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 두 개를 만들어 본 경험담
아마도 6월 말부터였던 것 같다.
새로운 뭔가를 시도해보고 싶다는 내면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던 시기가.
뭐지? 이 뚱딴지같은 욕망은?
이름만 대면 단방에 알 수 있는 회사에서
그것도 정규직으로 연봉도 두둑하게 받고 있는데 뭐가 아쉬워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은 걸까?
더욱이 난 이직한 지 이제 고작 5개월 차다.
나를 보고 있는 팀원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일으키고 이끌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천천히 나아갈 시기란 말이다.
그런데 이 시기에 이 따땃한 욕망은 도대체 뭐지?
일이 재미가 없어졌나?
그건 아니다. 업무환경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할 정도로 좋고 내가 맡고 있는 업무와 팀원들 만족도는 감히 퍼텍트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그것도 아니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아침 밤낮으로 습관적으로 내뱉던 그 말... 죽을 때가 다 된 건가?
이 내면의 욕망을 애써 외면 한지 며칠이 지났을까?
설마... 돈 때문인가?
난 혼잣말로 말도 안 돼!라고 중얼거렸지만 그 순간부터 스스로 인정하게 됐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다는 욕망은 어쨌든 다른 방법으로 돈을 한번 벌어보고 싶다는 말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것을.
나란 인간, 참! 욕심도 많다.
세계여행으로 인한 3년 경력 단절 후 귀국해 3년 간 이직 두 번, 세 번째 회사 정규직.
게다가 상가가 한 개도 아니고 자그마치 세 개나 있는데 돈을 더 벌고 싶다고? Really?
그랬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완전히 돈을 벌고 싶어요! 라기보다는
회사를 다니면서 '소소하게' 벌고 싶었다.
그런데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니~ (yeah!)
당연히 그렇지 않다.
세상은, 자본주의는, 특히 우리나라처럼! 다들 새벽부터 일관성 있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 '소소하게'라는 단어는 저기 전라도 어딘가 하루에 한 번 배 들어가는 섬에서 안빈낙도(가난한 생활을 하면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분수를 지키며 지냄) 즐기는 사람들에게나 어울릴 법한 마쉬멜로우처럼 말랑말랑한 소녀 같은 단어다.
무한경쟁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소하게라니~
지금도 세계여행인 줄 착각하고 있는 거야? 너란 인간은?
그런데 이 욕망이 시간이 지나도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증폭됐다.
아. 참. 질긴 욕망 같으니라고!
결국 난 내 4학년 6반 인생 매뉴얼을 머릿속에서 뒤적거리며 '이 인간은 한번 꽂히면 끝을 봐야 단념함'이라는 문장을 곱씹으며 그래 까짓 거 해보자!라고 마음을 먹었다(잘 안되면 실망하면서 합리화하면 되지 뭐~).
그렇게 시작한 유튜브!
그래. 얼굴 안 나오게, 목소리를 잔잔하게 깔면서 해보는 거야. 괜히 얼굴 나오면 회사 생활에 지장 생길 수도 있으니까. 동영상 녹화장비는 1년 전에 선물 받은 걸로 하고 편집 프로그램은 무료를 사용하면 되겠네. 이럴 때 컴공 나온 것이 이렇게 뿌듯하다니까~ 그럼 유튜브 컨셉은 뭐로 하지? 음.... 외국인을 상대로 하되 편집 시간을 최소화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녹화해서 만들면 되지 않을까? 나 살짝 천재?
의지가 생기고 컨셉이 정해지자 만드는 것은 정말이지 말 그대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일사천리였다.
잠깐만! 그런데 채널 하나로 요리와 산책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다 담을 수 있을까? 안 되겠지? 그래서 채널 두개를 만들었다. 하나는 집밥 요리하는 채널, 또 하나는 길거리를 녹화장비를 켜고 무작정 걸으며 찍는 채널. 첫 번째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 바로 저녁부터 찍었다. 그리고 다음날 녹화장비를 켜고 집 근처 공원 한 바퀴를 돌았다.
어? 유튜브 생각보다 쉽네~ 후다닥 시작하길 잘했다.
이제 동영상을 만들었으니 자막 입히고 음성 입혀보자.
어라? 말이 왜 이렇게 꼬이지? 청중 앞에서 강의하는 거란 완전 딴판이네. 무슨 모노드라마 찍는 기분인걸?
1시간 넘게 어색하고 낯선 상황을 견디며 녹음한 것은 그냥... 질 안 좋은 쓰레기였다.
슬프지만 삭제!
그래. 동영상만 보면 금방 이해 가는데 무슨 음성녹음까지~ 오바다! 오바!
컨셉을 바꿔서 음성녹음 없이 동영상 시작, 끝에만 자막을 넣고 편집을 뚝! 딱! 하니 동영상이 하나 만들어졌다.
유튜브에 동영상 업로드 완료 후 제목, 설명 쓰고 태그달고 비공개를 공개로 변경하자 드디어 내가 만든 동영상이 검색이 됐다. 오호. 유튜브 누구나 할 수 있는거 맞구나~
그럼 이제 산책 동영상도 올려봐야겠구나~ 뚝! 딱! 와아~
이틀간 요리 채널에 두 개, 산책 채널에 두 개를 올리고 며칠간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리고 며칠 후... 이거 실화야?
조회수 4, 또 다른 하나는 조회수 11.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내가 도대체 뭘 기대한거지?
최소 100 정도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 걸까?
그렇게 또 일주일이 지났다.
조회수 5, 조회수 19. 푸하하하하하.하핫.쩝
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최소한의 노력만 들여 유튜브에 올려도 전세계 인구가 워낙 많으니까 최소 조회수가 100 이상은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조회수 4회, 11회.
그 뿐만이 아니었다. 평균 시청 지속 시간은 더 황당했다.
15분 동영상인데 고작 34초. 지속 시간을 보자 사람들의 패턴이 보였다.
처음 동영상 보고 중간 클릭 후 좀 보다가 클릭 클릭 다른 동영상 클릭.
이 정도로 냉정한 곳이었나?
난 유튜브 조회수와 분석 내용을 본 후 더 이상 유튜브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시작도 빠른데 이럴 때 포기는 더 빠르다).
이유는 이렇다.
첫 번째, 즐겁지 않았다.
난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고 아내와 음식을 만들며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하는데 그럴 수 없었다.
두 개 동영상 만드는데 아내와 두 번의 사소한 말다툼이 생겼다.
두 번째, 돈을 벌기 위해 즐겁지 않은 마음상태로 콘텐츠를 만들며 내 시간, 내 인생을 소비하고 싶지 않았다.
절실함이 없네, 배부른 소리하고 있네, 라고 해도 내 생각은 변함이 없다. 돈버는 방법은(화사 다니는거 말고) 거짓말 좀 많이 보태서 전세계 사람 수 만큼 있다고 생각하기에~
세 번째, 유튜브 말고 다른 것을 해보고 싶었다.
포기하자마자 또 다른 것을 하고 싶다니~
나도 가끔은 내가 낯설다.
혹시라도 유튜브를 하고 싶다면,
혹시라도 유튜브로 조회수를 높여 수익을 얻고 싶다면,
나처럼 허접하게 하지 말고 철저하게 고객 니즈에 맞춰서 동영상을 만든다면 최소한 헛웃음 나오는 조회수는 보지 않을 것이다.
짧은 경험이지만 유튜브는 개인 일기장이 아니었다.
금속보다 차가운 냉혹한 세계였다.
그나저나 유튜브 말고 뭘 해보지?
뭘 해 볼까?
뭘 해 볼까?
월세부부 블로그: https://blog.naver.com/chita000