들 때문인 것 같다. 오래 사귄 깊은 관계의 친구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내게 잘 된 일이 있을 때 혹은 내가 앞으로 나아갈 때에 시샘이나 꼬임 없이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격려해준 그 마음들이 예뻐서 인 것 같다.


  이외에도 직,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문화적으로 shocking 한 부분이 많이 있었다. 한국과 많이 다르기에 특히 더 기억에 남는 것을 꼽자면 학교/일터에서의 문화다.

탈권위 문화

  호칭이 달랐다. 한국에서 흔히 쓰는 직급 명칭으로 누군가를 부르지 않는다. 보통 first name으로 불렀다. 학교에서도 학과마다 조금 다르겠지만 나의 재학 시절 동안은 교수님께서 그냥 이름으로 부르라 하는 분들이 많았다. (따로 언급이 없으셨다면 Dr. 성으로 부른다. 서면, 이메일 등에도 Dr. ~로 쓰는 것이 낫다.)

또 나보다 권위가 있는 사람(상사 혹은 교수)의 의견에 반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에 자유로웠던 것 같다. 사실 나보다 권위가 있는 사람, 경험이나 지식이 많은 사람 앞에서 그와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처음엔 공포스럽기도 했는데 듣는 사람이 열린 태도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고 그 공포가 서서히 사라졌다. 아무튼 어떤 내용이든 눈치를 안 보고 말할 수 있고 생각을 공유한다는 건 결국 더 다채로운 토의 과정과 의미 있는 결과를 얻기 위해 꼭 필요한 발판이다. 나도 나중에 선생이나 상사가 되더라도 학생 혹은 신입의 이야기에도 귀 열고 듣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개인의 삶이 중요시되는 분위기

  개인의 삶과 시간을 중요시 여기는 그곳의 문화가 참 편하고 좋았다. 조급함이 없는 여유 있는 삶을 엿볼 수 있었다. 또 말 그대로 저녁이 있는 삶, 개인 혹은 가족과의 시간에 우선가치를 두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는 정말 최고였다. 일례로 인턴 때 지각 위기라 발동동 구르며 늦겠다고 보스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정말 답장이 아래와 같았다. 


보스의 문자 답장에서


신입일 때 밀린 업무를 좀 주말에 해서 보냈을 때에도 아래와 같은 답장이 왔다.

다른 보스의 이메일 답장에서

  정말 소중한 문화다. 당시에 한국에서 취업한 친구들이 좋겠다고 말했을 때 피부로 와 닿지 않았는데 그때의 나를 둘러싼 조직문화가 참으로 선진적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한국의 일부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 참 끈기가 없이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안 한다. 예의가 없다. 쉽게 지속 여부를 고민한다."라고들 말하는데,  글쎄...


  요즘 우리 세대는 해외 경험도 보통 있고, 영어도 잘하고, 인터넷의 발달로 지구 건너편 타인들은 어떻게 사는지 생활하는지 알기도 쉽다. 그러니까 비교도 더 용이해졌고 그렇기에 현재 우리의 문화가 바뀌어야 할 것이라면 보다 능동적으로 불만을 갖는 것이다. 그 불만족이라는 것은 문제의식을 의미하고, 그 문제의식은 개선에 대한 갈망(aspiration)과 의지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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