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하지만 "정말" 중요한 기업 운영의 핵심 요소
어느덧 국내 자동차 대기업을 나와 스타트업에서 일한 지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20명 남짓했던 스타트업은 어느덧 80명에 이르게 되었고, 시장에 딥러닝 기술 기반의 제품을 출시하여 업계에서 나름의 입지를 쌓기도 하였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짧게 느껴질 수도 있는 1년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정말 다양하고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Product Manager 업무를 수행하면서 기반 기술 및 시장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지만,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고 느끼는 부분은 팀 운영, 더 나아가서는 회사를 운영하는 방법이었다. 스포츠에서 감독의 변화를 통해 팀의 순위가 천지 차이가 나듯, 회사에서도 팀, 혹은 회사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성과 수준의 차이가 극명하게 갈라질 수 있다. 아래에서 이야기할 사항들은 필자가 몸소 느낀 스타트업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들이다.
한 기업의 비전은 그 기업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것으로,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가 되며, 기업문화는 기업이 일하는 방식에 대한 기준/지침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비전과 기업문화는 기업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의사결정의 대전제이자 기준점이 된다. 인재 채용의 기준으로 활용되고, 제품의 방향성을 수립하는 기준으로 활용되며, 성과에 대한 평가와 보상의 기준이 된다.
명확히 정의되어 있는 비전과 기업문화는 특히 갈등 상황에서 빛을 발하게 된다. 구성원들 간의 의견이 충돌되는 상황에서는 ‘기업의 비전을 달성하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까?’에 대해 생각해보며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 업무 진행 방식과 관련하여 의견 충돌이 있는 경우에도 미리 정의되어 있는 기업문화를 기준으로 조율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비전과 기업문화가 명확히 정의되어있지 않으면 구성원들의 일관된 행동을 기대할 수가 없게 된다. 구성원들이 그리는 미래의 모습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발전할 것이고, 일하는 방식도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하게 되고 그로 인해 조직이 와해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페이스북의 COO인 셰릴 샌드버그가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중요한 문서라고 언급한 넷플릭스의 문화 : 자유와 책임이나, 한국 스타트업의 대표주자 격이라 할 수 있는 Toss를 서비스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 대표의 인터뷰를 보면 기업문화를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알 수 있다.
이승건 대표 인터뷰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원, 즉 인재이다. 소규모 조직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만큼 좋은 인재를 뽑는 것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여기서 말하는 '좋은 인재'는 조직마다 달라질 수 있지만 조직 내에서는 명확한 기준을 정의하며 각자 기업만의 인재상을 정의해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스타트업 인재상의 필수조건은 "자율적인", "능동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다. 스타트업에서는 한 명이 몇 인분의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아무리 주니어라 할지라도 지시를 받아가면서만 일 할 수는 없다. 구성원 모두가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한 뒤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또 다른 의미에서 인재상 정의가 필요한 이유는 구성원들의 업무 만족도를 위함이다. 사람들이 스타트업에서 일하기로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좋은 사람들과 같이 일하고 싶기 때문이다. 각자가 맡은 역할을 성실히, 잘 해결해 나가는 구성원들을 보면서 서로 자극을 받고 배워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스타트업의 가장 큰 복지는 같이 일을 하는 구성원이라는 말도 있다. 이러한 구성원들의 기대 수준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라도 인재상을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인재 채용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상에 맞지 않는 사람은 뽑지 않는 것이다. 채용은 비가역적인 요소다. 잘못 뽑은 사람을 어찌할 방법이 없다. 아무리 일이 급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절대 정규직으로 뽑아서는 안된다. 차라리 프리랜서를 단기 고용하거나 외주를 구하는 것을 추천한다.
스타트업의 보상은 (물론 나중에는 있을 수 있지만) 금전적인 보상이 아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스타트업에 다니는 이유는 1) 자율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다는 점, 2) 기업의 비전 달성 과정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 3)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듯 다양한 비금전적 보상을 얻을 수 있지만 스타트업에 다니다 보면 과중한 업무량으로 인해 감정적으로 힘든 상황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중요한 만큼 구성원들이 맡은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근로의욕을 잘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이 역할은 오롯이 리더의 몫이다.
리더는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며 구성원들을 보듬고 살펴 주 근로의욕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20세기 최고의 경영자 중 한 명으로 칭송받는 GE의 전 회장 잭 웰치는 기업 운영과정에서 Alignment(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목표, 행동, 결과를 공유하는 것)가 가장 중요하며, 이를 위해 리더가 해야 할 일로 5가지를 제시하였다.
조직원들을 완벽하게 파악하라
당신을 최고 의미 책임자 (CMO)로 생각하라
업무에 방해되는 장애물을 제거하라
관용 유전자를 마음껏 과시하라
일을 재미있게 할 수 있게 만들어라
리더는 회사의 목표를 명확히 제시해 주고 이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구성원들의 행동과 기대효과를 지속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조직원들에게 진심 어린 관심을 가지고 소중히 여겨야 하며, 그들이 업무를 진행할 때 어떤 부분에 어려움을 겪는지에 대하여 파악하고 이를 해결해줄 수 있어야 한다. 추가적으로 조직원들의 성과에 대해 공개적으로 칭찬해 사기를 북돋아주고, 금전적/비금전적 보상(더 많은 책임과 보상 등)을 제공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평가와 보상은 공정하고 투명한 프로세스로 이루어져야 하며, 회사의 목표와 기업문화에 기반하여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The One Thing'이라는 책이 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 번에 하나만 집중해서 수행할 때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내용인데, 그 이유는 우리가 쓸 수 있는 에너지가 한정돼 있고 그 에너지를 넓고 얇게 펴면 사소하고 작은 성공밖에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내용을 스타트업 조직 차원으로 확장해 보면, ‘소수의 인력이 하나에만 집중할 때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로 바꿔볼 수 있다. 간혹 자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사람을 무분별하게 뽑으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기존 조직을 와해시키는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하나에 집중한만큼 빠르게 결과물을 만들어 시장에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스타트업은 풀고자 하는 명확한 문제를 본인들의 제품으로 해결해나가는 곳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전략적 의사결정과 철저한 준비를 통해 제품을 출시하지만 바로 고객을 만족시키는 경우는 별로 없다. 제품을 빠르게 출시하여 고객들의 피드백을 받고 이를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다. 그렇다고 중간에 대충 마무리 짓고 출시하라는 것은 아니다. MVP(Minimum viable product)를 명확히 정의 내리고 빠르게 출시한 뒤 고객들의 피드백을 받아가며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위에서 말 한 네 가지 사항이 굉장히 뻔하고 진부한 내용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필자도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머리로만 이해하고 있었던 내용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스타트업을 다니면서 기업 비전, 기업문화, 인재상의 유기적인 연결의 필요성을 명확히 느낄 수 있었고, 이를 위해 리더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깨달았으며, 하나 된 조직이 하나이 집중했을 때의 파괴럭을 경험할 수 있었다. 스타트업에서 팀, 혹은 회사를 운영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곰곰이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우리 회사의 비전과, 기업문화는 무엇인지, 이를 위해 리더로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말이다.
Written by 김민석
Edited by 조경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