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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석 Jan 28. 2023

엄마의 도시락을 먹어보지 못한 아이들

-도시락 세대


  학창시절 할머니가 싸주시는 도시락을 먹으며 지냈다. 밤늦게 일하시던 엄마를 대신해 할머니가 아침을 하시고 형과 나의 도시락을 싸주셨다. 할머니는 햄, 동그랑땡, 미니돈까스 같은 신식 반찬도 곧잘 넣어주셨는데, 어떻게 그러셨는지 지금 생각하면 신기하다.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도시락은  없었다. 아침마다 늘 새밥을 지어 넣어주셨고, 김치도 먹기 좋게 썰어 담아주셨다. 학교 가면 어차피 밥은 식고 반찬은 이리저리 밀리고 섞였지만 온 정성을 담아 주셨다.

  우리는 이렇게 정성이 들어간 도시락을 먹는 게 일상이었다. 도시락을 싸가지 않는 날은 드물었다. 도시락을 싸가지 않는 날은 아주 심각한 일이 생긴 날이었다. 할머니나 어머니가 편찮으실 때도 있었을텐데, 도시락을 못싸주신 날은 거의 없었다.

  나는 그 도시락이 당연하다 여기며 별생각 없이 먹었다. 그리고 집에 가면 저녁 설거지를 하기 전에 꺼내 놓아야했는데, 가방을 던져 두어 도시락 국물이 흐르고 쉰 냄새를 풍길 때도 있었다. 도시락을 싸는 일도, 다음 날 도시락을 준비하는 일도 모두 나를 위한 큰 수고였지만 그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몰랐다.


  요즘 아이들은 도시락 대신 급식을 먹는다. 소풍 때와 같은 아주 특별한 날에만 도시락을 먹는다. 소풍날에 김밥집이 붐비는 것을 보면 김밥을 직접 싸주지 않는 엄마들도 많은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은 도시락이라고 하면 편의점 도시락이나 단체 행사 때 먹는 주문 도시락을 떠올릴 것이다.

  지금 내가 부모가 되고 보니 끼니를 떼우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특히 아침에는 나도 늦잠을 자다가 부랴부랴 부실한 아침을 차려낸다. 새벽부터 일어나 밥을 짓고 도시락 반찬까지 만들었던 할머니와 어머니를 생각하면 나는 참 편하게 애들 키우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도시락은 싸주지 않더라도 아이들에게 마음을 담아 밥이라도 잘 차려줘야 할 텐데.
  누군가가 정성껏 차려준 밥을 먹는 아이는 뭔가 다르지 않을까, 공부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좀 더 따뜻한 마음으로 살지 않을까. 내 마음에 따뜻한 구석이 있다면 할머니와 어머니가 싸주신 도시락 덕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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